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행복이 찾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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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행복이 찾아와요"
  • 승인 2003.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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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결혼 20주년을 맞은 김양현(49)안수집사와 김영옥(46)성도 부부는 요즘 깨가 쏟아지는 신혼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김집사는 “아내와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폰 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사랑을 나누고 있다”며 “애교도 많을뿐 아니라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며 한바탕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에 뒤질새라 아내 김씨도 “남편의 애정표현과 사랑의 깊이가 너무 깊다”며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맞장구를 친다.

결혼 후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어떤 부부들은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하기도 하는 시기에 이들 부부가 이렇게 재미있고 아름다운 사랑을 펼쳐가고 있는 데는 1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고통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집사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난 1980년 이화여자대학에서 초교파적으로 결성된 ‘예수카나리아 합창단’에서였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매주 화요일이면 이화여대 병원을 돌며 찬양과 봉사활동을 펼쳤고, 한 달에 한 번은 세검정에 위치한 청운양로원을 방문해 노인들을 위로하고 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철야기도회를 마치고 1호선에 몸을 실은 단원들 틈에서 근심가득한 얼굴을 한 김양현집사를 발견한 아내 김씨는 “뭐가 그렇게 고민이 많으세요? 얼굴 좀 펴세요”라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이것이 계기가 돼 서로 차와 식사를 대접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이렇게 무르익어 가던 사랑은 자연스럽게 결혼이라는 열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인사동의 한 경양식 집. 김집사는 사뭇 진지하고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김영옥씨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나도 부족하고 당신도 부족한데 서로 부족한 점을 반반씩 합쳐 살면 더욱 좋겠다.”며 프로포즈를 한 것. 이윽고 1982년 4월 24일 만난 지 1년 3개월만에 광화문의 한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화촉을 밝혔다.

그러나 진도가 고향으로 전통적 유교 가정의 3남2녀 중 장남으로 자란 남편 김씨의 아버지와 서울에서 2남 2녀의 가정에서 막내로 성장한 아내 김씨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면서 둘 사이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라도 광주에서 첫 아이를 출산하고 서울로 올라 온 김씨부부는 두 시누이가 남편과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해 한 집에서 살게 됐다. 고향을 멀리 둔 두 시누이는 자연스럽게 김씨 부부에게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서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시누이들의 기대만큼 세밀한 신경을 써 줄순 없었던 아내 김씨. 이로 인한 섭섭한 마음들이 진도에 계신 시아버지에게 까지 전해졌다. 소식을 듣고 상경한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섭섭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시 다행히 두 시누이는 따로 살고 있었지만 문제는 시아버지가 한 번 집으로 올라오면 1-3달씩 머물다 간다는 것이다. 이 시간이 며느리인 김씨에게는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녀는 “유교적 집안에 장남으로 자란 아들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며 “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는 너무나 힘들었고 이런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시아버지는 식사, 집안 일 등 많은 부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셨지만 그녀가 가장 섭섭했던 것은 이런 시아버지의 꾸중과 요구를 똑같이 나에게 요구하는 남편의 태도였다.

“남편이 중재자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죠. 그런데 남편은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고 이런 아들의 생각을 눈치챈 시아버지는 더욱 몰아치기 시작했죠. 그래서 둘 사이에서는 심각하게 이혼 얘기가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10년 동안의 가슴앓이 때문일까. 1992년 그녀는 병원에서 ‘울화병’ 판정을 받았고, 몸과 마음이 약해질 때로 약해져 있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할 뿐 아니라 사정 하소연을 들어줄만한 사람을 만나면 그저 눈물부터 흘리곤 했다.

남편 김씨는 “당시 아내가 그 정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그때부터 아내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1995년 2월 한 신문의 광고를 통해 하이패밀리가 주최하는 ‘행복한 가정 만들기 세미나’를 보게 되고 참석을 마음먹었다. 괌에서 5박 6일간 진행되는 세미나에서 두 사람은 기가막힌 사실을 접하게 된다.

MBTI, 즉 성격유형 테스트 결과 세미나에 참석한 50쌍 중 정반대 성격의 소유자는 단 한 쌍. 바로 김씨 부부였다. 남편 김씨는 “저는 정말 아내와 내가 이렇게 다른 줄 몰랐습니다. 이때부터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그는 ‘유언쓰기 시간’에서 감정 및 사고 전환의 최고조에 달했다. “남편은 유언쓰기 시간에 글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하자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며 “스스로 지원해 1백명 앞에서 유언을 낭독하며 또 다시 울 때는 나도 함께 울었다”며 부부생활 전환점이 된 감격스러웠던 괌에서의 생활을 풀어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여러 곳에서 가정사역과 관련된 세미나 워크숍 등에 참석을 하며 아름다운 가정세우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1996년 갑자기 시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그녀는 4개월 동안 극진히 병간호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음과 정성이 전해졌을까?

14년 동안 칭찬 한 번 없었던 시아버지는 퇴원수속을 밟으며 “내 아들이 효자여서 잘하는 줄 알았더니 며느리가 더 잘해서 아들도 잘 하는거구나”라고 말했고, 그녀는 가눌 수 없는 감정에 복받쳐 시아버지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고 한다.

비록 시아버지는 퇴원 후 1년 만에 세상을 등졌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 기도원에서 예수님을 영접했고 94년 시어머니도 함께 주님을 영접했다.

김씨 부부는 정작 자신들의 사랑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가정환경으로 인해 빚어진 갈등해소 방안을 찾지 못해 한동안 힘들어했다.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한 세미나가 그들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이런 세미나를 통해 깨어지는 가정의 50%는 회복될 수 있다”며 “교회에서든 다른 기관에서든 결혼 전에 꼭 교육을 받을 것”을 부부는 강력히 권했다.

또한 지난 4월 결혼 20주년에는 하이패밀리가 양재 조각 공원에서 이 부부를 위한 특별행사를 마련하기도 해 더욱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부간 사랑의 핵심은 참고 참고 또 참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투고 힘들 때마다 새롭게 결심하는 것이 중요해요”라며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말하는 두 부부는 앞으로 같은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을 위해 가정사역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말했다.

font size="3" color="00CC00“>이승국기자(sklee@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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