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만나보는 '우리말 달인' 남웅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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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만나보는 '우리말 달인' 남웅기 목사
  • 객원기자=이성원
  • 승인 2013.10.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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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말에 바른 신앙 있다" 확신 전파

말 속에 ‘얼’이 있다고 한다. 신앙적으로 보면, ‘말 속에 신앙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 또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함이라”는 성구를 되새겨보면, 올바른 말을 가려할 줄 안다는 것이 신앙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런 의미에서 올해 공휴일로 다시 대접받게 된 한글날이 참 반갑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 달인’ 남웅기 목사(대구 바로선교회 담임)를 만났다. 남 목사는 지난 7월 KBS ‘우리말 달인’ 퀴즈프로그램에서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 달인에 등극했다.

시작은 잘 풀리지 않았다. 꼴찌로 출발한 남웅기 목사는 세명이 남은 2단계에서도 중간에 그쳤다. 어찌어찌 마지막 단계까지 갔다. 경쟁자는 1900점으로 1위, 남 목사는 1550점으로 한참 뒤쳐진 2위. 그러나 마지막 문제가 500점짜리. 아직 실낱같은 기적의 꼬리가 보였다. 마지막 문제, 사물의 기초가 되는 본디부터 있던 부분, ‘밑절미’를 맞추면서 단숨에 역전!

이제 달인 도전이 남았다. 기적은 계속 될 것인가. 남 목사는 준비해간 우리말 노트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그저 시편 40편 1-2절만 계속 웅얼거렸다.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도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올리시고...’

15개의 십자말을 푸는 달인 도전에서, 10개 정도 고유어가 나왔다. 남 목사는 오래 전부터 교회 주보에 매주 고유어를 실으며 교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쳐왔다. 지금까지 약 540개를 실었는데, 그중에서 5개가 이번에 문제로 나온 것이다.

“하나님께서 절 불쌍히 여기셨다고 봅니다. 우리말 달인 프로에 무슨 상금을 타고 유명해지려고 나간 게 아니었어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는데요, 하나는, 달인이 되어 소감으로 ‘할렐루야’를 말하고 싶었는데 결국 편집되어 못나갔죠. PD가, 종교적으로 시비가 붙을 수 있고 그러면 자기들이 힘들어진다고 사정하니….”

가난과 질병, 기적의 해결

또 하나의 목적은, 사실 개척교회 목사가 들으면 코 끝이 찡해질 수 있는 이야기다. 하나님께 증명을 받고 싶었다고 한다. 교회를 개척해서 24년이나 목회를 했는데, 아직도 지상으로 못나오고 있다. ‘바로선’이란 교회 이름처럼 바로선 신앙을 교인들에게 전하려고 무던히 애써왔다. 우리말을 그렇게 사랑하고 주보에 내며 가르친 것도 올바른 말에 올바른 신앙이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제가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올바르게 목회한다고 해온 것을 입증받고 싶었죠. 그런데 정말 기적적으로 달인에 오른 겁니다. 저는 하나님이 위로하셨다고 생각해요. 내가 너로 인해 기뻐한다. 너 그동안 옳게 목회했어. 그러면 된 거 아닙니까? 세상적으로 유명하고 큰 교회 목사가 못되었더라도 말입니다.”

목회자가 안되었더라면, 사실 그도 유명해질 뻔 했다. 지난 1985년 4월, 그의 나이 36세 때, 그는 내무부에서 6급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곧 5급 진급을 앞뒀던 그는, 4급까지 되어 시장이나 군수로 지방에 내려갈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에게서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사실이 발견됐다. 그때 퍼뜩, 그의 머리를 치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하나님께 드린 서원이 생각났지요. 제가 초등학교를 10살에 들어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결핵성 척추관절염을 앓았는데, 돈이 없어서 약도 못사먹고, 그저 늘 누워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중에 기도로 병이 나은 거예요. 그때 하나님께 서원했어요. 주의 종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으니 신학대학도 가기 힘들더라구요.”

