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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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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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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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훈 목사(안산 영광교회)

‘내 딸은 나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딸아이 내외의 사진을 보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컴퓨터 옆에는 딸 내외의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가 자리 잡고 있다. 딸아이 내외가 예쁘고 행복한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다.

사위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싱끗 웃는다. 아마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라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 같다. 그들이 필자를 쳐다보는 부드러운 눈빛은 필자를 흐뭇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내 사랑하는 딸이기에, 그리고 사위이기에 그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그들은 결혼 후에 멀리 텍사스 달라스에 살고 있다. 보고 싶어도, 만나고 싶어도 너무 멀리 있기에 만날 수가 없다. 단지 사진을 쳐다볼 때마다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할 따름이다. 그들이 나를 생각하지 못해도, 그들이 자주 안부를 전하지 못해도, 그들이 나를 잊었다 해도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을 사랑한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그들을 축복하며 기도할 따름이다.

어쩌면 딸아이 내외가 한동안 소식이 없으면 나를 잊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처럼, 내가 오히려 나의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을 잊고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 하였다. 혼자 반문해 보았다. 예배도 잘 드리고, 그리스도인의 형식적인 모습을 다 갖추었으니 나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잘 섬기고 있다는 착각 말이다. 주일마다 아버지를 예배하며, 시간마다 헌금도 잘 드렸고, 교회에 나가 필요에 따라 봉사도 잘 했고, 누가 보아도 교회에서 1등 신자로 인정받고 있기에 스스로 자랑스러워한다.

교인들은 나를 보면 열광한다. 왜냐하면 나처럼 열심히 교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말이다. 광신자 못지않게 충성스런 교인으로 인정받고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제자들이 주님께 “천국에서 누가 큰 자이니까?”(마 18:1) 하고 물었던 것은 자기만큼 충성스러운 제자는 없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님을 곁에서 충성스럽게 모셨고, 궂은일은 도맡아 했고, 모든 유대인들이 보기에 제자들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대단한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제자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딸아이의 소식 없음에 서운해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딸아이가 그곳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내게 행복이었던 것처럼, 하나님의 사람들이 세상에서 주님의 뜻을 따라 잘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주님께는 행복이 될 것이다. 잘 살아간다는 모습이 무엇일까? 그것은 교회가 먼저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론적인 교회의 정체성이 아니라 현상적인 교회의 정체성 말이다.

교회는 주님이 부탁하신 것들을 이어 완성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즉, 선교적 사명일 것이다. 그 선교적 사명을 위하여 주님은 교회를 세우셨고 그 사명을 부탁하셨다. 이제라도 현상적 교회의 정체성이 회복되어야 주님께 행복의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주님이 부탁하신 선교적 사명을 계승해 나가는 것은 섬김으로 가능한 것이다. 선교적 사명이 교회의 정체성이요 목표라면 그 방법론으로 세상을 섬기는 것이다. 주님이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섬기기 위하여 자기의 목숨을 내어 주셨다면 이제라도 교회는 주님의 방법을 따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세상을 섬겨야 할 것이다.

섬김은 이론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주님이 세상에 내려가 사람들의 필요를 따라 섬겨 주었던 것처럼 교회가 세상으로 내려가 그들의 필요를 찾아 섬겨주기로 결단할 때 비로소 교회의 현상적 정체성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교회는 자신의 생명으로 세상을 섬겼던 주님처럼 교회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세상의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과감하게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아무리 선하고 의로운 척 해도, 주님처럼 자신의 것으로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섬겨주지 않는 이상 그들은 결코 교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주님의 방법만이 이 시대의 최선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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