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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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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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2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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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2015년은 지구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12월이 되었어도 이상고온 현상으로 따뜻했다. 지구 온난화 기후의 특색인데, 문제는 북극의 빙하가 더운 지구의 영향으로 많이 녹았다. 그래서 갑자기 강력한 북극한기가 남하하였다. 겨울 슈퍼엘니뇨현상으로 한반도에 최강한파가 뒤덮었다. 세계는 한파, 강풍, 폭설로 공항, 길, 마을들이 고립되고 마비되자 패왕한파(霸王寒潮), 스노마겟돈(snowmageddon), 스노포칼립스(snowpocalypse)라고 신조어를 만들었다. 수도계량기가 터지고, 보일러가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7년 전의 한 사건이 떠올랐다.

2009년 1월 20일,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곳은 서울시가 도시정비사업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한 용산 제4구역이었다. 서울시는 대표 시공업체로 삼성물산을 지정해 강제철거 등의 작업계획을 관리하도록 승인하였다. 사건은 이날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들과 강제철거를 시도하려던 경찰과 용역 직원들 간 충돌이 벌어지는 가운데 화재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일파만파(一波萬波)가 되었다. 국제사회는 겨울철 강제철거를 금지하고 있다. UN사회권규약위원회는 ‘퇴거를 당하는 사람들이 원치 않을 경우 겨울철과 같은 악천후에는 퇴거를 수행해선 안 된다’라고 못 박고 있다. 2008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간 서울시에도 겨울철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행정지침이 있다. 단지 처벌규정이 없다. 이 날의 사건을 우리 사회는 ‘용산참사’로 기억하고 있다. ‘소수의견’, ‘두 개의 문’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용산참사’는 도시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시공사와 공권력이 힘이 있다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다가 만든 ‘참사(慘事)’다. 이윤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기업의 속물근성이 한 자리했다는 것이 보인다.

작다면 작은 사건이 있었다. 서울시 은평구 녹번 제1-2지구 주택재개발정비 지역에서 생겼다. 재개발 조합과 시행사가 40년간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교회를 강제 철거한 사건이다.(기독교연합신문 2016년 1월 10일, 1월 17일) 이 교회는 삼일교회이다. 2015년 11월 17일에 강제철거는 없다고 약속하고, 바로 그 다음 날 조합과 시행사가 집행관을 앞세워 교회가 비어있는 사이에 교회 성물과 성구를 강제로 들어내고, 내부 시설을 파괴했다. 한국기독교 역사상 초유의 ‘기업이 교회당을 침탈’한 사건이다. 졸지에 엄동설한(嚴冬雪寒)에 거리로 내몰린 교인들은 길거리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삼일교회는 교회가 속한 노회와 총회가 나서고,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해결의 길을 찾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온 나라에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 현실에서 유사한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데 누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까? 어떤 교회들이 이 사건을 걱정할까? 수많은 교단들이 있지만, 은평구 구석에서 일어난 일을 자기 교단의 일이라고 여길까? 한 겨울에 거리로 내몰린 교회 사건이 기사화되었지만, 누구도, 어느 교회도, 어떤 교단도 관심이 없다.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냉혹한 현실이다. 모두가 방관자라 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냐?”(눅 10:36) 묻는다. 무관심했던 제사장과 레위를 꾸중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제3자가 되어 그들의 방관자의 걸음을 비난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강도 만난 사람의 선린(善隣)이 된 그처럼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눅 3:37)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강 건너 불구경의 말씀으로 듣는다. 참 부끄러운 신앙이다.

한 겨울 강추위를 녹이는 봄의 마음이 있으면 좋겠다. 강도 만난 사람의 선린(善隣)이 되는 신앙, 이 마음들로 살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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