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懺悔錄)을 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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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懺悔錄)을 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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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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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 / 예따람공동체

추석이라 팔월대보름 크고 밝은 달이 떠오르니, 별빛이 희미해진다. 세상의 화려한 불빛에 가린 시인 윤동주(1917-1945)가 노래했던 “별”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시인은 1941년 9월에 “길”이란 시에서 “잃어버렸습니다.”라 했다. 24살이었다. 1939년부터 왜정(矮政)이 강요한 창씨개명(創氏改名) 정책에 따라 조선이름 윤동주를 잃어버리게 되는 슬픔과 절망 속에서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 내가 사는 것은, 다만, /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했다. 그리고 창씨개명 5일 전에 “참회록(懺悔錄)”을 썼다.(1942. 1.24)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 //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24년 일개월을 /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조국에 남긴 마지막 작품으로 유서와도 같은 작품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 없기를”(서시 1941. 11. 20) 고백하며, 하나님 앞에서 부끄럼 없는 사람으로 살려고 했던 시인은, 참회록을 남기고 민족의 사랑을 받고 희망을 주는 별이 되었다.

지난 주간, 한국 장로교단들의 100회 총회가 있었다. 신문에 실린 각 교단의 총회 소식을 접하고 실망과 유감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낙수(落穗)라도 있을까 하고 면밀히 살폈지만, “100회”라는 소문난 잔치였으나, 먹을 것이 없었다. 100년 동안의 부흥과 성장을 자랑하고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소리만 가득했다. 그것도 “자신들만의 잔치”였다. “세상과 함께, 이웃과 함께”한 총회는 없었다. 물론 예식 속에 형식적인 죄의 고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례적인 입술만의 고백이었지, 진심이 담긴 죄의 고백은 아니었다. 진심이 담긴 고백은 “반드시!”, “회개”로 나타난다. “반드시!” 고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그 동안 수없이 많은 반복적으로 똑같은 죄의 고백을 했었다. 멋들어진 문장의 말로 죄책고백만 했지 고친 적도 없었고, 그럴 의지도 없었다. 단지 보여주려는 것만 있었다. “내 탓”이라고,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쳤지만 퍼포먼스였을 뿐이었다. 자랑이 뭘까? 과거를 붙잡은 행위이다. 업적주의, 성과주의에 빠져있다는 증거다. 바울이 그렇게도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달려간다.”(빌 3:12-14)고 가르쳤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과거라는 공(功)을 누리려고만 하지,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는 과(過)에 대한 참회가 없다. 가나안 교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도 보질 못한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소리를 듣지를 못한다. 교회를 향한 손가락질도 보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들을 귀, 볼 눈”을 잃어버렸다. 자랑하는 소리에 묻혀, 믿음의 첫 걸음인 참회(懺悔)가 버림받았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귀도 없고 눈도 없이 자랑하는 커다란 입만 가진 괴물”이 되었다. 그런대도 거룩하다고 착각에 빠져 괴물로 변한 자신을 보질 못한다.

연암(燕巖) 박지원이 이명비한(耳鳴鼻?)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귀울음(耳鳴)과 코골이(鼻?)가 문제다. 이명(耳鳴)은 자신은 듣지만 남이 못 듣는다. 비한(鼻?)은 남은 듣지만 자신은 듣지 못한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자기 자랑하는 소리에 빠져(耳鳴), 교회의 잘못을 지적하는 교회를 향한 비난은 듣지 못한다(鼻?).

괴물이 된 한국교회여, 참회록(懺悔錄)을 쓰자. 지금이야말로 어둠이 짙은 세상에서 별이 되기 위해 “내 몸을 쳐 복음에 복종”(고전 9:27)하며, 잃은 눈과 귀를 회복하여 주님의 교회가 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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