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민족의 ‘희망’ 견인한 3.1운동 정신 계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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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민족의 ‘희망’ 견인한 3.1운동 정신 계승해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0.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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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1운동 100주년…한국기독교학회 ‘3.1운동’ 조명

1919년 3월 일제의 억압을 받던 우리나라 민중들의 입에서 “대한독립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제의 무단통치에 대항해 자주독립을 외치던 3.1운동은 서울을 비롯해 평양·정주·원산 등 전국으로 확산했고 남녀노소·지역·계급·이념 등의 경계를 넘어 한민족을 하나로 결집시키며 민주공화국 수립의 단초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초교파적 연대를 꾀한 기독교가 있었다. 3.1운동 전개 당시 한국의 기독교인이 20~22만으로 전 국민의 1~1.5%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16명, 1919년 6월까지 투옥된 9458명 중 2087명, 대부분의 여성 투옥자가 개신교인이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국내 신학자 3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기독교학회는 지난 12~13일 열린 제47차 정기학술대회 주제를 ‘응답하라 1010: 3.1정신과 교회의 미래’로 삼고 한국교회가 계승해야 할 3.1운동의 정신과 의의를 살폈다. 이 자리에선 관련 연구논문 39편이 발표돼 특히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3.1운동이 지니는 가치를 돌아보고 한국교회의 성찰과 실천과제를 짚어보는 의미 있는 담론이 형성됐다.

3.1운동의 숨은 주역 ‘교회’
3.1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천주교·불교 등 다른 종교의 역할도 물론 컸지만 제일 적극적으로 주도한 곳은 기독교였다. 그래서 가장 많은 희생을 당한 곳도 기독교였다. 그런 점에서 3.1운동은 한국기독교 역사상 대표적인 민족독립운동이자 신앙운동으로 평가 받는다. 나아가 힘없는 백성과 기독교인들이 앞장선 3.1운동은 인류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식민통치의 무력에 ‘비폭력’ 저항으로 맞섰다는 점에서 최선의 구국항일운동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3.1운동의 신앙적 유산은 무엇일까.

‘3.1정신과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이란 제목으로 강연한 연세대 최재건 박사는 우선 “기독교인들에게 독립운동은 신앙의 확신을 선언하고 행동화한 것”이라며 “한국기독교가 3.1운동에 참여한 동인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나라 사랑(애국) 정신’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 당국은 교회를 반일혁명의 온상으로 인식했고 조선총독부는 교회의 집회·전도·설교·성경연구·기도회까지 단속하며 종교의 자유를 위축시켰다. 그럼에도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믿으면 나라와 민족도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한국교회는 이후 대한민국의 건국과정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재건 박사는 “독립선언서에 나타난 자유·민주·정의·인도·생존·존영·평등·평화의 정신을 두루 갖춘 기독교 사상은 사실상 건국정신의 기초가 됐다”며 “이런 정체성에 따라 한국의 기독교회 인물들은 독립협회 만민공동회의, 신민회,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획득하기 위한 건국의 노력 기저에 기독교이념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와 함께 종교간 타협과 양보로 일군 ‘연대’ 역시 한국교회가 물려받아야 할 3.1운동의 신앙유산으로 강조됐다. 독립운동을 준비하면서 기독교는 내부 교단들끼리는 물론, 천주교와 불교 등 타종교와의 접촉을 통해 종교계의 연합을 이뤘다. 서로 다른 교파와 종파가 모이면서 종교적 갈등이 없진 않았겠지만 나라를 찾을 수 있는 기회에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죄라는 생각으로 이들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최재건 박사는 “작금의 한국교회 공신력이 기독교인이 1% 남짓이던 100년 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이때 꼭 되새겨야 할 점”이라고 부연했다.

