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선거풍토가 개선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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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선거풍토가 개선되지 않으면
  • 승인 2003.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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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시절에 ‘땡, 전!’이라는 말이 있었다. 아홉 시 시보가 울리고 TV의 종합 뉴스가 시작되면 첫 머리에 당시 대통령이 등장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것이다.

요즘은 ‘땡, 대선자금수사!’라는 말이 생기지 않나 싶을 정도로 대통령 선거자금 수사에 대한 보도가 연일 톱을 장식하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가 하나의 스캔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거풍토 개선을 위한 바람직한 진통이 되어서 금권선거가 사라지거나 적어도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보도를 대하면서 교계 선거풍토가 꼭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새로워진다.

교계 선거풍토 정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회가 선거풍토의 변화를 위해 이렇게 아픔을 겪고 일종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교계의 선거풍토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타의에 의한 제재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교계는 바람직한 선거풍토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장로교 합동측이 제비뽑기라는 획기적인 방법을 채택하여 정착시켰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제비뽑기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나, 감리교가 이번 입법 연회에서 선거법을 대폭 강화한 것이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총회장 당선 가능성이 있는 교역자들이 총회장이 되기 싫어서 총회 때 잠적해 버리는 교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면서도 총회장 출마를 끝까지 사양하고 은퇴한 교역자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문제가 많이 있고 자랑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교회의 선거 모습이다.

선거자금 문제로 지금과 같은 홍역을 겪고도 계속해서 돈으로 표를 팔고 사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 나라는 정말 소망을 갖기 어려운 나라가 된다.

교회는 사회보다 더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교계는 선거에서 금전적인 문제로 인한 추문을 청산하는 동시에 더 차원 높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선거 브로커들은 축출되어야 하며 지연과 학연에 매이지 말아야 하고 서로 양보하고 추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깨끗하게 최선을 다하였으면 패하고도 의연하고 승자에게 축하의 악수를 청하며 그런 패자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성령의 인도를 구하며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모두가 지녀야 한다.

사사기 9장에는 나무들의 선거이야기가 나온다. 나무들이 왕을 뽑으려 할 때 먼저 감람나무에게 갔더니 감람나무는 나의 기름을 가지고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스럽게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사양하고, 무화과나무에게 갔더니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가지고 만족한다며 사양하고, 포도나무에게 갔더니 포도나무는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를 가지고 만족한다며 사양했다는 내용이다. 무조건 사양하는 것이 전적인 미덕은 아니지만 참 흐뭇하게 들리는 이야기이다.

교회의 큰 선거는 가을에 열리는 총회에서 각 교파의 책임자를 선출하는 것이고 봄의 노회, 지방회, 연회에서도 각종 선거가 있다. 내년 봄 교계의 선거는 무엇인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힘쓰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번 연말에 교회 안에서 각 직분을 선출하는 일부터 공정해야 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늘밤에도 대선자금 수사소식을 대하게 될 것이다. 떳떳한 마음으로 그 보도를 대하고 ‘교회를 본받았으면 저런 일이 없었을 터인데’ 할 수 있는 그런 선거풍토가 교계에 정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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