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투명성’ 강화하고 정부는 ‘종교세목’ 재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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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투명성’ 강화하고 정부는 ‘종교세목’ 재논의해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11.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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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납세까지 불과 1년, 어떻게 준비할까<하>

‘종교인 세목’ 신설 등 법조항 구체화 시급
교회 투명성 전제하 대화로 대책 세워야

지난 22일 일부 보수 기독교계는 ‘정교분리’를 외치며 목회자 납세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재논의가 아니라 아예 정부의 과세 추진을 철회하라는 것. “목회자의 목회행위는 헌신이자 봉사”라고 밝히고 “소득을 운운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종교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강하게 반대했다. 2015년 시행을 앞두고 대정부 행동에 나서기로 한 보수 교계는 국회의원을 압박해 일단 과세 철회를 얻어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구세군, 기감, 기성 등 한국 교회 15개 교단 앞으로 ‘종교인 소득세 과세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재정건강성운동은 세금에 대한 속성과 정의를 물으면서 “교회나 목회자라면 정교분리원칙에 의해 가능하면 감면받거나 피해야 할 국가권력의 의무비용으로 보시는지, 혹은 국가공동체의 운영비용을 적정하게 부담한다는 의미의 필수불가결한 분담비용”으로 보는지 답해달라고 했다. 총 1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취합해 각 교단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 아직 모호한 납세 기준 문제

이처럼 교계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통일된 점도 없지는 않다. 현재 교계는 반대와 찬성, 그리고 중도 등 세가지 입장이 공존한다. 중도는 “납세를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처럼 정부가 먼저 나서서 강제하는 형식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수교계 중심의 시국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철회보다 유보나 재논의를 추진하고 있는 예장 백석 이경욱 사무총장은 “무조건 철회를 주장하면서 반대 입장만 고수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세금을 내더라도 우리가 먼저 주도해야 한다. 세금을 한 번도 내보지 않은 목사들에게 아무런 동의와 설명 없이 일단 걷어가겠다고 밝힌 정부의 발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어떻게 세금을 내는 것이 가장 좋은지, 종교의 고유 영역을 존중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향에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목회자의 사례비 책정과 지급형태를 전혀 모르고 있고, 세금에 대해 전혀 사전 인식이 없는 교회에 최소한의 양해와 배려조차 없었다는 것. 실제로 2015년 기타소득 납부 시행을 결정했지만 일선 세무서에서는 목회자 납세 방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기타소득은 비정기적인 각종 수입을 말한다. 사실상 근로소득과 같이 정기적으로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들에게는 여전히 모호한 기준이다. 받는 것이 적다고 신고를 해도 쓰는 돈이 많다면 탈세 의심을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납세 전 교회의 재정투명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 납세 전 살펴볼 것들

정교분리 시국대책위원회에 참여한 한 목사는 “납세가 실질적으로 시행되고 나면 안티 기독교 세력들이 교회를 고소 고발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교회공동체의 파괴를 우려했다. 물론 예측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교분리’ 원칙 아래 종교를 ‘성역’으로 보던 시각은 납세 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종교법인법’ 등을 주장하던 불교계 등에서는 결과적으로 교회를 ‘법’의 테두리 안에 묶어 놓았다고 박수를 칠 수 있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납세까지의 과정과 납세이후를 예상하는 대책이 시급한 것이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에 따르면 “세금을 내기 시작하면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는 절대 금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금에 대해 잘 몰라 저지를 수 있는 실수의 여지도 충분하다.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에 의하면 ‘사기나 그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 공제를 받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포탈세액 환급, 공제받은 세액의 2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부정한 행위로는 △이중장부 등 장부의 거짓 작성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 △장부와 기록의 파기 △재산의 은닉, 소득 수익 등의 조작과 은폐 등이 있다. 어디까지가 기타소득의 범위로 신고해야 하는지 모르는 목사들의 경우 교회 내 정확한 재정장부 기록과 사례 항목에 대한 투명성을 갖춰서 납세에 나서야 한다.

