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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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과 정치
  • 승인 200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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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기독교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교회나 성도가 법의 보장을 받지 못하거나 형평성에 위배돼 불이익을 당하는 법조항이 많다. 그런가 하면 불교의 경우는 문화재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는 일이 많이 있다. 국립공원에 들어갈 때 사찰관람료를 통합해 징수한다든지, 문화재라 하여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사찰을 보수관리하게 하는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국가에서 주일에 실시하는 각종 시험 때문에 주일성수가 위협받고 있으며, 심지어 예·체능 대학 입학 실기고사를 주일에 치르는 학교가 많아 신실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제한을 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건축법엔 종교시설이라는 것이 없고 문화집회시설로 되어 있어, 교회를 건축할 때 문화집회시설인 영화관 같은 건물의 주차장 확보율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실제 용적률이 있어도 그것을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작게 지을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기독교에 불리한 법 조항이 많아도 해결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회의원 270여 명 중 116명이 기독교인이며 각 지방자치 의원들도 같은 비율인데도 기독교에 불리하게 제정돼 있는 법을 고칠 수가 없다. 하나님의 법보다 정당정책과 당리당략이 우선이고, 자신들의 표를 의식해 몸조심을 하느라 앞장서는 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4.15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독교인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분분하고 각 단체들은 소신을 밝히느라 회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것은 기독교 정당에 뜻을 둔 지도자들이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과 정체성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목사가 더러운 정치판에 끼어들려고 하느냐”며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알기로는 목사가 국회의원이 되려는 게 아니라 기독교인 중 지명도가 높고 신실하고 덕망 있고 실력 있는 평신도들을 공천해 기독교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되게 하여 다른 당에서 받아주지도 않고 심의하지도 않는 기독교에 필요한 법 제정을 발의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당에 소속돼 눈치를 보던 국회의원들이 신앙양심에 따라 그 법제정에 찬성표를 던지면 얼마든지 기독교에 불리하게 제정돼 있는 법조항을 개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기독교 정당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주장하거나, 기존 정치판이 너무 썩어서 국민들의 원성이 많은데 그 더러운 정치판에 기독교가 뛰어들게 되면 비 기독교인들이 나쁜 인식을 갖게 돼 영혼 구원과 하나님 나라 확장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반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가 짧은 이유로 기독교에 불리하게 제정돼 있는 많은 제도와 법을 고쳐서 하나님 나라 확장에 유익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비 콕스의 세속도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독교 신앙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그 속에서 영혼을 구원하는 절대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물론 세속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지금 기독교에서도 이번 4.15 총선에서 깨끗한 정치를 위해 정직하고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자고 하고 있으나 정직하고 실력 있는 것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필요한 것은 별개다.

현역 국회의원들 중에도 나름대로 믿음이 좋고 실력 있는 기독교인이 상당수 있지만 과연 그들이 영혼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신실한 성도들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정당이 절대 필요하다. 그래서 영혼 구원과 하나님 나라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많은 법조항을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

이번 4.15 총선에는 개인 투표와 정당 투표가 있는데 우리 기독교인들은 정당 투표만은 기독교 정당을 꼭 찍어줘야 비례대표라도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 이 일에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자신이 목회하는 데 걸림돌이 없다고 하여 이 일을 외면하거나 반대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기독교는 알게 모르게 많은 법의 피해를 보고 있다. 기독교 정당을 주장하는 사람은 이 나라의 정치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된다. 정치는 절대로 깨끗해 질 수가 없다. 물론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혼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목회자들은 절대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지 말자. 어려워도 한 알의 썩어진 밀알이 되라. 이제 우리나라 기독교도 이 일에 힘을 모을 때이다.

황규식목사/수지산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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