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 선임한 감리교... 해법은 없이 ‘검은 속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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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대행 선임한 감리교... 해법은 없이 ‘검은 속내’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10.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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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총회실행부위원회 열고 ‘임준택 감독’ 직무대행에 선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 16일 총회실행부위원회를 열고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서울남연회 임준택 목사를 선임했다. 전용재 감독회장의 당선무효 판결 후 교단의 실질적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일단 신속히 직무대행을 선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직 감독 10인을 대상으로 특정 후보 없이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진 직무대행 선거에서 임준택, 김영헌, 이정원 감독이 다득표로 2차 투표에 올라갔다. 하지만 김영헌 감독이 사의를 표하자 임준택, 이정원 감독 둘을 놓고 경선을 진행, 17대 17 동수로 결론이 났고 다시 두 사람 중 연급순 연장자인 임준택 감독이 직무대행에 선출됐다.

직무대행을 선출하기까지 실행위원회에서는 한 시간 이상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벌써 세 번째 감독회장 ‘공석’ 사태를 맞이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문제가 벌어졌는지’ 자성하는 대화도, 기도도 전혀 없었다. 실행위가 시작되자마자 모두들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의 수’만 생각했다. 한 마디로 ‘감독회장’이라는 직함의 유혹 앞에 체면도 의리도 없이 날선 공방만 이어졌다.

이날 실행위원회에서는 교단의 시급한 상황 앞에서 모두 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전용재 감독회장의 복귀를 기다리자는 주장과 현 상태가 ‘궐위’에 해당되므로 전직 감독 중에서 아예 감독회장을 선임하자는 주장, 그리고 직무정지나 선거무효는 ‘유고’로 볼 수 있으니 현직 감독 중에서 직무대행을 선임하면 충분하다는 주장까지 3가지 의견이 치열하게 맞섰다.

전용재 감독회장의 복귀를 기다리는 그룹은 “현재 총회특별재판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이 들어간 상태다. 일주일만 기다리면 결정이 난다. 그 정도도 못 기다리느냐. 직무대행이 뽑히면 가처분 선고가 늦어진다. 곧 신속한 판결이 있을테니 기다려보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행위원들은 “행정책임자 없이 교단이 마비되도록 놓아둘 수 없다”며 신속히 대리인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직 감독들의 미묘한 기 싸움이 오고 간 이날 실행위에서는 아예 전용재 감독회장의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가정도 서슴지 않았다. 한 실행위원은 “교회법을 통해 총특재에 재심청구를 하면 될 것을 아예 사회법에 문제를 들고 나간 감독회장이 무슨 영적 권위가 서겠느냐”는 질책까지 쏟아냈다.

결국 직무대행을 선임할 것이냐를 두고 표결에 들어간 후 무기명 비밀투표로 현직 감독 중에 직무대행을 세운 것.

지난해 개정된 ‘교리와 장정’에는 ‘감독회장이 사고, 발병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재판으로 직임이 정지되어 유고되거나, 재판에 의하여 선거무효, 지연, 중지되어 선출되지 못한 경우 가급적 30일 이내에 연회 감독 중 연급 순, 연장자 순으로 임시의장이 되어 총회 실행부위원회를 소집하여 연회 감독 중에서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선임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날 직무대행 선임은 이 조항에 따라 진행됐다.

지난해 장정 개정 과정에서 ‘당선무효’의 가능성을 간과한 감리교는 이번 입법의회 장정 개정안에 다시 ‘당선무효’에 대한 해석과 처리 조항도 삽입키로 했다.

직무대행을 선임한 감리교는 다음달 13일부터 15일까지 입법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어 열린 감독회의에서는 입법의회 장소를 ‘은평교회’로 확정했다.

현재 감리교 내부에서는 금권선거가 사실인지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과 뚜렷한 증거도 없이 전용재 감독회장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반발이 맞서고 있는 상태.

이날 실행위원회 회의실 앞에는 용산지역 한마음교회 성도들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감리교인들의 간절한 열망을 더 이상 피하지 말라”며 선거법과 총대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단 내 혼란과 불신에도 불구하고 이날 실행위원회에서는 현 감리교 사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자성, 회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기도‘의 시간도 갖지 않았다.

교단 감사위원인 허복수 목사는 “직무대행을 뽑는 것보다 선결할 문제가 있다”며 “총특재 판결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실행위원회가 총특재 판결을 100%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재심을 요청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실행위원은 "교단 안에서는 벌써 감독회장 선거운동을 한다는 말도 돌고 있다"며 당선무효 이후 감독회장직을 향한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하지만 권오현 목사는 “빨리 직무대행을 선임하지 않으면 또다시 법원에서 감독회장을 내려 보낼 수 있다”며 위기감을 조성했고, 소위 교단 지도자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는 서로 ‘검은 속내’만 드러낸 채 회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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