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소찬(尸位素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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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소찬(尸位素餐)
  • 송용현 목사
  • 승인 2020.08.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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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현 목사/안성중앙교회

‘시위소찬’이란 말은 한성제(汉成帝)때, 산동(山东)성 사람인 주운(周云)의 말에서 유래했다. 한무제가 자기의 파벌을 만들기 위해 스승인 장우(张禹)를 승상으로 임명했다. 주운은 장우에게 승상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한무제에게 자기의 의견을 밝혔다.

“지금 조정의 대신들은 중요한 직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직책을 다하지 못하고 헛되이 봉록만 타먹고 있사옵니다. 제가 모든 간신들을 처리할 수 있게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주운의 말을 듣고 난 한성제는 “누구를 죽이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폐하께서 물으신다면 저는 우선 재상 장우의 목숨부터 없앨 것이옵니다. 백성과 조정에 관한 일에는 관심조차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는 사람이기에 나라나 백성들에게 있어 후환일 따름이옵니다. 이런 사람은 죽어 마땅하지 않사옵니까?” 그 말을 들은 한무제는 발끈 화를 내며 사람을 시켜 주운의 목을 자르게 했다. 주운은 끌려가면서 “충신으로 살다 죽는 것에 만족하오나 조정이 이렇게 나아간다면 나라가 곧 망하게 될 것이옵니다”라고 소리쳤다. 주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일부 대신들이 황제에게 용서를 구했기에 주운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시위의 시(尸)는 시동(尸童)을 뜻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혈통을 이어 받은 어린 아이를 조상의 신위(神位)에 앉혀 놓고 제사를 지냈다는데 이 때 신위에 앉아 있는 아이를 시동이라 불렀다. 시위(尸位)는 그 시동이 앉아 있는 자리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시동이 신위에 앉아 하는 일 없이 조상 대접을 받듯이 아무런 능력이나 공적도 없으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시위라고 한다. 

소찬(素餐)은 공짜로 먹는 것을 말한다. 아무런 재능이나 공로도 없이 녹을 타먹는다는 뜻이다. 즉 시위소찬이란 능력이나 공로가 없어 직책을 다하면서도 자리만 차지하고 녹을 받아 먹음을 비유한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나라와 백성을 살피기보다는 자신들의 안위와 배만 위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사자성어 중에 우생마사(牛生馬死)란 말이 있다. 말은 헤엄을 잘 치지만 강한 물살을 이겨내려고 거슬러 올라가려다가 지쳐 물을 마시고 익사해 버린다. 그러나 소는 절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물살에 등을 지고 물살에 몸을 맡기고 그렇게 떠내려가다 얕은 물가에 오면 엉금엉금 기어서 나온다. 때로는 느린 것 같고 미련한 것 같으나 어렵고 힘들수록 거스르기보다는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나아가는 우직한 소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바울 사도는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를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지혜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자들을 택하셨으며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라고 권면하고 있다. 하나님께 쓰임받기를 원하는가? 어리석고 미련한 자가 되자. 그리고 약한 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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