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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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시간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0.03.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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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을 하나 읽고 있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이라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의 부제가 더 의미심장하다. ‘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평균에 속지 말고 특별함을 발견하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의 신호를 차단하라고 한다. 사람들은 상식을 가지고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일정의 성적을 요구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어느 누구는 그 학교의 평가에 의하면 평균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에서 방해가 되는 인물일 수 있다. 그러한 평가에 휘둘리면 그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낼 수 없다.

그런데 그런 평가의 신호를 차단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몰입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미국 최고의 부동산 재벌이고 세계적인 회사를 거느린 바바란 코코란은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세계적인 부자가 된 이유를 말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애초에 점수로 경쟁해서 루저를 만드는 학교 시스템에서 발도 못 담궈보고 바로 쫓겨나게 되죠. 하지만 반대로 이것은 그 루저를 만드는 시스템이 조성하는 신호들을 애초에 차단해버릴 수 있는 큰 자유를 줍니다. 제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이유도 이 차단의 힘입니다.’

어쩌면 학교가 제공하는 수많은 과목을 평균적으로 잘 하고, 어른들이 맘에 들어 할 정도로 예절도 다 갖춘다면 그는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평균보다 조금 나은 사람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좋은 사람으로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누군가 이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을 깰 수 있는 천재가 나와야 사회는 진보하고 발전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사람들을 이 사회가 얼마나 용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이다.

신앙인들은 가끔씩 주변의 신호를 차단한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광야로 나아가 40일간 기도하셨다. 모든 관계를 끊고서, 사람이 없는 그 광야에서 온전히 하나님만 바로 보았고, 당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셨다. 또 예수님은 인생의 마지막에 겟세마네 동산으로 나아가셨다. 긴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는 정말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온전히 몰입하여 기도했다. 자신의 모든 일생과 고난, 그리고 인류의 모든 것을 건 기도는 주변의 그 어떤 것도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요즘 많이 듣는 말이 ‘격리’이다. 전염병 때문에 격리되는 사람들도 있고, 증상 때문에 스스로 집에서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다. 또 사람들 만나는 것이 불안하니 집에만 머문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비록 좋은 일은 아니지만 과열되었던 한국 사회와 교회가 자폐되는 시간이 되었다. 외부의 신호와 차단되어 온전히 하나님께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외부의 신호에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면 이 시간은 새로운 차원을 열어갈 수 있는 몰입의 시간이 될 것 같다. 한 번 쯤 깊이 광야로 나아가는 시간이 되어 개인적으로나 교회, 그리고 사회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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