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기업가 정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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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기업가 정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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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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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9시 성결종합건축 12층 소회의실에서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었다. 이사 13명 중 출장 중인 1명을 제외한 이사 12명이 참석했다. 이진성 대표이사가 긴급이사회 소집경위를 설명했다.

“오늘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것은 회사의 유동성이 극도로 악화되어 어떤 조치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회사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총무겸 재무이사가 경과보고를 드릴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69년도 초 자본금 100만 원, 발기인 3명으로 시작해 27년간 매년 10% 이상 고속 성장을 거듭해 현재 자본금 1,750억 원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바 있습니다. 현재 주식 350만 주를 시가로 환산할 경우 자본금 8,750억 원으로 7,000억 원의 무상증자도 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축아파트 분양실적이 저조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금년도 우리 회사 아파트신축현황은 총 5,625호, 공사원가 1,593.96억 원이며, 분양실적은 787호, 매출액219.67억 원이었습니다. 총공사비 1,593.96억 원에서 매출액 219.69억 원을 공사비로 보전한 후 1,384.29억 원의 공사비, 미지급액이 남아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692.15억 원의 은행대출로, 연 3%의 이자로 20.76억 원의 비용이 증가하게 됐습니다. 이로서 매월 경상경비 3억 원을 포함해 월 5.9억 원, 연 70.80억 원의 유지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나 현재 신규청약이 실현되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상 영업부이사가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은 기획이사가 말해 주세요.”

“평소 다음 연도 아파트 신축은 정상적인 경기상태에서에 통상 자본금의 약 5배로 저희 회사는 8,750억 원의 아파트를 신축할 수 있으나 금년도에는 1,593.9645억 원으로 불과 자본대비 91%로 신축한 바가 있습니다. 청약실적이 저조한 원인은 경기불황과 IMF로 청약시장이 얼어붙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한 번 확정된 사업계획이 실행되면 마치 쏘아놓은 화살과도 같아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저의 업무는 기획업무입니다. 나쁜 결과를 처리는 것은 재무이사나 영업이사 또는 법무이사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진성 대표이사가 법무이사를 바라봤다.

“저는 기획이나 경영 분야는 잘 모릅니다. 단지 법률관계만 다룰 뿐입니다. 회사의 유동성이나, 재무에 관해서은 총무부나 영업부에서 더 검토하시고 법률적인 것을 말하겠습니다. 회사 스스로 유동성을 개선할 방안이 없다면 법정관리나, 회사의 청산이나, 파산절차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 결정되면 그땐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지금 회사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누구라도 이 난국을 개선할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주세요. 잠시 휴회하고 15분 후에 다시 회의를 계속하겠습니다.”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사들은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친한 이사끼리 수근댔다.

“아니 밤이라도 새울 모양인가?”
“요즘 청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회사 운영을 무슨 자금으로 하는지 모르겠어! ”
“사장이 그동안 축적한 비자금으로 1년은 버틸 수 있데.”
“아니야. 사장의 비자금이 이제 바닥이 나서 이렇게 긴급이사회까지 소집하는 거야.”
“회사가 파산하면 자네는 갈 데가 있는가?”
“자네 오늘 석간신문을 보았는가?”
“뭐가 나있는데?”
“하루에 건설회사가 몇 개나 파산하고 있다는 거야. 또 이 기사는 아파트 청약 저조와 유동성 악화로 인해 조만간 법정관리신청을 할 예정으로 있다는 기사가 있어 아마 우리 회사 이야기인 것 같아.”
“우리 회사 주식이 계속해서 하한가를 치고 있어.”
“그럼 자본잠식이 되는 것 아니야? 나도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다시 회의가 속개됐다. 시계는 1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대표이사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시간이 없어서 간단히 저녁과 다과를 준비했습니다. 편히 드시면서 회의를 진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선 기획부 이사부터 시작해 주십시오.”

“제가 내년도 기획을 작성하라면 하겠습니다. 금년도 기획은 이미 쏘아놓은 화살과 같다고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재무이사입니다. 지금 유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현안입니다. 신규청약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저는 영업이사입니다. 현 상태로는 신규청약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도 같습니다.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저는 법무이사입니다. 모든 이사님들의 진술한 바를 종합하면 회사의 자체능력으로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에 제가 말씀드린 법률적 검토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제가 27년 전 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번 어려운 일을 잘 견디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내가 경영에 몰두하다 보니 새로운 경영에는 눈이 어두워진 것 같습니다. 누가 이 난국을 해쳐나갈 지혜를 가지고 있다면 기꺼이 말해주기 바랍니다.”

이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옆 자리 이사들과 귀속 말을 서로 나누었다.
“이제 사장이 회사를 떠나려고 하는구먼!”
“어떤 대안이라도 있는 것일까?”
“새로운 자본주를 영입하려는 것일까?"

그때 영업부 이사의 자료 준비를 보조하는 강지철 대리가 손을 들고 마이크 앞으로 나왔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준비자료도 없었다. 의외의 일이라 모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영업부에 근무하는 대리 강지철입니다. 제가 비록 말단 사원에 불과하지만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러분과 다름이 없습니다. 만일 저희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다면 그게 바로 우리와 우리의 부양가족 전체에 대한 어려움입니다. 저는 이 회사에 몸을 담은지 불과 3년 밖에 안 됩니다. 그동안 제가 알고 있는 것을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기획이사님께서 한 해의 사업계획안이 확정되면 마치 쏘아놓은 화살과도 같아서 되돌릴 길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쏘아놓은 화살은 과거의 실패한 화살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실패한 화살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화살을 당겨 목표에 명중시켜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집이 살기가 불편하다면 고쳐서 써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모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조용해 주십시오! 강지철 대리의 말을 끝까지 들어봅시다.”

대표이사가 장내를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다시 강지철 대리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저는 작년 말 금년도의 아파트신축공사계획서를 접하고 너무나 놀랬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서 왜 지금에야 말하는 건가?”
전무이사가 소리치면서 말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해도 아무도 저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려는 분이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말해보게!”
대표이사가 말했다.
“지금은 ‘항상 판매를 끝내라!’(Always Be Close)는 전통적 세일즈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럼 무슨 대안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상무이사가 말했다.
“예, 새로운 세일스 기법 ‘ABC’가 그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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