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 만사(萬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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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 만사(萬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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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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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연말이 되면 어느 조직이든 인사이동으로 매우 바쁘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9월말에서 11월말이면 부교역자들의 인사로 매우 바쁜 시기를 보내게 된다.
담임목사의 입장에서 좋은 부목사를 만나는 것은 좋은 성도를 만나는 것 이상의 복이다. 교회는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좋든 싫든 담임목사와 함께 하는 부목사가 필요하다. 교회행정학의 대가인 이성희 목사(연동교회)는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목회자는 없고, 하나님은 한 사람에게 모든 은사를 부어주시지 않았다’고 말한다. 부목사는 담임목사의 동역자요, 보좌역이다.

하지만 근래 젊은 목회자들의 상황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추면서 신학교를 졸업하는 많은 젊은 목회자들을 교회가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신학생들과 젊은 교역자들 또한 일반사회의 취직문을 두드리는 청년세대처럼 ‘스펙 경쟁’을 하고 있다.

필자가 서울의 어느 대형교회 초빙 내용을 살펴보니, ‘제2외국어’, ‘컴퓨터활용능력’, ‘국가공인자격증’ 등을 요구했다. 이것은 다소 극단적인 사례겠으나, 많은 교회들의 부교역자 초빙 내용을 살펴보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항목이 있다. ‘35세 이상 남성(안수자)’, ‘제자훈련 및 셀훈련 경험자 및 프로그램 이수자’, ‘해당부서 유경험자’ 등이다.

만약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군대 전역 후 신학대학원의 문을 두드린 사람이라면 최소한 20대 후반에 신학대학원을 다니고 30대 초반에 졸업한다. 그때 전임사역지를 찾게 되면 이미 30대 중반에 즈음하여 목사 안수를 받는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언제 위와 같은 ‘스펙’을 쌓을 수 있을까?

목회자는 신학자요, 신학의 길은 너무나 넓고 깊다. 신학대학원 3년 과정은 일종의 면허취득과정이다. 면허를 취득했다고 운전이 능숙한 것이 아니듯, 끝없는 배움과 성찰,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과정을 통해 한 명의 목사가 만들어진다. 신학대학원 3년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한 신학서적을 읽고 영성훈련을 하는 시간만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어느 교인의 이야기다. 대형버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버스 운전기사가 되고 싶어, 마을버스 운전기사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런데 마을버스운전기사가 되려면 고속버스와 같은 다른 버스 운전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곳을 찾아가니, 다시 마을버스 같은 운전기사 경력을 요구했다고 한다. 복잡하지만 간단하다. 서로 경력자, 유경험자만 찾는다면 과연 사회 초년생들, 첫 발을 내딛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필자는 목회를 시작하며 교회의 표어 중 하나를 “인재를 양성하는 교회”로 삼았다. 이것은 지역 내 고학생(苦學生)을 돕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사역자든 열정만 있으면 그를 도와주고 키우기 위해서다. 처음 사역의 문을 우리 교회에서 시작하는 젊은 교역자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소의 젖은 처음 젖이 가장 영양가가 높다.’

신학교의 문을 두드린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젊은 교역자는 사실 교회에 큰 보탬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손도 많이 가고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필자 또한 그런 교역자 중 하나였고, 좋은 선배 목사님들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최근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하며 프로야구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라이온스 구단의 특징은 외부 선수 영입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구단 내부에서 육성한 선수들만으로 최강 야구팀을 만들었다.

유경험자는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진 못한다.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젊은 교역자들에게 사역의 문을 열어주자. 오히려 그것이 교회에 보탬이 되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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