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 생각했다. 이 코너의 이름이 ‘연합시론’이니, 글을 쓰는 이는 시론(時論)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국어사전에서는 시론을 “그때그때 일어나는 시사에 대한 평론”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두루뭉수리로 한국교회 일반에 대해 칼럼이나 쓸 일이 아니고, 현재 한국 교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인 일에 대해 논하고 평해야 하는 게 아닌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 이것 참 불편한 일이었구나 싶다. 이 코너에 글을 그만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한국교회를 달구고 있는 시사적인 주제들은 워낙 뜨거워서 잘못 건드리면 돌팔매질을 당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동성애 문제, 이슬람 문제, 이단 문제, 연합기관 통합 문제 등, 한 가지도 쉬운 문제가 없다. 그것 참!

지난해 10월 교단장협의회가 ‘한국교회 교단장회의’라는 이름으로 복원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교단장회의는 올해 부활절에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내놨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대사회적인 발언 하나 없어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명을 ‘하나 됨’으로 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것이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라는 말인가?

두 단체가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주로 한기총의 주장으로, 당위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그 주장이 우후죽순으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한국교회의 개혁, 혹은 한국교회에 대한 범사회적 폄훼, 이슬람의 위협, 이단의 발호 등에 한국교회가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두 단체가 통합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통합’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을 주장하기 전에 물어야 한다. 왜 통합해야 하는가? 통합이 그토록 절실한 이유가 무엇인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기 때문인가? 통합해서 파워를 키우면 기독교의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인가? 대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인가? 정말 그렇게 되겠는가?

교회는 정치집단이 아니다. 정치는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통합한다. 하지만 교회는 일치를 이루기 위해 통합한다. 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일치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나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통합은 기독교신앙의 대의가 아니다. 신앙의 대의는 일치다. 하나님도 한 분이시요 교회도 하나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의 교회여야 하지만, 지역적, 교파적, 역사적 요인에 따라 다양하고 때로는 대립한다. 종교개혁조차도 뒤집어보면 극심한 대립과 갈등의 역사, 요즘 젊은이들의 말로 하면 흑역사(黑歷史)이기도 했다. 종교개혁자들 사이에도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대립과 저주가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교파와 민족교회로 분열되었다.

분열의 이유는 무엇인가? 상대가 나와 다른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독교가 말하는 ‘일치’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용납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말 ‘이해’에 해당하는 영어, Understand는 Under-stand, 곧 아래에 선다, 상대가 처한 낮은 자리에 서서 상대를 본다는 뜻이다. 일말이라도 상대의 입장과 뜻을 이해하면, 상대를 용납할 여지가 생긴다. 상대를 이해하고 용납한다고 해서 내가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그와 같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교회처럼 극단적으로 대립해온 교회는 세계에서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신사참배 문제로, 신학적 입장 차이로, WCC 가입 문제로 대립하고 결국은 갈라선 것이 한국교회의 역사이다.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는 한기총과 한교연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왜 한기총과 한교연의 연합을 그리도 갈구하는가? 그 뜻이 진정한 일치의 모색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라면, 두 기구의 통합 이전에, 우리의 신앙생활 전반에서 일치의 정신이 돋아나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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