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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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가 필요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4.05 18: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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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제주4.3' 71주년 기도회 개최
▲ 제주 4.3 발생 71주년을 맞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개신교 기도회'가 지난 4일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렸다. 기도회를 주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제주4.3'이 발생한지 71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진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 슬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소망하며 기도회에 나섰다. 

‘제주4·3, 71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청산과 치유를 위한 개신교 기도회’가 지난 4일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최형묵 목사)와 인권센터(소장:박승렬 목사)가 공동으로 주관한 기도회에서는 이념의 칼부림으로 찢어진 제주 4·3의 상처를 하나님께서 어루만져 달라는 메시지가 선포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교회협 인권센터 이사장 김성복 목사가 전한 ‘제주 4.3민중항쟁과 드러난 진실’이라는 제목의 설교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김 목사는 먼저 “4.3에 무슨 이름 붙일까는 그간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였다”며 “제주민주항쟁은 국가권력에 의한 학살에 저항하려 했던 의거였다. 그것은 자주독립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궐기이자 정당방위였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이 자리에서 4.3이 일어나기까지 당시의 제주도의 상황을 설명했다.

“1947년 3월 1일에 제주에서는 3.1절 만세운동 기념하는 기념식이 거행됐는데 이때 3만 명 가까운 제주도민들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이때2500명 가까이가 검거되고 고문과 구타를 당합니다. 고문과 구타로 인해 공무원과 경찰도 파업에 참여하는 95%의 도민이 참여하는 파업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저항에 대해서 계속적인 탄압과 핍박이 있었으며 그것은 결국 1948년에 이르러 3월 6일 조천중학교 중학생 김형철이 고문 받다 죽는 사건, 3월 13일 청년 양은하가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민중의 저항과 경찰들의 엄청난 핍박 속에서 학생과 청년이 죽어가는 상황을 보고 제주도에 있던 350명의 사람들이 궐기를 해서 12개 경찰지서 공격한 것이 4월 3일이었고, 이날을 기하여 일어났다 하여 ‘제주4.3’이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김 목사는 이어 4.3의 한 가운데 의로운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음을 소개했다.

▲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태 해결에 나섰던 김익렬 9연대장이 좌천된 뒤 후임으로 온 박진경 연대장이 초토화작전으로 민간인들을 학살하자 그를 암살했던 문상길 준위와 손선호 하사로 추정되는 사진.

그런데 이때에 군대 향토군대인 9연대의 대장은 김익렬이라는 중령이었습니다. 이 김익렬 중령은 김달삼 의병대장을 만나서 담판을 짓고 평화롭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을 인질로 내어주는 신뢰를 위한 조치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태가 평화롭게 수습 되려는 찰나에 미군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조병욱을 비롯하여 미 군정 하에서 경찰로 일하던 서북청년단 등의 사람들 나서면서 평화로운 수습은 깨졌고, 김익렬 중령은 순천의 14연대로 좌천됐습니다. 그리고나서 이때 다시 제주 9연대를 맡은 박진경 중령은 사건 진압을 위한 인사말에서 ‘제주도민 30만명을 희생 시키더라도 이를 불사하고 탄압하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했습니다. 후에 그가 대령으로 진급한 날. 그가 잔치를 하고 술에 취했을때 문상길 준위와 손선호 하사가 박진경 연대장 처형합니다. 문상길 준위와 손선호 하사는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재판정에서 두 사람은 판사에게 사형 언도를 부담갖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이미 상관을 죽일때 죽음 각오한 사람이다. 이 땅에서 재판 받지만 박진경도 죽고 나도 죽을 것이고 판사도 죽을 것인데 하늘에서 당당히 재판 받을 날 있을 것’이라고 최후진술을 합니다. 이런 기독교인이 있었음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감동 받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게 있어 제주4.3은 결코 웃는 얼굴로 내세울 수 없는 아픈 이름이다. 김 목사는 4.3 당시 민중들을 상대로 잔인한 진압에 나섰던 ‘서북청년단’을 언급하며 한국교회가 부끄러운 역사 앞에 회개하고 치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은 이 당시에 서북청년단이 얼마나 잔혹한 일을 했는지 알 것입니다. 이윤도라는 경찰은 서북청년단원이었는데, 무고한 사람을 칼로 찌르고 눈이 튀어나온 여자에게 매달리는 아이를 또 다시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게 싱거웠는지 몽둥이로 때려 죽였습니다. 칼이나 창으로 찔러 죽이고 밟아 죽이고 물에 빠뜨려 죽이고 목을 잘라 죽이고 허리를 잘라 죽였습니다. 포탄을 터뜨려 죽이고, 독약을 먹여 죽이고 굶겨 죽이고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였습니다. 구덩이를 파게 하고 생매장도 했습니다. 나무에 목메달아 죽이고, 나무에 묶어놓고 죽였습니다. 굴 입구에 연기를 피워 피신한 주민들을 질식시키고 죽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뺨을 때리도록 시킨 뒤 총으로 쏴 죽이고 여자를 강간하고 죽이는 건 부지기수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로 하여금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낄낄 거리며 총으로 사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게 서북청년단이 한 일입니다. 그 서북청년단을 만든 사람이 한경직 목사라는 사실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이 시간에 한국교회를 대신해 제주의 모든 영령들에게 참회의 말씀과 용서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잔인무도한 서북청년단. 그 비극적인 역사에 우리 기독교가 엄청난 죄를 범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 제주 4.3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현장을 찾아 진압군을 격려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당시 미군군정은 자주독립을 열망하는 우리 국민의 염원을 외면한 채 이땅을 지배하려고만 했다”며 “이제 미국 대통령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제주의 진실을 드러내고 민주항쟁으로 당연한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진실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질수 있기를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한다”고 전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참석자들 전원이 함께 부활의 주님께 “제주 4.3의 십자가를 넘어 부활의 언덕을 향해 우리 모두 함께 걸어가게 해 달라”는 내용의 공동기도를 드렸으며, 사단법인 제주4.3범국민위원회 박진우 집행위원장이 ‘현장 증언’에 나섰다. 기도회는 제주NCC 김인주 총무의 축도로 마쳤다.

한편 교회협은 지난해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양조훈)과 업무협약을 맺고 △역사적 진실에 대한 이해의 심화 및 확산 △분단과 냉전을 넘어 화해와 상생을 추구하는 평화교육 △국가 차원의 법적 인도적 조치 강구 △집단적 정신적 외상증후군 치유를 위한 노력 △국내외 평화기행 프로그램 운영 등의 노력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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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2019-04-07 08:42:41
역사적 사실(진실)은 하나인데
관점(이념)에 따라
너무 극과 극으로 대응함을 보게 되네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관점(이념)이 복음(성경)을
앞서는 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대중적인 이념의 차이는 그렇다 쳐도
그리스도안에서도
이념의 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음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마치 이념의 뿌리가
복음의 뿌리보다
더 깊이 심겨져 있는 것 같아서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