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를 통해서 바라본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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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총회를 통해서 바라본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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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1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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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금 목사 / 강남교회

올 10월 말 부산에서 열린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많은 성과를 내고 폐막했다. 세계 140개국 345개 교단에서 파송한 대표 800여 명과 10,000여 명의 참여자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이 시대 하나님께서 세계 교회와 한국 교회에 주신 영적인 사명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축제의 자리였다. 기대는 했지만 막상 참가하여 그 축제의 대열에 섞이고 보니 정말 대단한 행사라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교회가 주관한 행사 가운데 WCC와 같은 국제적인 규모의 세계 대회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고, 개인적인 감동이 너무 컸던 터라 세계 기독교 역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임은 앞으로도 WCC 외에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총회장 주변에 WCC 총회를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 열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국 교회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한국 교회 안에 보수와 진보의 극이 너무 넓고 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세계와 한국 사회에 대하여 한국 교회가 짊어진 과제가 많아 함께 합심하여 노력해도 제대로 감당하기 힘든데, 분열을 넘어 비방이 가득한 현수막을 앞세우고 총회장 앞에서 시위라니…. 하나님과 세계 교회 그리고 우리 민족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국 교회는 민족 복음화와 함께 세계선교, 그리고 이 땅에서의 정의와 평화의 정착, 민족통일, 그리고 생명의 하나님이 지배하는 나라를 이루어야 할 역사적인 사명과 시대적인 과제를 앞두고 있는데, 한국 교회의 골이 이렇게 깊으니 어떻게 그 수많은 과제들을 감당할 것인가!

19세기 선교사들은 복음주의적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그 신앙을 물려받은 한국 교회 역시 복음주의적 신앙 안에서 교회 성장을 이루어 냈다. 오늘의 진보적인 에큐메니칼 진영이나 보수적인 에반젤리칼 진영 공히 선교사들이 전해 준 복음주의적인 신앙을 가졌음에도, 그리고 조금만 더 서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 서로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정도로 기본적인 예의도 저버릴 정도의 반목과 갈등 상태에 있다. 총회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반대자들의 적대하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고,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그 기도 속에 화합이나 용서가 아니라 대적하는 기운만 가득하니 이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 지 참으로 난감하다.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 와 WCC에 반대한다고 목소리 외치는 시위자들이 얼마나 WCC를 올바로 이해하고 시위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순진한 교인들을 그런 정치적인 시위에 교회 지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불현듯 들었다.

WCC 총대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그리스도의 복음을 기초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쟁하고 반박하고 동의하는 가운데 복음에 합당한 의견을 도출해 내 왔다는 것을 역사는 알려 주고 있다 이번 총회를 통해서도 WCC의 성숙한 회의 문화와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WCC는 헌장에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채택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이런 사실을 반증한다.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또 그것들을 공적으로 토론하여 의사소통적인 합의에 이르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WCC는 이 토의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원리를 올바로 실천해왔다.

우리 한국 교회는 이제 에큐메니칼 진영과 에반제리칼 진영이 하나로 화합하여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상호비방, 상호적대를 멈추고 상호공존의 길로 함께 나아가 복음 안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시대적인 과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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