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한국 기독교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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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한국 기독교의 과제
  • 승인 200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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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문턱을 넘어선 우리 사회는 지금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의 총선은 우리 사회를 온통 바꾸어 놓고 있다. 소수 여당이 다수 여당으로 바뀌었고, 탄핵으로 말미암아 야당들이 호되게 심판받았으며, 놀랍게도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자리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제3당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민주당과 자민련과 같은 어중간하고 불합리한 기초를 가지고 있는 정당은 뒤로 퇴출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50여 년의 정치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전체가 변하고 있는데, 우리 한국의 개신교 교회는 아직도 꽁꽁 얼은 동면의 상태로 한 발짝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우리 교회보다 한발짝 앞선 것을 보게 되었다. 이제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배워야 한다. 첫째로, 특별하게 눈에 띠는 것은 돈이 적게 들고, 불법이 적은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번 총선 이후 우리 사회가 탈권위주의 사회로 분명하게 방향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이제 총선 이후에 우리 사회가 겪게 될 주요 이슈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교회의 과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총선 이후 초미의 관심이 될 것이 한반도의 평화의 문제이다. 이라크 파병문제도 시급한 문제이다. 한반도 평화의 문제와 이라크 파병의 문제 모두가 평화와 안전의 문제이며, 이 둘은 미국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부시 정부는 우리에게 이라크에 파병할 것을 거의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그뿐 아니라, 북한을 위협하여 한반도 전체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동족의 생명이다. 이념이 우리의 생명을 지켜 줄 수 없다. 더 이상 우리는 우리의 피를 우리가 원치 않는 힘에 의해서 흘려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남북과 북미의 관계를 화해시켜야 하고, 이라크 파병은 우리를 위해서도 또 이라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교회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국을 무조건 지지하는 교회의 폐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은 한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교회는 미국에 무조건 동조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이익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근본주의적 교회신자들과 지도자들은 ‘한미동맹’, ‘좌익척결’을 계속해서 부르짖고 있다.

총선 이후 두번째로 대두될 주요 이슈는 신자유주의적 시장 만능주의 혹은 시장 절대주의의 문제이다. 신자유주의는 그야말로 ‘잔인한’ 삶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고로 가족들과 함께 동반자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 근본주의 혹은 시장 절대주의는 노동의 유연화를 가져왔는데, 이것은 노동자들을 쉽게 (유연하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정책을 말한다. 노동의 유연화는 노동자들의 생활을 위협한다. 한국의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언제 해고 될지 모르고 저임금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생활이 어려운 서민층이 확대되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일이 최대의 관심이며, 여기에 교회가 힘을 보태야 한다.

세번째로 북한 동포들과의 화해와 협력을 조성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의 보수세력은 북한의 민중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국가체제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는 담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민중과 상생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국가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평화와 화해를 정착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민중은 지난 50여 년 동안 남한의 민중과 다른 역사와 삶을 겪었다. 전혀 다른 체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경험을 존중할 뿐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타자를 무시하고 타자성을 파괴하는 것을 능가해야 한다. 타자가 가지고 있는 다름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통시적이고 공시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다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다름의 내용에 동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북한의 민중의 의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주체사상과의 진지한 대화가 교회일각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이제 한국 교회는 사회의 발전에 맞추어 질적으로 성장해야 할 때이다. 교회가 더 이상 이 사회에서 존재의 의미가 없거나, 비상식적인 집단으로 오해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부조리를 없애고, 사회의 발전에 앞서서 공헌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권진관교수/성공회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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