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법안’, 생명 존엄성의 심각한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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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안’, 생명 존엄성의 심각한 훼손 우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07.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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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신상진 의원의 ‘존엄사법안’에 반대 의견서 발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공동대표:함준수)는 최근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존엄사법안’에 대해 “심각하게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법안 반대의 입장을 지난 16일 밝혔다.

지난 6월 9일자로 신상진 의원이 발의한 ‘존엄사법안’은 회복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존엄사’라고 칭할 수 있는 경우는 2명 이상의 의사가 말기 상태로 진단해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로 정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안락사 또는 존엄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 판결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있는 환자의 사전의료지시가 있었을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허용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존엄사’에 대한 첫 번째 법안이 된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이 법이 △존엄사와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개념상의 혼동 연명치료의 개념에 대한 모호한 입장 위험한 추정 및 대리판단의 허용 등으로 사실상의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위험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며 “법안의 제도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먼저 용어의 문제를 지적했다. “‘존엄사’는 인위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중단시키는 조치라는 점에서 안락사의 한 유형”이라며 “존엄은 생명을 보존하고 살리는 일에 적합한 용어이지, 생명을 죽이는 일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용어는 아니다”라는 것.

‘연명치료’에 대한 정의에 있어서도 “연명치료에 대한 정의는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반생명적인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연명치료가 인위적인 의학적 간섭을 통해 수액공급, 자양분 공급, 산소공급을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런 유형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제도화한다면, 이 법안은 매우 위험한 법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의료지시서를 등록하지 아니한 말기환자가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 환자의 진술이나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추정판단을 허용하고 있다”며 추정판단의 허용을 제도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조변석개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할 수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생명을 향한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환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환자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피상적인 인간 이해를 반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지시서를 등록하지 아니한 말기환자를 대신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전원이 동의할 경우에 한해 대리판단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그 누구도 환자를 대신해 환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간학적인 사실을 고려할 때 대리판단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환자의 경우에 환자의 명확한 의사표현에 근거해 신중한 의료인들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서 의미가 없는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한 조치다. 그러나 이 조치는 현재 얼마든지 자유롭게 시행되고 있다”며 별도 법 제정 마련의 필요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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