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선교정책으로 그릇된 기대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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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선교정책으로 그릇된 기대 없애"
  • 승인 200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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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제 오곡 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지나가고 있겠네요. 해마다 이때쯤이면 찬 바람한번 들여 마시고, 이가 시릴 만큼 시원한 배한쪽 깨물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감동적인 전장포교회의 헌금으로 건축을 시작한 꿀루룬교회가 지난 우기 세달 동안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교인들을 이번 기회에 철저히 교육시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개척하고 돌보는 9개의 교회중에서 챠드 사람들 공동체가 제일 헌신도가 떨어집니다. 자기 나라를 떠나 외국에 살기 때문에 감수해야하는 여러가지 고통과 가난의 문제들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성전건축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의 기회인지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돈이 아니어도 노동으로 봉사하게 했고, 교회 제직들에게도 건축헌금을 독려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작정한 건축헌금이 4백만원인데 이것이 다 모일 때까지 계속해서 밀고 땅기기를 하면서 교육할 생각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선교사가 건물 다 지어주고, 자기들의 필요한 것을 모두 공급해 주길 원하지만 저희가 카메룬에서 세운 선교정책은 ‘자립선교정책’이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 생기는 그릇된 기대와 이를 바로잡으려는 긴장이 있습니다.

다행히 교인들이 이제는 이러한 선교정책을 이해해 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재 교회 월세, 현지인 목회자 주택비 보조, 전기, 수도요금 등을 자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마음이 지쳤고, 게다가 벌써 말라리아로 4번 자리에 눕게 되어 건강에도 자신을 잃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달간 ‘이제 선교지를 떠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후원교회와 동료 목사님들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이번 텀을 잘 마치고 선교지를 떠나야지’ 다짐을 해보지만 계속 집중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견디기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마치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한 것처럼 새로운 희망으로 힘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긴급히 기도로 도와주시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모든 분들, 특히 파송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선교사가 ‘슈퍼맨’쯤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보편적인 교회의 반응이란 걸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하고 상처난 부분을 들어낸 저의 부끄러움을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기도해주시고, 또 치유하시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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