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 나누지 못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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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나누지 못한 마음
  • 승인 200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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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을 가리켜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위르겐 몰트만은 그의 저서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에서 오늘날의 신학과 교회, 그리고 인간의 실존은 ‘정체성의 위기’와 ‘관계성의 위기’라는 이중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정체성의 위기란, 인간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그 본래적 의미의 상실이라 하겠으며, 관계성의 위기는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교회와 자연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두 위기는 마치 전의 양면처럼 서로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즉 ‘의사소통의 문제’로 집약할 수 있다.

부부가 두 몸이 하나가 되었지만 서로의 깊은 속마음을 전달하기 어렵게 되었고, 부모와 자녀와의 대화 또한 매우 힘들어졌으며,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도 커뮤티케이션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나눌 이가 한 사람도 없다’고 호소한다. 어쩌면 우리의 문제의 핵심은 서로의 깊은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나누지 못하는 바로 거기에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고도의 테크놀로지 시대로서 온 세계가 인터넷 하나로 안방까지 연결하여 대화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지만, 진정으로 우리의 깊은 마음과 마음을 연결시켜 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심한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게 되었고, 마음의 병으로 인해 정신적이며 존재론적인 문제와 인간관계의 문제들을 호소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마음 깊은 곳을 이해해주고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치유 에이전트’를 더욱 갈망하고 있다.

이 시대가 갈망하는 치유적인 패러다임과 목회상담학의 비전의 첫번째 전제는 ‘치유는 들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모든 인간관계의 공통적이며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마음과 마음 깊은 곳을 연결할 수 없게 된’ 바로 거기에 있으며, 그 이유는 우리가 ‘들음의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들음으로써 우리는 서로를 연결시킬 수 있다. 들음으로부터 치유는 시작된다. 남의 아픔과 열망의 소리를 듣기 전에는 그 사람을 알 수도 없고 그 마음에 다가설 수도 없다. 이웃의 고통의 소리와 나의 내면의 소리,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음성을 ‘깊이 듣는 일’로부터 이 시대의 아픔을 치유케 하는 진정한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위한 목회상담에서의 치유적 패러다임의 두번째 조건은 영성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성적이라는 것은 곧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을 말하며,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은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하나님의 영성의 중요한 두 가지 차원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아무리 비참하고 절망적인 고통의 현장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시각과 비전을 가지고 바라보게 하며 그 가능성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하니님의 시각적인 영성’이며, 또한 하나님의 놀라우신 무조건적인 사랑과 넓으신 긍휼, 그리고 그 한없는 자비로우심의 영성적인 차원인 ‘하나님의 심정적인 영성’이다.

하나님의 심정적 영성이란 인간과 피조물의 고통을 보시고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어 하시는 하나님의 불타는 사랑, 즉 하나님의 파토스를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고통 받는 사람을 대하실 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실 준비가 되어 있으셨다.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 주시고자 하시는 그 의도와 열정, 그리고 그 무조건적 사랑이 치유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이러한 영성에 대한 관심은 이제 신학과 종교학뿐만 아니라 일반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영역에서도 핫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북미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의 대부분은 영성과 치유에 관련된, 혹은 가정문제, 상담과 연관된 것들이다.

‘E.Q.(Emotional Intelligence)’의 작가인 데니얼 골드만은 오늘날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은 인간의 지적능력인 I.Q.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정과 열정의 능력인 E.Q.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미국심리학회 APA의 최근 조사결과에 의하면 미국 내에서 계속적으로 요구되는 직업의 우선순위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치료해주는 심리학자, 가족치료사, 그리고 사회사업가 등이라고 한다. 또한, 내담자들의 대부분이 원하는 상담가는 그들의 종교적이고 영적인 문제까지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영성적 상담가 혹은 내적치유자, 목회상담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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