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이라도 ‘제자’ 세우려는 교회 … “목회는 나의 삶이고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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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이라도 ‘제자’ 세우려는 교회 … “목회는 나의 삶이고 쉼”
  • 평택=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1.0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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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탐방] 초대교회 공동체를 꿈꾸는 평택 고덕호수교회 김기종 담임목사

경기도 평택시 고덕신도시에 위치한 고덕호수교회(담임:김기종 목사)는 작년 11월초 새 예배당을 아름답게 완공하고 입당예배를 드렸다. 신도시 종교부지에 신축된 이 교회 건물은 깔끔하고 세련돼 보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내부 공간도 활용도를 높이면서 구성을 짜임새 있고 흥미롭게 지어냈다. 지역에서 고덕호수교회는 단연 눈에 띄는 건축물이다.

이 교회가 사람들의 눈길을 붙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김기종 담임목사가 건축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롭게 터전을 마련하고 부흥을 위해 도약하고 있는 고덕호수교회 김기종 목사와 평생 동역자인 김미희 사모를 만나 그간의 목회 여정을 들어보았다.

고덕호수교회 김기종 담임목사와 김미희 사모는 위기를 딛고 희망의 목회를 일구어가고 있다. 

목회를 중단하고 사업은 승승장구
멋진 예배당을 막 완공했기에 자랑할 게 많을 법도 한데 김기종 목사는 먼저 건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교회 건축 때문에 실패했던 목회 경험담부터 차분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목회를 할 수 있게 된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다. 사실 그는 건축 실패로 목회지를 한동안 떠났던 경험까지 있다.

“서른 살에 천안에서 개척을 했는데 교회가 부흥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교회 건축을 하고 있었는데 IMF를 만난 겁니다. 교회에 어려움이 닥쳐왔고, 몇몇 교인들로부터 배신까지 당하면서 목회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큰 빚도 지게 되면서 젊은 나이에 상처를 받아 목회를 접고 사업을 시작했었죠.”

처음엔 돈을 벌어서 교회를 짓고 목회도 다시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업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다. 시행사업을 하면서 지역 유명인사가 됐다. 사업에 재미를 붙이고, 세상에 빠지니 목회를 다시 하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세상 재미에 푹 빠져 방황했던 시기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사업은 물거품처럼 무너져버렸다.

“2천만원을 투자해서 80억을 벌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걷어가셨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헤매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제가 망한 것은 아내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었습니다. 아는 분이 산속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셔서 ‘나는 자연인이다’ TV방송에서처럼 우리 가족들이 4년 동안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그 때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더라고요.”

실제로 김미희 사모는 남편의 사업보다 신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기도했다. 독실한 불교 가정에서 성장한 김미희 사모는 남편을 만나 예수님을 만났고, 그 은혜를 오롯이 지켜왔다. 

“목회를 그만 두고 사업을 한다고 할 때 저는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 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남편의 사업을 성공시켜주시면 제가 헤어지고, 실패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면 제가 안고 가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기도는 응답됐다. 그야말로 쫄딱 망하고 온 가족이 산에서 살면서 신앙과 가정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한 때 자녀를 유학시킬 정도로 부유했지만, 조립식 열댓평 집에 살던 산골살이가 가장 행복했던 추억으로 가족들에게 남아 있다.

 “가장 보람 있는 것은 목회였다”
하나님께서 그 과정을 겪게 해주셨기 때문에 자녀들이 신앙을 지금까지 지키고 교회 안에서 자기 역할들을 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기종 목사는 목회를 포기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세상에서 해볼 것 다 해보니까 목회가 가장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내가 부족해도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신다면 남은 인생을 주를 위해 살겠다고 각오를 했습니다. 기왕이면 선교지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하나님께서 막으셔서, 2012년 천안에서 ‘모든민족교회’를 다시 개척했습니다.”

교회에는 주로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백석대학교 학생들이 많았다. 무료로 건물을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당시 형편이 어려운 백석대 학생들이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하나님께서는 또 다른 계획을 김 목사를 통해 이루고자 하신 듯 했다.

“장로님 한 분께서 도와주셔서 다시 주택 관련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흥청망청 하던 시기와는 달리 사업을 차근차근 일으켜갔습니다. 지금은 큰 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재정이 마련되면서 우리 고덕호수교회를 빚 없이 세울 수 있게 된 것이죠.”
IMF 당시 목회를 내려놓으면서, 훗날 빚 없이 교회를 짓겠다고 했던 막연한 생각을 하나님께서는 기억하셨고 마침내 이루게 하셨다.

“건축 빚 때문에 성도들이 떠나가고 목사님들이 시험 들어 고통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교회 건축은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런데 건축이 전부가 되고 목표가 되어버리면 안됩니다. 교회는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를 만들고 선교해야 하는 곳입니다.”

김기종 목사는 고덕호수교회 사례를 일반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평택 고덕신도시에 아름답게 건축된 고덕호수교회 전경. 교회는 작년 11월 고덕신도시에서는 두번째로 입당감사예배를 드렸다. 

“단 한사람이라도 바르게 세우는 교회”
고덕호수교회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천안을 떠나 낯선 평택에 뿌리를 내리고자 할 때에는 또 넘어야 할 큰 언덕이 있기 마련이다. 김기종 목사는 ‘가족 이상의 가족, 하나님나라 복음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기꺼이 뛰어넘을 각오다.

김 목사는 다양한 경험과 연구 끝에 초대교회를 비전으로 삼고 있는 ‘가정교회’ 모델을 교회에 접목하고 있다. 덕분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목장’ 중심으로 소그룹 모임이 활성화 되면서 떠나는 교인들이 없었다. 오히려 초신자 전도에 목표를 두는 가정교회 모델 특성 때문에 공동체와 함께하는 주민들이 더 생겨났다.

“아직 주일예배에는 참석하지 않는데 목장 모임에 나오기 시작한 분들이 꽤 됩니다. 교회 안에는 목장모임을 위한 공간도 많이 마련했습니다. 사택도 목장을 위해 언제든 개방하고 있습니다. 새 예배당을 건축한 분이 영화 ‘건축학개론’ 실제 모델인데, 우리 교회를 건축하면서 목장을 만나고 신앙을 갖게 됐습니다. 입당예배 전까지 절을 다녔던 분이 지금은 요한복음을 읽으면서 가슴이 떨린다고 고백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우리 교회 안에서 살아나고 있습니다.”

고덕호수교회에 오면 누구든지 ‘생명의 삶’이라는 성경공부 코스를 거쳐야 한다. 기존의 교회 직분도 내려놓고 이 코스를 수료해야 정식 교인이 될 수 있다. 단 한사람이라도 제대로 세우는 교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가정이라도 제대로 세우는 교회를 목표하고 있다.

“초신자 분들은 가르치는 대로 합니다. 목장모임이 너무 좋으면 초신자 분들도 목자를 꿈꾸게 되고, 교제와 사랑, 기도응답을 경험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겪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교회 안에서 세워야 한다는 목회 철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자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앙의 모범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를 그냥 다녀서는 안 되고 한 사람을 제대로 양육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체험을 해야 합니다. 그런 분들이 제자를 세워야 흔들리지 않고 성경에 있는 초대교회처럼 될 수 있습니다.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 낳는 삶이 우리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입니다.”

목사직을 포기할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김 목사는 “목회가 나의 삶이고, 쉼이고, 이 삶을 사는 것”이라고 고백하면서 “하나님의 제자 단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세우는 교회를 만들어가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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