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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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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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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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입술로 짓는 죄가 많은 것이 선생이다. 야고보서에 보면 선생에게는 더 큰 심판이 준비되어 있으니, 선생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경고가 나온다. 말을 한다는 것은 죄 지을 일이 많은 것이고, 선생이라고 하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 일이니 삼가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이다.

이 구절을 보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선생에 목사까지 하고 있으니 끊임없이 말을 하고 사는 것이 내 직업인데, 죄에 죄를 더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1주일이면 10시간 이상을 떠들고 사는데 그로 인해 짓는 죄가 다함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 선생은 단순히 교편을 잡은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먼저 난 모든 사람, 그래서 정말 선생(先生)된 이들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고, 우리의 삶에서 가르침을 주고 있는 모든 이들이 될 수 있다. 그들은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남에 앞서 많은 말을 하고 산다. 그런데 그것이 죄가 된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선생 된 자들이 심판을 받게 될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야고보의 편지를 받아든 모든 사람들은 이 사실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다. 선생이 심판을 받아 지옥 갈 일이 많다는 것은 당시의 상식이었다고 야고보는 그의 편지에 적고 있다. 이것을 야고보는 알면서도 자신 역시 선생임을 고백하고 있다. 아이러니 속에 갇힌 가여운 죄인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현재 우리는 사순절을 지나고 있다. 주님의 고난 받으심을 기억하며 그 은혜를 마음에 담는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많은 절제를 경험하게 된다. 과거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이 기간 육식을 피했다. 우리 조상들이야 고기 먹을 일이 없었지만 서양의 신앙인들은 고기를 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40일간 고기 먹기를 피하고, 채소나 빵, 그리고 생선을 먹으며 주의 고난을 기억하며 좇아갔다.

독일 교회는 사순절 기간 ‘7 Wochen ohne(지벤 보켄 오네)’라고 하여서 7주간 무엇인가를 결단하여 절제하는 운동을 펼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까지의 기간이다. 이 때 일부는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이나 담배 등을 끊기도 하고, 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끊기도 한다. 그러면서 삶의 불편을 경험하며 주의 고난을 묵상하려 하는 것이다.

올해 독일 교회는 ‘스스로 생각하기’라는 주제로 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삶에서 당연시 여기던 것에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로 인해 새로운 시각을 얻고, 새로이 삶을 구성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올해도 독일 교회에서는 3백만 명 이상이 이 운동에 동참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시작되었지만 우리도 이 기간 동안 무언가를 포기하는 훈련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평소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그 무엇으로부터 자신에게 자유함을 선물하는 훈련이다. 그것이 습관일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일 수 있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것이 나쁜 것이고, 죄라는 것을 알면서 벗어나지 못한 삶의 어두움일 수도 있다. 그러한 것을 이 시기에 한 번 결단하여 벗어나는 훈련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새로운 시각, 새로운 삶의 모양을 얻는 귀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기간 무엇보다 선생 됨을 내려놓을까 한다. 지금도 피할 수 없는 강의와 원고들이 쌓여있지만 최소한 선생 됨의 모습을 내려놓으려 한다. 쓸모없는 말로 죄를 더하고, 그 말처럼 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경들, 그리고 쏟아놓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말의 후회들에서 놓임을 받기 원한다. 그것이 결코 쉽지 않고 어려운 일임을 알지만 결단으로 내어놓았으면 한다. 약속된 것들이 있어 말과 글을 모두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선생의 자리에서 거짓된 모습을 전제로 한 글과 말을 절제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365일 중 40일은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 여정을 생각해 보며 40일은 충분히 내어 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간을 쳇바퀴 돌듯이 돌아가는 내 삶에 멈추어 설 수 있는 순간으로, 그리고 멈추어서 하늘을 쳐다보며 삶의 근본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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