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법부가 판단하나" 반발
상태바
"왜 사법부가 판단하나" 반발
  • 승인 2003.11.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교도 개척정신인 ‘프런티어’를 정신적 기반으로 갖고 있는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지난해부터 건국이념인 ‘기독교정체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통령 선서에서 조차 성경책 위에 손을 얹으며 임기를 시작하는 미국의 기독교정신이 최근 들어 상처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건국이념에 포함된 기독교정신이 최근 법의 심판대에 오른 것은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가 명시한 “국가와 종교의 분리원칙”을 위배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지적한 그룹은, “미국시민이라면 당연히 하게 돼 있는 ‘충성서약’의 내용은 수정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충성서약문 중 ‘하나님의 보호하시는 아래’(=under God)란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고 여론을 주도했었다.

돌풍같은 여론몰이 덕분에 지난해 6월26일 미국 제9순회항소법원 3인 재판부는 충성서약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며, 이에따라 현재까지 이 법원이 관할하는 9개의 서부 주 산하 공립학교에서는 충성서약을 금지 당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직후 정치계 경제계 학계 종교계 등이 일제히 일어나 판결내용을 반박하는 가운데 내년 6월 미국 대법원이 직접 나서 최종판결을 예정하고 있다.

종교계를 비롯한 각 계에서는 “충성서약에 포함된 하나님의 보호하심(=under God)이란 문구를 법적용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라면서 “충성서약은 미국 건국초기 워싱턴 대통령 시절부터 링컨대통령, 아이젠하워 대통령등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자유역사를 대변하는 것이었던 만큼 under God은 미국상징”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성서약은 지난 1892년 컬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암송될 문구를 썼던 매사추세츠 주 교육가인 벨라미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미합중국의 자유이념과 번영을 기원한다는 내용이 주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상징으로 ‘국기 앞에서’(=my flag)란 단어가 있었지만 1924년 이민자들의 대거유입 이후 ‘미국의 국기’(=the flag of the U.S.A)로 바뀌었고, 냉전체제를 거치면서 하나님을 부정하는 공산주의와 구별하고자 지금같은 ‘under God’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under God’을 기초로한 미국의 역사는, 독립전쟁에서 승리하는 원동력을 주었고, 링컨시대에서는 노예를 해방하는 기적을 이루도록 했으며 냉전체제에서는 공산주의를 극복하는 힘을 제공해 준 것으로 종교계는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충성서약의 ‘under God’은 사법부의 판단대상이 아닌 ‘역사 유산’이라는 주장이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