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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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有備無患)
  • 송용현 목사
  • 승인 2020.03.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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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현 목사/안성중앙교회

≪서경≫의 <열명편>에 나오는 말이다. 또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어느 해 정(鄭)나라가 송(宋)나라를 침략하자 송(宋)나라는 위급함을 진(晉)나라에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진의 국왕인 도공(悼公)은 즉각 노(魯) 제(齊) 조(曹) 등 10여개 국에 이 사실을 통고하고 연합군을 편성했다. 진(晉)의 위강이 통솔한 연합군은 정나라의 도성을 에워싸고 송나라에서 철수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정나라는 재빨리 송, 진, 제 등 12 나라와 불가침조약을 맺었다. 북쪽 나라들의 이런 결속에 위협을 느낀 남쪽의 초(楚)나라가 정나라를 침공했다. 열세를 깨달은 정나라는 초나라와도 맹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합국측이 불만을 품고 정나라를 쳤다. 또다시 정나라가 화친을 요구하자 진(秦)나라는 마지못해 이에 응함으로써 싸움은 끝났다. 도공은 감사의 표시로 정나라에서 보내온 보물과 미녀들을 위강에게 보냈다. 싸움에 지쳐있을 그를 달래주려고 마음을 썼던 것이다. 하지만 위강은 선물을 되돌려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평안히 지낼 때에도 위태(危殆)로운 때를 생각해야 하고 위태(危殆)로운 때를 생각한다면 언제나 준비가 있어야 하며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居安思危 思危 則有備 有備則無患.’

요즈음 우리 사회가 혹독한 곤욕을 치르고 있다. W.H.O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선언함으로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패닉을 경험하고 있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더라면, 아니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었을 때, 국가 안전시스템과 메뉴얼을 보완해 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신앙인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의 삶속에서 소소한 행복과 감사가 별로 와닫지 않았던 삶이었고 주일날 예배당에 가서 예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렸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유비무환의 은혜를 체험하는 길을 영어의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썸씽(something), 낫씽(nothing), 에브리씽(everything) 곧 내가 ‘something-무언가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나는 ‘nothing-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nothing’ 임을 깨닫고 주께 간절히 구하면 하나님의 은혜로 ‘everything-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능의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한말 언더우드 선교사는 캄캄한 조선의 현실 속에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오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나이다.” 그의 겸손한 순종이라는 유비무환의 신앙이 이 땅에 하나님의 큰 은혜, 선교의 열매를 맺게 한 것이리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교회들은 예배에 대한 바른 성찰과 신앙의 유비무환을 다시금 곱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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