내무부 공무원에서 목회 길로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통신대학을 들어갔다. 시작은 그렇게 미약했다. 그러나 대구시지방공무원 9급 시험에 합격했다. 동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7급 공채에 합격한다. 달성군청, 경북도청을 거쳐 내무부 본부에서 근무했다.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B형간염보균자 발견으로 그 서원이 생각난 거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군수까지 하고, 그 다음에 목회를 하면 되지 않겠나. 그런데 그때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어요. 좋은 시절 세상에서 다 보내고 나중에 목회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그래서 결단을 내렸죠. 내무부에 사표를 내고 목회의 길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지리고생, 지지리궁상, 피똥 싸는 고생’을 하게 된다. 후회는 없을까? 남 목사는 단호하게 잘라 말하다.

“제가 장로가 되어 군수를 하고 있었으면 깨닫지 못했을 하나님의 영광, 하나님의 은혜를 목회자가 되어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이건 목회하지 않았으면 절대 깨닫지 못했을 은혜예요. 세상 영광과 어떻게 주의 종이 받는 영광이 비교가 되겠습니까?”

남은 목회 인생의 꿈은 한옥교회를 근사하게 짓는 것이다. 아직도 지하에 있으면서 꿈이 너무 과하다고? 남 목사는 말한다. 이번에 KBS 우리말 달인에 오른 것도 처음엔 전혀 가능성이 없었다고. 두고 보라고. 나중에 한옥교회를 지으면 그때 다시 한번 꼭 취재해 달라는 남 목사. 그는 목회가 무엇인지, 왜 하는지, 한번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목회자다.


남 목사의 자녀 이름과 교회 이름에 담긴 뜻
남이사, 남달리, 남이랑 … ‘따로 또 같이’ 정신

남웅기 목사의 우리말 사랑은 그의 자녀 이름에서부터 발견된다. 첫째 아들 이름이 남이사. 둘째는 남달리. 셋째는 남이랑.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당혹스럽다. 그런데 알고 들으면 은혜다!

첫째 아들 ‘남이사’를 호명하게 되면 “이사야”라고 부르게 된다. 선지자의 이름이다. 또 ‘남이사’ 뭐라 하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되라고 지었다.

여기엔 성경적인 근거도 있다. 여호수아가 남긴 유언을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너희는 하나님을 버릴지라도 나는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밀어붙이는 대목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남이사’다.

둘째와 셋째는 딸 쌍둥이다. 그러니까 또 말이 된다. 둘째 ‘남달리’는 남달리 차고 나가라는 뜻이다. 셋째는, 반대로, ‘남이랑’ 어울리라는 뜻이다. 남달리 차고 나갈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남이랑 어울려야할 때도 있다. 그냥 이름만 불러도 어감이 괜찮다. “달리”야. “이랑”아. 그러나 어렸을 때에는 아이들이 놀림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아닙니다. 어렸을 때에는 공부에 따라서 좀 처지가 좌우되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다행히 공부를 좀 잘해서 놀림은 덜 받았어요. 오히려 독특하고 개성이 있는 아이로 인정을 받았요.”

‘바로선’이란 교회 이름은 신학교 시절, 동기들 모임 이름에서 시작됐다. 남 목사는 자신이 지은 이 이름을 나중에 교회 이름으로 사용했고 그의 동기 둘도 각각 강릉과 수원에서 바로선교회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훗날 그 두 교회에선 ‘바로선’이란 간판을 내렸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이 삐딱하게 본다는 것이다. 너희만 바로 섰냐, 우리는 바로 서지 못했냐. 또 하나는 교인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교회 이름이 ‘바로선’이니,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 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남 목사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높아진다. “아니 우리가 가야하는 십자가의 길이 얼마나 부담되는 길입니까? 신앙 자체가 부담되는 것 아닙니까? 그 부담을 안고서 씨름하면서 신앙생활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갈 길 아닌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신자들은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는 교회만을 찾아다닌다. 남 목사는 이밖에도, 교회에서 한자말 대신에 우리말을 쓰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철야기도 → 밤샘기도, 심야기도 → 한밤기도, 축호전도 → 집집전도, 중보기도 → 살림기도, 무명씨 → 아무씨, 노방전도 → 한길전도. 어떤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한글날을 맞아 고심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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