경쟁이 치열했던 ‘베데스다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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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했던 ‘베데스다 연못’
  • 조병성 목사
  • 승인 2022.02.1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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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성 목사/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요한복음 5장에 나오는 ‘베데스다’ 연못은 그 이름의 뜻은 ‘자비의 연못’이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자비보다는 경쟁의 격전지가 되어 버린 안타까운 현실의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내가 낫기 위해 천사가 내려왔을 때 남보다 먼저 연못으로 달려가야 했고 조금만 지체하면 나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연못에서의 기다림은 소망의 기다림이긴 했지만 항상 깨어서 긴장해야만 했습니다. 쉼이 없습니다. 내가 저들보다 앞서야 하기 때문에….

38년 동안을 베데스다 곁에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요즘 표현으로 중증의 환자, 중증의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베데스다’는 자비를 소망하지만, 오히려 그 자비가 절망이 되는 현실과 억울함과 소외의 장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천사가 내려 올 때마다 치유되고 회복되는 이들이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고 마음을 다해 축하해줬겠지만 점점 자신의 현실을 바라보며 비참했을 것입니다. 다 자기 살길이 바빠서 누구도 38년 된 병자를 먼저 ‘베데스다’에 데려가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더욱이 ‘베데스다’에는 병자들, 장애를 겪고 살아가는 이들만 모여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누군가 중증의 환자와 경증의 환자를 분류해주고 가장 우선 되어야 할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정리해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다 자신의 문제, 자신의 질병과 장애의 문제로 고민하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만 모여 있었습니다.

그곳에 모여 있었던 사람들은 서로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자비의 연못, 베데스다에서 38년이나 고통 중에 있었던 그 한 사람은 여전히 고통 중에 놓여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치유와 회복, 구원의 기쁨은 잊은 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며 여전히 세상의 잣대로 자신을 바라보며 여전히 나만 혼자인 것 같고 나만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나만 아프고 억울한 것 같은 처참한 베데스다 연못의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갔던 38년 된 병자에게 예수님은 찾아오셔서 ‘자비의 연못’의 참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한 사람, ‘나는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한 사람, ‘이러다 그냥 죽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 속에 살아가던 한 사람을 찾아가셔서 그가 하는 이야기를 잠잠히 들으시는 예수님, 그 헤아릴 수 없는 아픔에 그 누구도 관심이 없었는데 그를 보시고 그 앞에 머무신 예수님.

그리고 그를 변화시키십니다. 그를 구원의 자리로 이끄시며 그를 어루만져 주십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주변에 베데스다 연못에 38년 된 병자와 같이 소외와 무관심 속에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이 우리 안에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지금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 더 세밀하게 이웃을 살필 수 있는, 복음의 본질을 세상 가운데 실천할 수 있는 시간들로 주어진 기회로 삼아 ‘자비의 연못’, 베데스다에 찾아오신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의 발걸음을 기억하며 그렇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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