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용-반값 시공’의 위험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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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용-반값 시공’의 위험한 유혹
  • 공종은 기자
  • 승인 2020.02.1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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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음향기기, 모르면 당한다
브랜드 제품 사용이 운용-비용에서도 유리
작은 교회에서도 시공 전 ‘음향 컨설팅’ 필요
 
목회자들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교회 음향기기 사기’에 대한 글이 심심찮다. 이사를 왔다고 하면서 인사하고 교회에 등록한 후 사기를 치고 잠적하거나, 일정 기간 이상 출석하면서 ‘반값 시공’, ‘교회 전용 장비’ 등으로 유혹하거나, 특정 교회에 기기를 납품하고 시공했다면서 판단을 흐리기도 한다.

그동안의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가장 기본은 새 신자 등록. 한 사람이 절실한 작은 규모의 교회를 주중에 방문해 목회자와 단독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놀이동산이나 방송국 음향 담당을 사칭한다. 이들의 경우 교회에서 사용하는 음향기기의 세팅이 전문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고 기기를 만져 실제로 소리가 더 좋게 세팅해 놓기도 한다. 이러면 목회자의 신뢰가 더해지는데, 기기 구입에 대한 전권을 맡기기도 한다.

본격적인 사기 작업은 신뢰 형성 이후. 아무 문제 없는 기기의 세팅을 조작해 잡음이 나게 하거나 소리가 안 좋게 들리게 한 다음, 칩을 바꿔야 한다거나 제품을 새로 구입할 것을 권한다. 상황에 따라 금이 필요하다고 하기도 하고, 기기를 만질 때 지문 방지를 위해 장갑을 끼기도 할 만큼 철저한 면도 있다.
 
우한별 소장은 시공사를 통한 작업을 강조하고, 작은 교회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 ‘음향기기 컨설팅’이라고 강조한다.
우한별 소장은 시공사를 통한 작업을 강조하고, 작은 교회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 ‘음향기기 컨설팅’이라고 강조한다.

# 음향기기도 ‘미끼 상품’ 많아

목회자들이 음향장비 사기에 걸려드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전문지식의 부재와 ‘싸게’ 사려는 욕심. 교회 형편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오히려 몇 배의 비용이 더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기 문제는 전화 한 통이면 간단히 해결된다. 하이테크예배신학연구소장(https://ihtwt.org) 우한별 목사는 “특정 놀이동산이나 방송국 직원을 사칭하면서 교회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전화로 근무 사실을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놀이동산이나 방송국에서 음향을 담당하는 전문 직원들의 경우, 평일에 교회를 돌아다닐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 귀띔한다.

또 한 가지의 유형은 저가의 제품 중복 구입과 이로 인한 금전적 손실. 목회자 개인이 직접 구입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싼 맛에 구입해서 사용하고 버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완성도 높은 제품 하나의 가격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고 시공 또한 음향 시공사에 맡기는 것. 우 목사는 “유명 브랜드 제품은 고장이 없기도 하지만, 고장이 발생했더라도 사후 서비스와 관리가 확실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교회에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맹점이 있는 것도 사실. 정교하게 모방한 가짜 제품이 상당히 많다. 분명 그 제품인데 생각보다 싼 제품이라면 가짜이거나 미끼 상품. “인터넷에 허위 매물을 올려놓은 다음 구입 문의를 하면 그 제품이 팔렸다면서 타사 제품을 권하는 방식인데, 미끼 상품을 올려놓고 판매하는 수법과 동일하다. 특히 마이크나 스피커 제품이 허위 매물이 많다. 인터넷 최저가 검색 가격대가 가장 많이 형성돼 있는 것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은 허위 매물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Shure’, ‘SM58’, ‘Sennhieser’ 등의 제품을 많이 모방하는데, 3만 원 정도의 중국산 제품을 15~20만 원에 판매한다.
 
# 제품 재사용-싸구려 부품 사용 많아
‘교회 전용 장비’라는 말로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전용(專用)’의 사전적 의미는 ‘남과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고 혼자서만 사용’한다는 뜻. 교회 전용이라면 오롯이 교회를 위해서만 개발된 제품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교회 전용 제품, 과연 있을까? 그리고 그 말을 믿어야 할까?
음향기기 전문가들은 “믿지 말라”고 말한다. 사실 그런 제품은 없다는 것. 일반적으로 강당이나 건물에서 사용하기 적합하게 생산된 제품을 교회용으로 판매하려는 마케팅일 뿐이라는 말이다.

‘반값 시공’은 가능할까.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활용’이나 ‘싸구려 저가 제품’을 사용한다면 가능하다. 우 소장은 “반값 시공이 가능한 경우는, 다른 교회에서 새 제품으로 시공하면서 버린 음향 기자재를 가져와서 새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제품을 도색하고 손을 본 후에 새 제품이라며 다시 사용한다. 케이블도 음향 케이블이 아니라 전기 케이블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눈에 보이는 부분에는 음향 케이블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는 전기 케이블로 공사해 속인다. 이런 경우에는 반값으로 시공을 해도 남는다”고 말한다.

