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그렸던 ‘2020년’…얼마나 실현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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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그렸던 ‘2020년’…얼마나 실현됐을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1.0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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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목표로 추진된 ‘비전’들 어떻게 됐나

군선교연합·KWMA 등 2020년 기한으로 목표 제시
한국교회 폭발적 성장 멈추며 대부분 달성 실패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나오던 2020년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2020년이라는 시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막연한 해였지만, 동시에 많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단체들이 이를 기준으로 목표를 제시하는데 사용됐다.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나오던 2020년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2020년이라는 시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막연한 해였지만, 동시에 많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단체들이 이를 기준으로 목표를 제시하는데 사용됐다.

1989년 KBS 2TV에서 방영됐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 ‘아이캔’이 아빠를 구하기 위해서 지구를 떠나, 행성에서 외계종족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는 당시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 속 ‘2020년’의 지구는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로 위기를 맞이한다. 암울한 미래상 속에서도 비행선을 타고 우주를 유영하고 음식 대신 알약으로 식량을 대체하는 등의 SF적 요소들은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만화에서처럼 2020년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상징적인 해였다. 비단 만화뿐만이 아니라 많은 기관과 단체들도 ‘2020’이라는 숫자를 활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비전2020’ 혹은 ‘타깃2020’ 같은 구호를 만들어 자신들의 목표를 제시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기관은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곽선희 목사)였다. 오랜 시간동안 ‘비전2020’은 군선교연합회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이밖에도 한국대학생선교회(대표:박성민 목사, CCC), 한국예수전도단(대표:김명선 간사, YWAM),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조용중 목사, KWMA) 등도 2020년을 의미 있는 해로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왔다. 

2020년이 도래한 지금, 각 단체들이 제시했던 2020년의 비전들을 다시 돌아보고,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을지 점검해봤다. 

 

“전 국민의 3분의 2를 성도화”

군선교연합회가 주창해 온 ‘비전2020 실천운동’은 논산훈련소 및 신변교육대의 진중세례식으로부터 태동된 운동이었다. 대규모 진중세례식을 통해 매년 수십만 명의 장병들이 세례를 받는 것에서 착안, 어떻게 하면 이들을 전역 후에도 성도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 운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1990년대 초부터 군선교 현장에서는 진중사례의 수세례자들이 전역 후 지역교회로 연결되도록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선교적 요청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군선교연합회가 한국교회 앞에 비전과 방향성 및 세부 선교 전략을 제시하고 선포한 운동이 바로 비전2020이었다. 

이 운동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은 전 합참의장 이필섭 장로였다. 그는 1996년 기준 한국교회 신자 수를 1,200만 명이라고 할 때, 매년 장병 22만명을 전도하여 세례교인으로 만들고 사회에서 세례 받고 들어오는 장병들이 최소 3만~5만 명이라고 보고, 매년 25만 명 기독 장병들을 사회로 환원하면, 2020년 기준으로 25년간 625만명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장로는 군 세례자가 부모, 친구, 배우자, 자녀 등 최소 3명 이상을 전도하면 625만명의 4배수인 2,500만명이 되고, 여기에 기존 신자 1,200만 명(당시 기준)을 합하면 32,700만 명으로 전 국민(당시 기준 5천만 명)의 75%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 돌아보면 비약과 모순이 많아 보이지만 이 계산에 한국교회는 크게 호응했다. 그러나 이 비전이 선포된 이후 연간 수세례자 22만명이라는 목표를 단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했고, 기독교인 수의 폭발적 증가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한국군선교신학회(회장:이종윤 목사)는 지난해 논문집 ‘군선교, 청년’에서 군선교연합회의 비전2020을 평가하면서 “이 운동은 90년대의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선교 연합 운동”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진중세례를 받은 기독 장병들과 군선교를 지원하는 후원교회와의 결연비율이 7%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변화하는 군선교 현장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비전2020실천운동이 시작되던 1990년대에는 하향식 전달이 가능했었다. 군선교도 군대처럼 상명하달식이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군선교의 지휘체계가 예전만큼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중략) 바야흐로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요청되는 시대이다.(중략) 청년 복음화를 위해 이제는 전도와 양육의 균형이 회복되어야 할 때이다.”

