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주민센터가 함께하는 돌봄사역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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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주민센터가 함께하는 돌봄사역 어떤가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7.2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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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악의 폭염, 갈 곳 없는 쪽방주민
방역 4단계, 소외 이웃들의 고통은 가중

주민센터의 정보와 교회의 자원으로 협력
“지역을 섬기는 교회 공공성 필요한 시기”

2021년 여름은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예견되고 있다.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열돔현상’ 때문에 2018년 폭염이 재현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서울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미 지난달 말 대구에서 첫 폭염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연일 다수 지역에서 폭염경보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때문에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더위를 피할 곳도 없는 사람들이다. 쪽방주민, 독거노인 등 소외이웃들은 방안으로 밀려들어오는 폭염에서 벗어날 방법이 거의 없다. 심지어 경로당, 무더위 쉼터들도 무더기로 폐쇄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4단계에선 교회들의 섬김 사역도 사실상 중단 상태다.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무언가 해야 할 때인데 방법이 없을까? 주민센터와 같은 지자체와 협력하는 돌봄사역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어 보인다. 

대조동루터교회는 코로나19 여파 중에도 지자체와 협력하며 주민들을 섬길 수 있는 사역들을 전개했다.
대조동루터교회는 코로나19 여파 중에도 지자체와 협력하며 주민들을 섬길 수 있는 사역들을 전개했다.

지자체와 협력, 시너지가 생긴다
지역 내 주로 홀로 사는 50~60대 남성들을 돌봐온 대조동루터교회(담임:최태성 목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운영 중이던 중장년 쉼터 문을 닫아야 했다. 그래도 기도할 수 있는 공간과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문은 열어두었지만, 말 그대로 돌봄사역은 거의 손을 놓았다. 그래도 혼자 사는 주민들을 조심히 찾아가 필요한 물품을 나누는 정도는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태성 목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더라도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분명히 조언했다. 특히 최 목사가 주목한 것은 주민센터와 연계하는 사역이다. 교회는 이웃을 위한 본래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주민센터는 공무원 힘만으로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은평구의 ‘그린모아모아사업’을 위해 교회 앞마당을 내어주었다.

“매주 목요일 4시간 동안 재활용품 8가지를 주민들이 가지고 옵니다. 저는 앞마당에 나가 인사하면서 분리수거 잘했다고 칭찬만 해도 좋아하십니다. 교회가 지저분하더라도 공간을 내어주고 허드렛일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다가가면 됩니다. 주민들이 교회를 좋아하고 인정합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졌지만, 이 교회에 대한 주민들 인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분리수거에 참여하면 20리터 환경봉투를 한 장 받는다. 재활용품을 이고지고 나온 적지않은 주민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다. 그 때 혼자 사는 주민들 안부도 묻고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그 일주일 4시간이 최 목사에게는 전도시간이다. 

최태성 목사는 주민센터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도 활동하면서 지역을 섬길 방법들을 발굴한다. 코로나 중에도 ‘동네골목극장’, ‘행복나눔행사’ ‘드라이브인 복지상담소’ 등으로 주민들을 섬길 수 있었다. 

“목사님 중에는 통장을 하는 분들도 여럿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남는 시간을 성실하게 봉사하면서 교회 이미지도 좋아지고, 주민들의 상황을 알고 심방할 수도 있습니다. 순수하게 섬기는지 사람들은 다 압니다. 생색내지 말고 섬기면 전도지 1만장 돌리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최 목사는 주민센터 역시 교회의 섬김사역에 대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자체 단독의 힘으로는 모든 주민들을 돌보는 것이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교회와 협력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지금 코로나 상황에서 교회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협력하면 시너지가 일어납니다. 얼마 전에는 장바구니 캐리어 150개를 나눠주라고 교회에 기탁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웃살핌이’로도 활동하는 덕분에 ‘화이자 백신’도 먼저 맞는 혜택도 있었다니까요. 주민센터와 함께하면 교회가 할 수 있는 사역이 많습니다.”

신생명나무교회 장헌일 목사가 쪽방에 사는 어르신들을 만나 대체식을 전달하고 안부를 묻고 있다.
신생명나무교회 장헌일 목사가 어르신들을 만나 대체식을 전달하고 안부를 묻고 있다.

교회가 지역사회 공공성 챙길 때
지역 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 노인대학 등 사역을 해온 신생명나무교회(담임:장헌일 목사)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노인대학을 운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회에서 하던 급식도 사실상 중단돼 대체식을 어르신들에게 드리고 있다. 

“이 분들은 지금 집에 갇혀있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우울증이 찾아오고 치매가 악화된 분들이 많아지는 것이 보입니다.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최소한의 어르신들이라도 시차를 두고 교회에 오실 수 있도록 했는데 방역기준이 높아지면서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던 장헌일 목사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다시 가더라도 어르신들 스스로 대체식을 받으러 나오도록 안내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대체식을 들고 직접 찾아다닌다. 또 숨이 턱턱 막히는 쪽방에서 나와 대화라도 할 수 있도록 부교역자 등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30년 동안 아들에게 맞고 살았다는 어르신의 자살 징후를 찾아내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을 받도록 도왔다.

다행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사역은 종교시설 방역지침에서 예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교회는 ‘해돋는마을’ 법인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범위에서 활동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할 수 있는 계기가 많다. 

장헌일 목사 역시 마포구 살기좋은마을 만들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기존에도 구청, 주민센터와 함께 뷰티봉사, 장수사진 전달, 나무심기 등 지역사회와 어르신을 함께 섬기는 사업을 전개해왔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회가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제안하고 싶은 방법은 교회가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지역을 섬기는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재정을 지원하더라도 이름을 내지 말고 성도들은 전문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역할도 많아지고 주민센터와 같은 지자체와 협력할 수 있는 길도 열립니다. 교회를 밝히지 않아도 주민들은 다 압니다.” 
이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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