이렇게 반값으로 시공하게 되면 교회는 비용 지출을 줄였다고 좋아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고장 나 수리하거나 기기 보강으로 인해 몇 배의 돈이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 작은 교회에는 파워드스피커
앰프나 스피커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교회에 한때 많이 소개되고 보급됐던 파워드믹서앰프. 흔히 말하는 일체형 제품으로, 파워앰프와 이퀄라이저, 믹싱콘솔 등이 내장돼 하나의 제품으로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교회 공간에서 흔히 발생하는 음향의 하울링과 왜곡 현상을 잡을 수 있는 기기를 넣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파워드스피커’의 사용을 권하기도 한다. “작은 교회들의 경우 파워드믹서를 사용하면 문제 개선의 여지가 좁아진다”는 이유에서인데, 소리 울림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 소장은 “예외적으로, 스피커 안에 앰프가 내장된 ‘파워드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이 예산을 절약하면서 소리를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강조하는데, 30% 정도 절약이 가능하다.

음향기기가 아무리 좋아도 교회에서 사용되는 장비의 내구연한은 7~12년 정도.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들과 비슷하다. 10년 사용을 맥시멈으로 보고 5년 정도 사용하게 되면 다음 음향장비 구입을 위한 적립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음향 세팅과 컨설팅
우한별 소장은 “디지털 믹서를 구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음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예배를 생각한다면 음향기기를 제대로 세팅하고 기기를 운용할 사람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향 컨설팅’도 꼭 필요하다. 작은 규모의 교회도 가능하다. 하지만 컨설팅을 받는 비율이 1%를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 “길게 생각하면 오히려 컨설팅이 비용을 더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특정 제품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도 지적한다. 좋은 제품이라도 우리 교회에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컨설팅이 필요하다. “음향기기 시공 후에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우 목사는 말한다. “컨설팅을 통해 자료가 문서화됐다는 것은 관련자들이 회의를 할 때 합리적인 토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 근거가 없을 경우 비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교회가 은혜로 일을 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고, 사용자만 그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분석된 근거로 제안을 받고 회의를 통해 결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고 강조한다. 
 

우한별 목사가 말하는 ‘점검-측정-조정이 필요한 경우’
 
교회의 음향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문제의 원인을 알기 어렵고 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잦은 하울링, 노이즈 문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장마철, 새벽 기도회나 금요 기도회 때 발생하는 하울링이나 노이즈 문제, 찬송가 반주기나 전자 악기를 사용할 때의 노이즈 문제로 예배가 방해받을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정확한 점검과 측정에 따른 문제 원인 분석을 하고 조정과 해결 방안을 제시받아야 한다.
 
# 뜨내기 업자의 등장
이럴 때 뜨내기 업자들이 방문하면 문제를 크게 부풀리거나 새로 만들고, 심지어는 정상적인 음향을 조작해 고장을 연출하기도 한다. 업체는 작은 단품 AS를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부풀려야 큰 공사를 딸 수 있기에 이런 방법을 쓴다. 이렇게 시스템을 다 바꿔도 음향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업체들은 물건만 팔아 이득을 취하는 데 목적이 있어서 기술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의 경우 실력 있는 큰 업체를 부르기 어렵기에 이런 뜨내기 업자들이 작은 교회를 소개받으며 농간을 부리지만, 교회가 이런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교회는 많기에 피해는 계속 늘어만 간다.
 

# 복합 고장의 문제

노후 된 시스템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 두 개 이상의 장비가 고장이나 여러 증상을 보이는 경우다. 이럴 경우 시스템의 전기 음향의 흐름대로 전체 음향을 일일이 점검을 해야 한다. 시스템 설계 도면과 경험과 실력이 있는 음향 간사가 있다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 규모 교회는 그렇지 못하다. 음향 간사가 있다 하더라도 장비의 노후화로 인한 복합적인 문제는 시스템 전체를 교체해야 할지, 아니면 수리를 해야 할지, 또는 부분 교체를 해야 할지 판단하기엔 쉽지 않다.
 
# 고장은 아니지만 자꾸 손이 타는 음향 기기
음향기기가 외부에 있거나 사람들이 접근하기 좋은 곳에 잠금장치도 없이 있으면, 아이들에 의해서나 조금 음향을 안다고 하는 분들에 의해 세팅이 틀어지기도 한다. 이러다 보면 주로 하울링이 쉽게 발생하고, 소리가 찌그러지거나, 쓸데없이 이팩터가 걸리거나, 어떤 스피커에 소리가 안 나거나, 반대로 너무 크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이테크신학연구소(https://ihtwt.org)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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