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무엇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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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무엇이 중요한가?
  • 서진한 목사
  • 승인 2016.08.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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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한 목사·대한기독교서회 사장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국민들과 정치권의 입장만 대립하는 게 아닙니다. 기독교인들, 기독교단체들의 입장도 갈립니다. 한쪽은 대한민국 안보에 필요하다고, 한미동맹의 강화에 필요하다고 적극 찬성하고, 다른 쪽은 대한민국 방어에 한계가 분명한데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편입 압력에 굴복한다고, 그래서 미중 대립의 불구덩이로 섶을 지고 들어간다고 적극 반대합니다. 배치 예정지인 성주의 기독교인들도 사드 배치 반대운동에 나섰다고 합니다. 쉬 판단의 갈피를 잡지 못할 지경입니다.

각종 언론에 쏟아지는 평론과 칼럼도 이정표가 되지 못합니다. 분석과 판단이 제각각 다른데 각각의 입장에는 나름의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복잡한 외교적 계산 등 전문적인 일들이 얽혀 있어서 일반인들이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습니다.

복잡다단한 현실 가운데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때는 원칙 또는 원리의 자리로 되돌아가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에게는 사회문제에 관하여 분명한 지침이 있습니다. 그것은 평화입니다. 우리가 기독교인인 한 우리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입니다. 예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마 5:9)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평화를 이루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앙인들은 물어야 합니다.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일이 이 땅에 평화를 세우는 일에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 도움이 되겠는가? 평화보다 갈등과 대립을 불러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드 배치를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북한 정권이 악해서라거나, 박근혜 정부를 지지해서라거나, 미국이 혈맹이기 때문에 혹은 국제정세에 유리하기 때문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세속의 가치보다 신앙의 가치를 더 중히 여기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신앙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뭣이 중헌디?”라는 유행어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도 도전적입니다. 신앙인인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묻습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 이유는 평화와 관련된 것이어야 하고, 평화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 평화는 주께서 가르치신 평화, 힘으로 이룬 세상의 평화와 다른 평화입니다. 그럴 때에야 우리는 사드 문제를 기독교인으로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한기총 등 기독교 단체들이 정부정책이나 정치적 문제에 입장을 발표하거나, 지지 또는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정치인들이나 정치에 간여하는 사회집단의 언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 여당으로서는 종교 중에서 가장 고맙고도 손쉬운 상대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불교나 천주교의 지지입장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고 또 많지도 않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종교는 세속현실에 대해 자신의 원칙에 입각해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고, 거기에 어긋날 때 비판해야 합니다. 그것이 종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는 일이자 동시에 ‘종교의 권위’를 지키는 일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이고, 정부는 그중에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인은 그 방법을 ‘신앙의 생각’의 눈으로 한 번 더 살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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