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방법-연합포럼(이철재/서울성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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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과 방법-연합포럼(이철재/서울성서교회)
  • 승인 200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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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이 쓰여진 목적은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고, 우리로 믿어 영생을 얻게 하려 한다는 두가지다. 이것은 성경과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다. 결코 변할 수 없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 목적을 이루는 방법은 변해야 한다.

복음은 변할 수 없는 진리이지만 선교방법은 그 복음이 전파되는 환경에 따라 변해야 마땅하다. 시대적인 상황 이해와 이에 대한 선교적인 대처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이래서 중요하다.

오늘날 시대적인 특수 상황은 ‘세계화’와 ‘탈근대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세계화란, 정치 경제 문화가 좀더 넓게 빠르게 깊게 연계되는 시대를 뜻한다. 이같은 세계화 과정은 역사적으로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1단계는 1800년대 후반부터 1945년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의 식민지 팽창시대다. 당시 세계화의 힘은 영국의 해군력과 화폐의 파운드였다. 세계화의 중간 형태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2차 대전 종전부터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다.

미·소 양대 진영으로 표현되는 자본주의/공산주의간 냉전시대가 그것이다. 우방과 적으로 구별되고 이념 대립이 첨예화됐던, 소규모 세계화 형태였다.

3단계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부터 오늘까지라고 하겠다. 공산 진영의 붕괴는 미국의 초강대국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고, 세계화는 곧 미국화를 의미했다. 이 탈냉전 이후의 세계화는 미국의 힘, 즉 미국의 군사력, 달러, 문화, 영어가 세계를 한마을로 급격히 축소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올해부터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려는 세력이 블록화되는 경향이 있으나 미국의 연합식 세계화는 필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정치적 경제적 세계화에 반하여 전통적 가치의 종교문화는 더욱 세분화되고 배타적으로 흐른다는 데 있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프리드만은 그의 저서 ‘The Lexus and The Olive Tree’에서 세계화의 특징을 급속히 하나로 되어가는 물질문명을 일본의 최고급차 렉서스로, 어떤 시대적 변화에도 불변하는 전통의 가치를 중동의 올리브나무로 대칭하면서 세계화시대의 하나됨과 분열과 충돌을 예견하고 있다.

그의 분석을 요약하면, 벽과 분할로 상징되는 냉전시대는 거미줄과 상호연관으로 상징되는 탈냉전으로 전환했고, 유능한 개인의 힘이 조직체나 국가의 힘보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자유시장 중심의 자본주의가 증권시장과 달러의 유동성을 지배하게 되며, 미국문화가 세계문화로 대체된 상황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의 디지털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냉전의 시대가 가치척도나 핵무기 미사일의 무게로 측량됐다면, 세계화시대는 속도가 가치의 상징으로 떠오를 것이다. 또 과거시대가 외부의 적을 경계키 위해 레이더를 필요로 했다면 세계화시대는 내부의 적 때문에 엑스레이가 필요한 사회진단이 요구될 것이다.

이같은 세계화 앞에서 교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는다. 세계화 틀 안에서 사고하되 행동은 구체적으로 지역적 특색에 맞춰야 한다. 그리고 혼합적이고 다중적 문화상황을 인식하고 인종문제, 종교문제, 지역의 문화차를 이해하고 서로 상이한 계층을 선교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여기에 교회 내에 다양한 전문 교역자와 전문 평신도 교역자를 발굴, 육성해 협동선교와 나눔선교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 문제에 이어 ‘탈근대화’ 문제를 보면,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근대주의와 달리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세계화 현상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전근대주의가 절대 진리의 존재를 인정하는 반면 근대주의는 진리를 상대적으로 보며 이성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탈근대주의는 내가 진리라고 말할 때만 진리가 된다는 철저한 ‘상대적 진리관’을 갖고 있다.

탈근대화를 뜻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기독교 신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중 하나가 해방신학의 출현이다.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인 하비 콕스는 1965년에 출판한 ‘세속도시’에서 기독교의 철저한 세속화를 주장하고 있다. 세속화는 종교를 무시하며 종교적 세계관을 상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기독교 리더십에 새로운 도전을 던져 준다.

첫째,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 입장과 기독교의 절대적 진리 주장이 충돌하고, 둘째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중심주의여서 예수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신앙과 갈등하는 등 기독교 리더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선교는 기구의 통합보다는 선교장르의 연합이 바람직하며 그리스도를 체험하는 신앙과 예배 모범 개발 및 이미지 형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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