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창조는 공동을 위한 것… “헛된 세욕에 빠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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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창조는 공동을 위한 것… “헛된 세욕에 빠지지 말라”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6.2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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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재산과 부에 대한 가르침(9)

재산과 부에 대한 3세기 이후 기독교회의 태도에 대해서도 여러 기록들이 남았는데, 이 점에 대해 좀 더 소개하고자 한다. 카르타고의 주교였던 키푸리아누스는 흥미로운 기록을 남겨주고 있다. 이방 신화와 관련된 연극을 하던 배우가 기독교인이 되자 이방신들의 이야기를 공연하는 자신의 직업을 포기했다.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이 때 교회는 형제애로 그를 도와주었다는 점을 기록하고 있다.

253년에는 야만인들이 북아프리카 누미디아(Numidia) 지방을 황폐하게 하여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이 때 카르타고교회 성도들은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고대 로마의 화폐 10만 세스터스의 자발적인 헌금을 모아 도와주었다고 한다. 또 카르타고와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전염병이 발발하여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이교도들에게까지 도움을 베풀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재앙을 당한 이들에게는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도움을 베풀었고 어떤 차별도 두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한 중요한 기록이 황제 줄리안(Julian, 331~363)의 언급이다. 그는 기독교를 반대하여 배교자 줄리안(Julian the Apostate)라고 불린다. 그는 갈라디아의 이방종교 사제인 아르사키우스(Arsacius)에게, “무신론자인 갈릴리 사람들(기독교인을 칭함, 필자 첨가)이 그들의 가난한 자들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가난한자들까지도 먹여 살렸다”고 증언했다. 그는 기독교를 배척하고 이교의 부흥을 의도하여 황제의 권위로 이교를 지원했으나 “이교의 제의(祭儀)는 가난한 자들의 복지에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그리스도인들은 이교도들과는 달리 교회 공동체 내의 가난한 자들을 도왔고, 부의 분배에 적극적이었다. 이런 삶의 방식은 이교도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왜냐하면 이런 보편적인 구제는 이방 세계에서는 낯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했지만 초기 교부들은 부의 합당한 사용에 대해 가르치며 부요와 헛된 세욕(世欲)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했다. 대체적으로 교부들은 “사유재산은 분쟁의 뿌리”라는 생각을 했다. 또 개인 재산 확보를 위한 투쟁은 원초적인 선한 질서, 곧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주신 몫을 파괴한다고 보았다. 위대한 설교가로 불리기도 하는 존 크리소스톰(354~407)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의 현명한 분배에 주의하라.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은 인간을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하나님은 태양과 공기, 땅과 물을 공동의 것으로 창조하셨다. …그의 은총은 형제들인 모든 인간에게 균등하게 분배된다. 보라! 관심을 가진 사물들이 공공의 것일 때는 분쟁이 없고, 모든 것이 평화로울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스스로 소유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할 때는 자연 스스로가 격분하였던 것처럼 분쟁이 야기된다. 하나님은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를 결합시키려 하지만, 우리가 공공의 물질을 독점(專有)하고 ‘내 것과 네 것’이라는 차디찬 언어를 사용함으로서 우리 자신을 분리하고 분열시키기에 광분한다. 그 때 그곳에는 분쟁과 분열이 있을 뿐이다.” 크리소스톰 보다 앞선 시대 인물이었던 가이샤리아의 바질(Basil of Caesarea, 329~379)은 아리우스 주의를 반대하고 니케야신앙을 고수했던 인물로서 부유한 지주 가문 출신이었다. 그는 이집트 수도승들의 급진적 금욕주의의 영향을 받아 그의 전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는 부자 농부에 관한 비유,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눅 12:18)에 대한 설교에서 빈궁한 이들을 도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혼자 간직하고 있는 것은 ‘강도요 도둑’이라고 불렀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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