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종교인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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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종교인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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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0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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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 / 예따람공동체

종교인 과세에 대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2018년 1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유예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종교인으로 불리는 목사, 신부, 스님 그리고 토속신앙인들 모두가 과세 대상이 되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종교인을 근로자로 정의할 수 있는가? 노동법의 적용 범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논란의 여지는 많다. 시론자는 타 종교인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고, 시론자 자신이 목사이기도 하니 목사의 세금납부에 대한 생각을 시론의 주제로 삼는다.

우선 목사를 노동자로 생각해 보았다. 노동자에게는 국가가 정한 일정한 노동시간이 있다. 노동시간에 따라 급여가 지급된다. 이런 규정에 따라 목사의 노동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목사의 노동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 온종일이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새벽기도회부터 교회에 출근(?)하여, 회의, 심방, 설교준비, 교인을 위한 기도, 각종 예배 인도 및 설교로 왼 종일 노동(?)에 종사한다. 사실 퇴근(?)이 따로 없다. 교인이 세상을 떠나거나, 병원에 입원하면 한밤중이라도 달려가서 심방하고, 집례의 노동(?)을 해야 한다.

이렇게 따져보면 국가가 정한 근로시간을 늘 초과한다. 그래도 한 번도 초과근무노동에 대하여 교회로부터 임금(?)을 받아본 적이 없고, 요청한 적도 없다. 당연히 목사의 노동시간은 매일 24시간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앞으로 목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여 납세의무를 부과하려면 초과 노동에 대한 수당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목사에게 월차가 있을까? 공휴일에 교회행사를 팽개치고 가족과 놀러 갈 수 있을까? 앞으로 목사를 노동자로 분류하면 목사노조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회와 갑을(甲乙)관계가 되어 월 급여를 올려달라고 투쟁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목사가 성직을 맡은 소명자가 아니라, 밥벌이 수단의 직업인으로 변신(變身)되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되는 것 같다.

이쯤에서 왜 종교인 과세가 사회문제가 되고, 국회에 세금납부의 법안으로 상정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또 이런 일이 종교인, 목사들에게 묻는 물음이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교회와 사회가 목사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목사 자신이 목회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영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세금이 얼마나 지독하고 무서운지는, 세금은 무덤에까지 따라온다는 말이 대변한다. 이런 세금이 왜 과거에는 성직자들에게 부과되지 않고, 오늘에 와서 일까?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

만약 교회가 정직하여 가짜 기부금명세서를 발행해 교인들의 연말정산 세금을 환급받는 일에 동조하지 않았다면, 목사들이 청빈(淸貧)을 행하여 보여주었다면, 세속주의에 빠져 물질욕심으로 살지 아니하였다면 종교인의 세금납부가 논의되었을까?
만약 목사들이 존경받을 만하고, 예수의 향기가 풍기는 삶을 살았다면, 굳이 세금고지서로 족쇄를 채우려고 덤벼들었을까?

결국 종교인 과세는 자업자득이라고 하겠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부끄러운 목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올곧게 성실히 목회 본분을 지키려 애쓰는 목사님들께는 이런 시각이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목사들은 공동의 책임을 지는 심정으로, 종교세 과세를 부끄러움으로 여겨야 한다. 그래서 과세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성문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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