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어떤 이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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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는 어떤 이웃일까?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8.12.2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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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담임목사.

몇 해 전 크리스마스 예배시간이었습니다. 거의 100여명 되는 성가대가 멋진 연주팀과 더불어 크리스마스 칸타타 찬양을 하고 있는 시간이었고, 예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 안에서 누군가 묻고 있었습니다. 분명 예전 기도할 때 몇 번 들었던 그 주님의 음성은 아니었지만 제 안에서 누군가가 분명 묻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낮은 자를 위해 이 땅에 오셨는데 너희는 낮은 자와 함께 하는 축제냐? 너희들끼리 좋은 거냐?” 이 말씀이 들리며 제 마음이 얼마나 쓸쓸해졌는지요.
제가 그때 잠시 기도했습니다.

“주님!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이런 우리들만의 축제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우리 교회는 성탄주일 3부 예배가 끝난 후 성도 800여명과 교회 근처 원종동시장을 방문해 ‘크리스마스 플래시몹’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사 당일 성도들은 시장 끝까지 일렬로 서서 찬양을 하고, 물건을 사기도 하며 그분들의 손을 잡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유튜브에 올라가 있는 ‘원종동시장 크리스마스 플래시몹’이 바로 그 때 찬양했던 순간이기도 하구요.

언제든 선한 일을 하면 낙심할 일도 같이 생기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했다고 우리 교회가 칭찬만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칭찬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그 시장 상인들 중 몇몇 분은 성만교회가 찾아와서 노래만 불러주고, 다른 가게 물건은 팔아주면서 우리 물건은 팔아주지 않았다는 말을 하더랍니다.

올해는 부천시기독교연합회에서 지역 내 19개 재래시장에서 동시에 크리스마스 플래시몹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이 있기도 했구요. 울산, 하남, 부산 등등 전국에서 교회들이 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예전엔 크리스마스가 되면 새벽송을 부르며 이집 저집을 돌기도 했는데요. 이젠 그마저 추억이 되고 말았지만, 우리는 가게마다 들어가 그 추억을 가지고 캐롤을 부르고, 물건을 사드리고, 우리가 미리 준비한 선물을 가게 사장님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드렸습니다. 

각 상가마다 우리 교회는 각 조별로 나누어서 선물을 할 대상이 몇 명인지, 연령층이 얼마인지 꼼꼼히 준비했구, 우리 교역자들도 혹 미처 준비하지 못한 조를 지원하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했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도 조금은 이웃과 함께 하는 따스한 크리스마스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재래시장에서 캐롤을 불러주고, 그분들의 손을 잡아주는 교회들이 점점 늘어가는 소식이 들려옴에 감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말을 하신 분이 계시는데요. 저는 “크리스마스에 우리 그리스도인만 재밌으면 무슨 재민겨~!”라는 말을 하고 싶구요. 재래시장에서 그분들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축제도 나름 재미지거든요.

혹 이 글을 읽은 그리스도인이시라면 우리 동네 재래시장에서 함 해보시는 건 어떠실지요? 하시면요?  “고거 괜찮네, 은혜 되는데~~” 하는 마음 꼭 드실 겁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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