국가권력의 일방적 감시도 사전에 대책을 세워야할 과제다. 안 교수는 “비영리단체와 영리단체의 존재 목적은 구별되어야 하고 세무조사의 접근 방법도 달라야 한다”며 미국의 사례를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국세청이 교회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미국은 목회자가 세금을 납부하고 교회 역시 수익사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나 소득세를 납부한다. 그러나 일반 영리법인과 달리 해당 규정의 적용을 완화시켜주고 있다.

안 교수는 또 “교회도 비영리단체이니만큼 사회법, 특히 민사상 충돌이 없도록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신대 고재길 교수는 교회와 목회자의 준비 사항으로 △세적등록 간소화 △종교인세목으로 별도 신설 여부 △선교단체 등 비영리 종교단체 해당 여부 △과세소득의 범위 △부교역자 주거환경 지원비 비과세 처리 △ 정액 목회비, 도서비, 심방비 등 정액 경비 인정여부 △교단관리 연금가입을 정규연금으로 인정 여부 등을 꼽았다.

특히 교회와 정부 간에 일어날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타소득’이 아니라 정확한 과세범위를 함께 정해야 하며 목회자의 사례 가운데 어디까지를 정기 소득으로 보고 어느 항목을 비과세로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또 납세의 의무를 다하게 될 목회자에게는 어떠한 복지 혜택을 줄 것인지도 납세 시행과 함께 추진되어야할 부분이다. 자칫 세금만 내고 목회자와 그 가족들이 복지에서 제외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인 세금’ 항목을 별도로 만드는 것과 ‘비영리 종교법인 세무사찰 및 조사 금지’ 조항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

결과적으로 교회는 2015년까지 불과 1년의 시간, 교회의 재정장부가 투명하게 기재되고 있는지 재점검하고 목회자 사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교단별로 다시 마련해야 하며, 2015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넘어서라도 어떻게 내고 어떻게 받을 것인지 포괄적인 기준을 정부와 함께 마련하는 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현행 개정된 법대로 2015년 과세가 강제될 경우 교회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점이다. 세금을 내고 안 내고는 어쩌면 추후의 문제다. 교회는 일단 ‘납세 시행’을 전제에 두고 A부터 Z까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한다.

 

목회자 세금, 어떻게 낼까?

근로소득·기타소득 먼저 정해라

지난 10월 29일 ‘2013년 세법개정안’의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종교인납세가 기정사실화 됐다. 2015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소득분 부터 목회자들은 ‘기타소득’으로 납세의 의무를 지게 됐다.

그렇다면 내년, 목회자들은 어떻게 세금을 내야할까?

먼저 내년의 경우 시행령이 적용되기 전이기 때문에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 중 하나를 선택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근로소득으로 납세하려면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교회를 등록해 고유번호를 부여받는 것이 우선이다. 교회가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등록돼야 목회자에게 사례비를 지급했을 때 근로소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

이를 위해서는 내부규약(정관)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며, ‘법인으로 보는 단체 승인신청서’ 작성하고 대표(담임목회자) 선임회의록을 첨부하며 법인으로 보는 단체 대표자 등 선임신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 후 고유번호를 부여받으면 ‘월 급여 지급항목’ 결정, ‘개인별 과세대상 급여액’ 결정, ‘개인별 공제대상 부양가족 수’ 확인, 원천징수 소득세 및 지방소득세 결정, 원천징수 후 급여 지급, 원천징수 이행상황신고서 작성 등으로 소득세신고를 마칠 수 있다.

2015년 기타소득으로 과세가 시작되면 ‘원천징수세액 반기 특례’로 구분돼 연 2회(1월과 7월)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관할 세무서에 가서 ‘원천징수 이행 상황 신고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르는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또한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신고 절차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시행령 종교인의 소득 필요경비라는 항목에서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기 때문에 2,000만 원을 사례비로 받는 목회자는 1,600만 원을 제외한 400만 원에 대해서만 과세표준이 적용된다. 즉 400만 원에 대한 소득세, 주민세 만을 원천징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금에 대해서도 이듬해 5월 종합소득신고절차에서 여러 공제절차를 거치면 세액 부담은 더욱 줄어든다. 연 5,000만 원의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의 경우 매년 20만 4천원의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종합소득세 신고시 교육비, 의료비 등 각종 공제를 받을 경우 거의 내는 세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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