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68돌 기념, “잘못된 ‘교회 용어’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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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568돌 기념, “잘못된 ‘교회 용어’ 바로 잡아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10.07 08: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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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집 - 우리의 말과 글의 소중함 교회에서도 드러나야

우리말과 글이 없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고유문자와 언어가 가진 기능과 소중함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이 있다. 한글은 ‘아침글자’라고도 한다. 누구나 아침부터 배우면 저녁에 자기 이름 정도는 쓸 수 있다는 의미로, 그만큼 배우기 쉽다는 뜻이다.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기념하는 국경일인 한글날이 올해로 568돌을 맞았다.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한글’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입증된 상태다.

한글의 제작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訓民正音)’은 국보 제 7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1997년에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그 우수성을 널리 평가받고 있다. 한글날은 1991년 공휴일이 많아 경제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2006년 국경일로 지정, 이후 2012년 말에 공휴일로 재지정 됐다.

우리나라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미 세계적으로 독창성과 과학성을 인정받은 한글. 불과 24개의 모음과 자음만을 이용해 인간이 내는 다양한 소리를 가장 많이 표기할 수 있고, 음소 문자이므로 문자의 활용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스마트 시대를 맞아 공학기기의 융합에 있어서도 한글 사용은 더욱 유리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전 장관은 “세계 문자 중에서도 한글은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며 우수한 문자로 꼽힌다”면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한국어 교육의 수요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렇듯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이 정작 우리 땅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잘못된 어법과 언어 파괴 현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축약어와 외래어, 비속어 등의 사용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한글 사용은 한글이 가진 고유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언어와 문자, 필요 이상 많이 사용되고 있는 외국어, 인터넷 문자의 홍수 속에서 신음하고 한글의 오용을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잘못된 교회 용어 바로 잡자

문제는 교회에서도 이러한 한글의 오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신자들은 교회를 처음 방문하고 나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낯선’ 언어 사용에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는 자주 사용되고 통용되는 표현이라 할지라도 일반인에게는 어렵고 생소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비신자들에게는 교회에 대한 이질감(배타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우리말의 문법과 신학적 교리에 맞지 않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공동체로 형성된 교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신앙 용어’로 굳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은 교회 내에서 빈번하게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표현들이다. 먼저, 한 사람을 가리켜 ‘형제, 자매’로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왜냐하면 형제는 형과 아우를 함께 가리키는 집합명사이므로 한 사람을 가리켜 ‘형제’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학적인 교리가 맞지 않는 용어 형태로 교회에서 흔히 남용되는 ‘축복’이라는 표현이 있다.

축복은 동사형으로 ‘복을 빈다’라는 뜻이며, 사전에는 ‘신의 은혜를 구하여 빎’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므로 축복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어야 하며, 하나님은 ‘복을 주신다’가 아닌 ‘복을 빈다’의 주체(주어)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축복’이라는 단어와 ‘복’의 의미를 구별해 사용해야 한다.

돈을 바친다는 뜻인 ‘헌금’도 ‘봉헌’이 더욱 적합하다. 그리스도인의 헌금은 단순히 돈 이상의 물질과 삶의 총제적인 헌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봉헌’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일본어에서 비롯된 ‘성가, 성가곡, 성가대’ 등의 표현도, ‘찬양, 찬양단, 찬양대’로 바꾸어 사용할 필요가 있다. ‘묵도’라는 표현도 일본 신사참배에서 나온 것이므로 ‘묵상’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장례 용어로 흔히 쓰는 ‘소천’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사용법에도 맞지 않다. 소천이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이라면, ‘소천 받다’로 해야 하지만 이것도 사용되는 표현이 아니므로 ‘별세하셨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다.

기독교인에게 맞지 않는 무속적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뜻은 ‘명복’이 어둠의 저승에 있다고 하는 ‘명부(冥府)’의 복을 가리키는 불교식 용어이므로 기독교 예식에는 삼가야 한다.

국립국어원 원장 민현식 교수(서울대)는 “언어를 습관이며, 이를 통해 신앙행동이 나타나는데 교회에서 사용하는 언어들 중에는 비성경적 표현이 많다”며, “정확하고 성경적인 언어 표현을 사용해야 예배와 기도가 바르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상과 소통 위해 ‘교회 사투리’ 근절해야

그렇다면, 이렇게 잘못된 교회 용어의 사용이 근절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흔히 전문가들은 잘못된 성경번역, 국어와 어법에 대한 무지, 목회자의 권위주의 문화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잘못된 교회 언어의 교정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이를 바꾸기를 꺼려하는 풍토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의용 교수(국민대)는 잘못된 교회 용어 사용이 갖는 문제로 “교회의 언어는 세상과 교회를 쉽고도 올바른 이해로서 연결시키는 귀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관행처럼 굳어진 잘못된 교회 용어는 교회와 세상과의 간극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화의 씨앗은 ‘언어’이다. 교회와 세상 간 언어의 장벽이 크면 클수록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더욱 커진다. 전도를 위해서도 복음의 매개라 할 수 있는 ‘언어’를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아무리 굳어진 교회 용어라 할지라도 어법과 맞지 않으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다. 일단은 어법에 맞게 써야 한다. 현장의 목회자들이 인문학적인 자기계발, 국어와 문학에 대한 소양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교회 내의 올바른 언어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며 “각 교단과 교회의 용어 사용이 통일되어야 바른 한글 사용과 세상 속에서 교회 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교단 차원에서 잘못된 교회 용어의 사용 실태를 바로잡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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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nxin 2020-02-12 13:58:21
깨우침이 있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수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