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위기는 실존…선교단체, 위기 대응 매뉴얼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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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위기는 실존…선교단체, 위기 대응 매뉴얼 갖춰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3.0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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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MS, 한반도 위기 시 선교단체 대응 논의
소통 창구 유지, 중요서류 보관 다변화 필요
쉽고 빠른 대응 돕는 ‘비상계획’ 마련해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감돌던 평화분위기도 잠시, 남북 사이에 다시 긴장감이 감돈다. 임기 초부터 강경발언을 쏟아냈던 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단독 제재를 언급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올림픽 폐막식 참가를 계기로 방남하면서 남·남 갈등마저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을 포함한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여파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대한민국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서울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행정체계 대부분이 마비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반도가 휴전 상태에 놓여있는 만큼 선교단체 역시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위기관리재단(사무총장:김진대 목사, KCMS)은 지난 26일 서울침례교회에서 ‘선교현안 긴급진단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한반도 위기 시 선교단체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안보 위협, 외면해선 안 된다
KCMS 대테러센터장 윤민우 교수(가천대)는 ‘패권 충돌과 한반도 안보환경’이라는 주제로 주변국들의 정세를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SLBM과 ICBM 등 북한이 최근에 구축한 군사력과 북한이 지향하는 국방전력구축의 추이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대북 안보전략 틀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분명하고 실존하는 위협을 던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안보 현안들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국가안보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선비형은 국가안보를 국가 최소한의 생존유지 수단으로 매우 협소하게 이해한다. 반면 전사형 국가안보 관점은 매우 현실주의적이고 세력투사적인 특성을 가진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북아 주요 국가들이 전사형의 특성을 보인다는 것. 주체사상 3대 세습 체제의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미국 역시 힘의 논리를 앞세운 전사형 국가안보관을 갖고 있다.

윤 교수는 “오랜 우방인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해나가는 동시에 적극적인 군사옵션까지 선택지에 올려두고 안보 정세 주도권을 쟁취해야 한다”며 “극단주의 국제 테러리즘과 북한이라는 거대한 적을 눈앞에 두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위기 발생 시 선교단체는 어떻게?
국제단체 사례발표에서는 SIM선교회 김경술 대표가 한반도 위기상황 발생 시 대응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 대표는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 유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소통 창구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연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공연히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며 “하지만 발생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해도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행정을 맡고 있는 본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선교단체가 준비해야 할 위기상황 대비 체크리스트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위기상황이 발생하기 전 징후로 선전포고·전쟁에 준한 군의 비상 경계령 발동·미군 가족의 철수·외국대사관의 자국민에 대한 특별공지 발령 등을 꼽으며 “이런 징후를 포착했을 때는 즉시 비상체제로 돌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징후가 포착되면 대응은 필드에 있는 선교사들의 위치파악으로부터 시작된다. 각 필드에 있는 담당자와 긴밀히 소통해 사역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선교지를 무단이탈해서는 안 되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에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 비상 물품과 현금을 충분히 준비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기상황이 발발했을 때는 소통 유지가 최우선이다. 김 대표는 “원래 사역을 유지하되 사태 추이에 민감해야 한다. 기민한 대처를 위해서는 소통 창구 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사역하는 외국인 선교사의 경우 파송 본국과의 연락망도 이어져야 한다.

소지하고 있는 자료를 분류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는 “중요한 서류는 원본과 복사본을 나눠서 보관하고 그 외의 서류는 대표의 최종 확인을 거쳐 폐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SIM선교회의 경우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서류, 세무 관련자료, 인감자료 등은 원본을 대표가 보관하고 사본은 호주 혹은 싱가포르 본부에 전송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고국의 상황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우리의 생명을 붙들고 계신 하나님의 손길을 신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악의 경우’ 대비한 비상계획 수립해야
위기관리와 운영을 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ning, CP) 수립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비상계획은 위기 발생 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수립하는 것으로, 성급한 판단으로 인한 잘못된 결정을 미연에 방지하고 효과적인 초동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KCMS 위기관리연구소 도문갑 소장은 “비상계획을 수립하면 무방비 상황에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최선의 의사결정을 통해 위기의 개연성과 영향력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비상계획은 위기 예측을 바탕으로 수립된다. 먼저 ‘어떤 위기에 대한 대책인지, 잠재 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고려하고 심층적인 분석과 평가 절차까지 명시해야 한다. 우선순위에 따라 영역별·실행자별·시간대별 행동 지침을 문서화하고 순차적으로 수행 가능하도록 작성된다.

도 소장은 비상계획 수립 시 유의사항으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만들라 △대처할 위기상황을 철저하고 완전하게 가정하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 등을 꼽으면서 “선교단체 대표와 위기관리 책임자는 반드시 비상계획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최소 1년에 한 번은 비상계획에 따라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상대책은 위기대응을 위한 기초와 골격을 제공하는 것일 뿐 상식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비상시의 대응, 위기관리의 열쇠는 위기대응 원리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며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강의 후에는 김진대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비상계획 작성 실습 워크숍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위기관리 정책과 지침, 원칙들을 확인하며 비상계획을 직접 수립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참가자들의 요청에 따라 한반도 급변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 가이드북’을 발간해 선교단체의 위기 상황 대응을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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