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삶에 진심을 다하라
상태바
한 번 사는 인생,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삶에 진심을 다하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6.02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선명 교수의 전도서이야기 20 - “네 손이 일을 얻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전 9:10)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 두 가지뿐이라는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 전도자에게 “인생에서 변치 않을 것 두 가지만 말씀해주시지요”라고 질문했다면 무어라 말했을까요? 죽음을 1번으로 꼽는 것은 전도자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모든 사람의 결국은 일반이라 이것은 해 아래에서 행해지는 모든 일 중의 악한 것이니 곧 인생의 마음에는 악이 가득하여 그들의 평생에 미친 마음을 품고 있다가 후에는 죽은 자들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라.”(9:3) 

인간을 향해 무차별하게 악담을 퍼붓는 것이 아닙니다. 어리석고 악하게 평생을 살고, 뉘우치지도 않고 죽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인생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지요. 죽음은 압도적인 실체입니다. 의인으로 사는 것이 악인으로 사는 것보다 백만 배 낫습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의인이나 죄인이나 무력할 뿐입니다. 선하게 살고 신앙의 의무를 다하며 진심으로 맹세하며 살아봐야(2절)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삶을 제대로 알고 잘 살라는 것이 전도자의 가르침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으로 자주 인용되는 라틴어 경구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언급한 초대교회 교부가 있긴 하지만, 전도서의 강조점은 죽음을 의식하는 행동 자체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습니다. 죽음을 의식하는 만큼 오히려 삶을 더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지요. 삶이 아무리 허망하고 비루해 보여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희망이 있다. 비록 개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으면 죽은 사자보다 낫다”(전 9:4, 새번역) 강아지를 ‘우리 애기’라고 부르는 정서와는 천리만리 떨어진 문화 속에 살던 이스라엘인들의 귀에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라는 문장은 낯설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강한 표현을 썼을까요. “살아 있는 사람은, 자기가 죽을 것을 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다. 죽은 사람에게는 더 이상의 보상이 없다. 사람들은 죽은 이들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죽은 이들에게는 이미 사랑도 미움도 야망도 없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도, 다시 끼어들 자리가 없다.”(9:5~6, 새번역). 죽은 자에게는 자각도 자성도, 희망도 없습니다. 그러니 살아 있는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전도자가 꼽을 인생의 상수 제2번일 것입니다.

전도서의 이 가르침과 상통하는 또 다른 라틴어 경구가 카르페 디엠(carpe diem)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입니다. 고전문학에서 많이 쓰였지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 개봉)>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미국 명문사립고 영어교사 키팅 선생의 명대사로 유명해졌습니다. 오로지 아이비 스쿨에 가기 위해 지금 너희 인생을 포기하지는 말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전도자의 가르침에서 한 문장으로 부드럽게 녹아듭니다.“네 손이 일을 얻는 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 네가 장차 들어갈 스올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9:10, 개역개정) 여기 “네 손이 일을 얻는 대로”가 그냥 “네가 어떤 일을 하든지”(새번역)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본래 뜻을 잘 보여줍니다. 

인생의 덧없음이 좌절과 무력감으로 가게 하지 마십시오. 짧아도 소소해도 내 인생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자 기회인 이상, 내 손에 주어지는 일들에 진심을 다하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길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기쁨으로 먹고 마시며, 자신을 가꾸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인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일탈도 타락도 아닌, 이 땅에서의 우리 삶에 부여된 우리의 몫이기 때문입니다(7~9절). 유한자여, 오늘의 소중함을 기억하시기를.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