 

“100만 자비량선교사 파송”

KWMA는 지난 2006년 제16차 총회에서 2020년까지 1백만 명의 자비량선교사를 파송한다는 ‘MT2020운동(Million Tentmaker 2020 Movement)’을 공식 선포했다. 당시 KWMA는 2006년을 선교사 양성 원년으로 발표했는데, 자비량선교사 1백만 명 파송으로 세계선교의 중심국이 될 것을 다짐했다. 구체적인 지침으로 중보기도운동과 자비량선교사 양육 프로그램 및 세계적 전문인 선교 협력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평양대부흥 100주년이던 2007년에는 선교자원은행 설치와 선교사 발굴 및 훈련 시스템 개발 등도 연계되어 추진됐다. 

당시 KWMA는 2009년 성장기를 지나 2011년에는 전 세계 3만 명의 자비량 선교사를 파송하고 2014년 선교 폭발기를 거쳐 향후 3년간 전세계 10만명의 선교사가 활동하는 1만여 자비량선교공동체의 구축을 꿈꿨다. 그리고 2020년에는 1백만 명의 자비량선교사 파송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이들을 기초로 선교정병 10만 명을 2030년까지 양성하는 ‘타깃2030’으로 전환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청사진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현재 한국 선교계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선교사 파송 증가 수는 해마다 완만하게 감소했고 있고2016년을 기점으로 선교사 파송 증가 수 ‘0’을 기록했다. 당초의 계획에서 ‘전력투구기’에 해당하지만 더 이상 양적인 증가를 외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KWMA와 한국 선교계는 애초에 제시했던 목표를 조정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KWMA 사무총장 조용중 선교사는 “지난 몇 년간의 추세로 보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100만이라는 숫자는 상징성이 있다”며 “숫자에 대한 강조점은 물론 약해졌지만, 숫자는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선교사를 파송하자는 것에 누구도 반대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에 큰 몫을 감당하자는 결의자체만 가지고 간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 선교사는 “‘MT2020’ 혹은 ‘타깃2030’의 목표가 비단 숫자뿐이 아니다. 한국교회 선교동원과 연합훈련에 대한 자체평가나 전방개척선교에 대한 집중 등 세부 항목들은 그대로 진행한다”며 “초고속 성장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지만, 정체 현상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한국교회가 질적인 선교를 감당하자는 좋은 방향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목표 자체보다 중요한 것 ‘정체성’

한국CCC는 지난 2011년 현장 강화와 영적운동 강화를 위해 사역 구조를 개편하고 2020년을 향한 ‘비전2020’을 선포했다. CCC의 비전2020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영향력 있는 제자 2만600명 양육 △전 영역, 전 계층에서 사역하는 ‘평생순장’ 1만6,500명 육성 △미개척 캠퍼스 600개 개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2020년까지 매년 100명의 간사를 배출하고 신임간사들의 모금에 대한 장벽을 낮춰주는 ‘챌린지2020’도 진행해 오고 있다. 

CCC는 챌린지2020의 성취를 위해 도별 위원회를 설립하고, 매월 모임을 진행했다. 위원회는 모금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했고, 목표 모금액을 80%로 설정했다. 현재 이 목표가 완수되지는 않았지만 CCC가 대학 캠퍼스 선교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사역을 강화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YWMA도 2020년까지 △50개 나라 복음화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와 관문도시 130개 개척 △인구100만 이상의 미전도종족과 관문종족 160개 개척 등의 목표를 담은 ‘타깃 2020’을 제사한 바 있지만 명확한 결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CCC 설립자 고 김준곤 목사의 총재 특보를 역임한 김철영 목사는 “CCC의 경우 비전2020을 통해 아프리카 토고에 선교센터를 설립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목표 달성 자체보다 그 토대가 되는 단체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온라인을 강화하는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전략들을 개발해 나간 것이 목표 설정의 의미와 성과를 모두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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