민족의 아픔 어루만진 ‘사회선교’
3.1운동 이후 한국교회는 사회복지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3.1운동과 복음의 사회참여’란 논문을 발표한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김종선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한국 민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동력은 사회에서 복음이 힘을 지녔기 때문”이라며 “이전까지 행해진 문서 및 의료선교를 통해 민중들은 기독교를 신뢰할 수 있는 종교로 받아들였다”고 언급했다. 이에 3.1운동 직후 기독교의 사회참여 양상을 △계몽운동 △농촌운동 △절제운동 등으로 구분했다. 3.1운동 이후 일본이 강압적 통치대신 문화통치를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게 개신교가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것은 농촌문제였다. 농촌은 일본의 식민지 수탈이 집중된 곳이어서 붕괴현상을 겪고 있었다. 장로교와 감리교, YWCA는 농촌부를 설치하고 생산 증대를 돕는 동시에 계몽운동을 전개했다. 야학이나 글방을 운영하면서 문맹퇴치에 앞장섰고 농촌 관련 정기간행물을 발행했다. 뿐만 아니라 희망을 잃고 많은 사람들이 술에 빠지거나 방탕한 생활을 이어갈 때 교회는 금주·금연·소비절약·저축 장려 등의 절제운동을 펼쳤다. 선교사와 교회가 요양원을 만들고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면서 결핵예방과 치료를 선도하기도 했다.

김종선 교수는 “3.1운동을 이끈 기독교는 민족의 희망이었다. 복음은 곧 한국의 해방이었고 그렇게 길거리에 나가 일본의 무차별 총격 앞에 희생당했던 대가로 한국의 기독교는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성장과 부흥을 얻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요즘 한국의 기독교는 과거 3.1운동 전후에 보였던 민족종교의 모습을 잃고 있다. 산업화 물결에 편승한 기독교가 어느 순간부터 복음은 ‘민족’이 아닌 ‘성공’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며 “교회는 위기에 처한, 긴장과 불안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1운동에 나타난 기독교적 정신과 한국교회 선교에 대한 함의’란 논문을 발표한 부산 장신대 황홍렬 교수도 “과거 사회운동을 통해 농민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데 앞장서온 교회는 현대사회에서도 재벌개혁, 비정규직 파별 철폐,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여성차별 금지 등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가야 한다”며 “그럼에도 교회 내 성차별, 가부장주의 등 비민주적 요소가 산재해 다음세대가 등을 돌리고 있다. 가정과 학교, 이웃에서 폭력을 줄이는, 공적영역에서의 평화선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기독인들의 활약 이어가야
한편 3.1운동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여성 기독교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3.1운동을 이야기할 때 유관순 열사가 떠오르는 것도 기독여성의 공헌이 지대했음을 상징한다. 이화학당·정신여학교·배화여학교 등 기독여학생들은 비밀리에 3.1운동을 준비했다. 교단 여전도회를 중심으로 조직력을 갖춰 나가던 기독여성들은 만세운동이 소강국면에 들어갈 무렵에는 ‘대한애국부인회’를 결성하며 임시정부를 지원했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국내 연통제를 운영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했는데 이 같은 여성모임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여성들의 교육을 주도한 것도 선교사들이었다. 조선총독부는 한국 여성들의 중등교육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3.1운동 여성 참여의 신학적 의미’란 논문을 발표한 Garrett Theological Seminary 정화영 교수는 “3.1운동의 여성 참여는 다른 누군가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독학교 교육을 통해 여성들이 역사의 주체로서 자신감을 갖고 다분히 자발적으로 행한 것이어서 더욱 뜻 깊다”며 “가정에 국한됐던 여성의 사회적 영역이 국가적 영역으로 확장됨은 남녀 모두가 평등한 제자들이었던 초대교회의 혁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3.1운동에 참여한 기독 여성과 한국교회 여성교육 과제’란 논문을 발표한 성결대 박은혜 교수 역시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제한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독여성들이 독립운동에 동참한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현재 한국교회의 남성 교역자는 85% 이상이고 여성 교역자는 15% 내외다. 그러나 전체 기독교 인구의 약 60~70%가 여성 평신도”라며 “한국교회 안 여성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여러 일을 감당하지만 정작 여성리더십은 부재하다. 이들이 사명을 잘 감당하도록 하는 적절한 교육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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