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만원 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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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만원 줘 보세요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06.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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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65)

“아이고 목사님! 괜찮으세요?” 

요 며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구요. 이젠 슬슬 마음이 불편해 지려고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저를 걱정해서 해주시는 말들이라 뭐라 할 수도 없네요. 오늘 이 이야기를 끝으로 저에게 “아이고~  목사님 괜찮으세요~~” 이 말을 하시는 분은 제게 일단 만원 줘보세요. 현찰부터 받고, 다친 눈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 우리교회가 공동체로 농사 짓고 있는 배 밭에 갔었습니다. 배 농사는 배 포장하는 걸로 거의 마무리 되는데요. 이제부턴 풀 베고, 가끔 농약을 쳐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배가 됩니다. 작은 열매로 있을 때 포장해 주면 끝이 나구요. 올해는 2만5천개쯤 포장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마무리 배 포장하러 간 날~ 우리 교회 유치부 꼬마들 7명이 자기 아빠를 따라 같이 왔습니다. 그 배 밭 뒷산엔 방방이라고(트램펄린) 2개가 설치되어 있었구요. 꼬마들이 그 방방이 안에서 노는데 제가 같이 들어가서 누워 있기도, 같이 뒹굴기도 했습니다. 사실 가만히 누워 산에 있는 나무, 새소리, 벌레 우는 소리도 듣고 싶었는데요, 에너지가 펄펄 끓는 유치부들이 있을 땐 그건 그냥 소망일 뿐이었습니다.

조금 큰 놈들이 깡패처럼 설치는 바람에 더 작은 꼬마들을 보호하러 방방이 안에 들어가 박동일, 김유정 집사 아들 (박하휼)과 이야기 하는 중에 김현소, 박정선 집사 아들 (김서하)이 뒤에서 저를 밀어 버린 겁니다.

그 순간 제 눈이 하휼이 머리와 부딪쳤고- 순간적으로 눈 옆이 밤탱이가 되어 버리던데요.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스크림 사러 갈까?” 하고 물으니, 아이들은 “네~” 하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약국은 5분쯤 시내로 차를 타고 나와야 있거든요. 내일은 주일이고, 다른 교회 집회도 있고, 세미나도 있고, 여러 사람 만날 약속이 많은데 ‘눈이 괜찮으려나?’ 하고 찾은 약국의 약사님은 “그냥 멍이 밑으로 내려옵니다. 특별한 약은 없구요. 멍 없어지는 약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야 낫는 거예요~ 그런데 왜 그러셨어요?” 하고 묻더군요. 

그래도 약을 좀 달라고 우겨서 먹는 약을 타 가지고 차 안으로 들어오자, 아이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놈은 울면서 목사님이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하셨는데 여기 아이스크림 가게가 어디있냐고 항의까지 하더라니까요. 결국 근처 맥도날드로 데려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다시 배밭으로 갔습니다.

거울에 비친 얼굴 오른쪽엔 약간의 혹이 달려 있구요. 이제 이 혹으로부터 시작해서 오른쪽 눈이 붓고, 멍든 얼굴로 주일을 맞이하는 제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토요일 오후부터 “아이고 목사님 왜 그러세요?” 이 말을 만나는 성도마다 하기 시작하네요. 아내와 우리 전도사님도 “아이고 목사님~~” 하는 건 똑같구요. 서하와 하휼이 엄마인 박정선, 김유정 집사는 울기까지 하며 제게 죄송하다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교회에서 키우는건 정말 잘하는거라 말해줬습니다. 

배 밭은 어떻게 할꺼냐구요? 그걸 뭘 물으세요? 계속 해야죠~~!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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