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신 갑오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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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신 갑오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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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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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2014년은 간지(干支)로 갑오(甲午)년이다. 갑(甲)은 청색을, 오(午)는 말을 뜻하므로, ‘청마(靑馬)의 해’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갑오년은 120년 전 1894년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인 동학농민운동(1월), 갑오경장(7월), 청일전쟁(8월) 때문에 특별한 해이다.

필자는 이중 갑오경장(甲午更張)에 주목하였다. 갑오경장은 양반정치에서 평민정치로 전환하고, 연좌제를 폐지하였으며, 과부의 재혼을 허용하였고, 조혼을 금지시켰다. 또한 노비제도를 없애고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서 근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장(更張)이란 본래 ‘거문고의 줄을 새로 갈다’는 뜻으로 유교의 순환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말이다. 유교는 ‘창업(創業)→수성(守成)→경장(更張)→쇠락(衰落)’의 단계를 거쳐 국가나 조직이 흥망성쇠의 과정이 진행된다고 보았다. 3번째 단계인 경장은 국가(조직)가 제2 창업의 시기를 거치는 것으로서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질 때 국가(조직)는 새로운 삶을 얻게 되는 것이라 보았다.

그렇다면 조선왕조 500년의 세월동안 멸망 직전인 1894년만 ‘경장’이라는 말이 대두된 것은 아니다. 조선의 학자 중 ‘경장의 학자’는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7~1584)다. 그는 『동호문답(東湖問答)』에서 말하길 “지금 조선의 형세는 겨우 약을 써야 살아날 도리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정치의 형세는 반드시 때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며 비록 때가 좋지 않더라도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군주가 의지만 있다면 능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를 위하여 첫 번째로 해야 하는 것은 ‘안민(安民)-백성을 평안히 함’이며 이는 백성들의 일자리를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盜賊策」). 그 다음 세금을 낮추어 백성이 가렴주구(苛斂誅求)로 인해 도탄에 빠지지 않게 하고, 국방을 든든히 하여 나라를 지킨다면 능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또한 과거 제도의 개선을 통해 뜻 있는 선비를 모아서 나라의 준거를 새롭게 하며, 오래된 법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될 것이니, 성현이 세운 법도라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응용해야 경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陳時弊疏」).

필자는 2014년 대한민국의 ‘신(新)갑오경장’이 어떻게 이뤄야하는 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경장이라는 것이 국가 뿐 아니라 120년이 넘은 한국교회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감히 말하고자 한다.
한국교회는 경장이 필요하다. 대형교회로의 교인편중현상, 교회학교 인구격감, 교회 이미지 추락, 일부 목회자들의 추태, 그리고 계속되는 교계의 분열 등 한국교회를 둘러싼 문제는 한 눈에 둘러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교회의 경장을 이룰 수 있을까? 율곡의 해결방법을 차용하여 풀어본다면, 첫째는 중소형 교회를 든든히 세우는 것이다. 중소형 교회는 사회적 관점으로 본다면 ‘중산층’이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국가가 흔들리듯이 중소형 교회가 살아나야 한국교회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 둘째는 법제의 개정 및 적용이다. 각 교단별로 제정된 헌법이나 장정, 교회조직 등은 이미 100년이 훨씬 넘었다. 물론 이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있으나 시대의 속도와 발맞추지 못하는 듯하다. 필자는 20세기 후반 이후 독립교단의 성장세가 뚜렷한 이유를 시대에 맞추어 빠르게 교회의 구조와 제도 등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셋째는 교계연합운동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한국교회는 작년 세계기독교회의 최대행사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훌륭히 치러내어 대내외적으로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였다. 올해 또한 세계복음연맹(WEA)한국총회, 알렌선교130주년기념대회 등 여러 연합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이런 연합행사를 통하여 분열된 한국교회가 뜻을 모은다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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