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교회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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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교회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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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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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훈 목사 / 안산 영광교회

‘뭘 입고 나가지?’ 아침에 외출을 하려는데 옷장을 열어보니 입을만한 것이 없었다. 양복은 예배나 특별한 행사에 지겹도록 입으니까 평상복을 입고 보통사람처럼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붉은색 바지에 남방셔츠를 입고 나서니 아내가 가로막아서며 야단이다. “무슨 옷을 그렇게 입고 나가느냐”고 말이다. 그래서 다시 방에 들어가 옷장을 열고 뒤적거리다 결국 그 옷 그대로 입고 나왔다.


약 10분정도 냉기가 흘렀다. 내가 그렇게 촌스럽게 옷을 입었는가? 옷장에 있는 것들 중에서 최고의 컨셉을 맞추려고 애를 썼는데 말이다. 결국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옷장을 열어 봐. 어떤 것을 입어야 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옷장에는 아직도 겨울옷들로 채워져 있었고 날씨는 벌써 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으니 겨울옷을 가지고 여름 복장을 맞출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결국은 내가 이겼다(?) 여름 날씨에 겨울옷을 입고 나갔으니 말이다.


아내는 지금 당장 옷장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겨울옷을 정리하고 여름옷을 꺼내 놓으려면 적어도 한나절은 걸려야 하는데, 나는 지금 약속시간에 맞추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뾰로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추해보였던 모양이다. 아내 역시 나만큼이나 바쁜 사람이다. 목회자의 아내로 교회를 돌아보고 남편인 목사를 돌아봐야 하고, 가정까지 살펴야 하니 말이다.


오늘은 시간을 내서 아내와 함께 옷장을 정리해야겠다. 철이 바뀌면 입는 옷도 바뀌고 색깔도 바뀌어야 한다. 물론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겠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것이 상식이다. 진짜 미련하게 겨울 외투를 입고 나선 것은 아니다. 단지 입어야 할 것을 입지 않고 입지 말아야 할 것을 입었다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삶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다. 세계의 대형 교회는 한국에 다 몰려 있고 수많은 성도들은 거의 한국에 몰려 있는데, 이 사회는 고통과 아픔으로 병들어 가고 있을까? 왜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종교 집단으로 취급하고 있을까? ‘교회라면 교회가 되라’는 세상 사람들의 메시지로 들어야 한다. 교회가 이제는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아직도 두꺼운 외투를 뒤집어쓰고 거룩한 체 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나아가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첫째, 교회는 세상을 향해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회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세상을 향해 무엇을 채워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찾아나서야 한다. 그들이 말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무엇을 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곳이 교회여야 한다. 주님의 정신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둘째, 희생과 고난을 수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의 것으로 폼 내는 사람들이 제일 얄미운 사람이다. 노력하지 않고 수고하지 않고 희생하지 않고 생색내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제거해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리도 똑 같은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희생하는 사람,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 세상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 놓는 예수 정신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셋째, 예수의 정신으로 갈아입기 위하여 예수님의 행적을 연구하고 공부하고 따라해 보라. 예수님의 삶의 현장이 어디였는가를 생각해 보라. 그 분은 세상에 무엇인가 부족했던 사람들, 왕따 당했던 사람들, 아무도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셨다. 그러나 무작정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치유하고 고치시며 정상적인 삶을 살을 살아가도록 도우셨다는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불행한 달’이라고 해야 할 만큼 힘들기도 하다.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기 보다는 내 주변을 돌아보며 내가 예수의 옷으로 갈아입지 못한 삶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예수 정신의 옷으로 갈아입고 세상의 부족함을 찾아 채우러 나가자. 이것이 교회가 교회 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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