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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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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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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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 목사•예따람공동체

도토수비(陶土水飛)라는 말이 있다. 고려청자, 이조백자의 영롱하고도 우아한 빛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밝히는 도자기 빚는 과정에 대한 말이다. 도토수비(陶土水飛)의 한자 말 그대로 풀이하면, 도자기에 쓸 엄선한 흙을 물에 풀어서 위로 떠오르게 하여 걸러내는 작업을 말한다.

도공(陶工)들은 귀한 그릇을 만들 때, 아무 흙이나 사용하지 않는다. 먼저 좋은 흙을 고른다. 다음에는 물에 흙을 풀어서 위로 떠오르는 흙을 조심스럽게 모아 빚어 그릇을 만든다. 재료에서부터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 그런데 진짜 감동은, 귀한 도자기를 만드는 도토수비(陶土水飛)의 흙은 반드시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무려 40년이라는데 있다. 도토수비로 얻은 흙을 40년 간 숙성시키고, 비로소 반죽을 하여 빚어 구워 청자와 백자의 신비로운 빛을 얻게 된다. 그릇 한 점의 완성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40년 전 도토수비(陶土水飛)의 땀을 흘린 스승의 배려, 그리고 40년 후에 자신의 제자가 써야 할 재료를 위해 도토수비(陶土水飛)의 수고를 해야만 대를 잇는 도예(陶藝)가 된다. 도토수비(陶土水飛)의 수고, 헌신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도예(陶藝)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고, 한 점의 도자기가 그냥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왜 고려청자와 이조백자의 전통의 맥이 끊어졌을까? 여러 이유들이 있다고 하지만, 어쩌면 40년 후를 위해 준비하고 헌신하는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의 한국 교회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한국 교회는 위기의 시대가 지나고 몰락의 때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교회들이 금이 가는 소리가 방방곡곡에서 너무나 많이 들린다. 분쟁이 생기고 분란이 일어나는 교회들은 어떤 이유가 있을까? 한국의 기독교 130년의 역사를 간략히 돌아보면, 초창기 한국 교회에는 순교신앙(殉敎信仰)과 청빈생활(淸貧生活)이 있었다. 이 두 가지 아름다운 신앙으로 30배, 60배, 100배의 열매가 맺혔다.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급속한 부흥과 성장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깊이 생각할 점이 있다. 30배, 60배, 100배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하나를 심어 30배면 29가 남고, 60배면 59가 남고, 100배면 99가 남는다. 주님은 남은 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질문한다. 우리의 순교신앙과 청빈생활을 보며 마음껏 넘치도록 복을 주고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신다. 어떻게 사용했나? 창고형 교회를 짓고, 그 속에 쌓아만 두었다. 자기의 몸을 부풀리는데 사용하면서, 지경을 넓혔다. 큰 교회, 많은 교인을 추구했다. 교회의 자기 욕심과 이익을 위해 썼다.

십자가 탑 아래의 창고 속에 쌓아 둔 것에는 독소가 생기게 마련이다. 큰 창고를 채우려고 힘쓰다보면 온갖 잡동사니로 채우는데, 세속주의와 세속적 가치관도 같이 들여왔다. 교회를 병들게 하는 독(毒)이다. 이 사이 선배들이 쌓아왔던 순교신앙과 청빈생활은 지우개로 지워지고 말았다. 비만이 된 교회에 혈관이 막혀 생명의 기운이 불통이다. 내 배만 부르면 된다는 식의 교인 끌어 모으기는 목회현장에서 도토수비(陶土(水飛)를 팽개치게 했다.

한국 교회에 보편화된 현상 중 하나는 가슴 아픈 현상이지만, 교회들마다 목회자가 바뀌면 후임 목회자가 전임 목회자의 목회 흔적들을 지운다는 것이다. 교회는 경험이 쌓이면서 발전하며 성숙해 지는데, 새로운 목회자가 부임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라면, 초보운전과 같고 교인들은 무시당하는 셈이 된다. 이런 현상이 한국 교회가 성숙해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매함이요, 사막의 오아시스의 표가 되는 야자수를 잘라 오아시스를 독차지 하려다 오아시스를 잃어버리는 우둔함이다.

언제까지 한국 교회는 초보운전 연습의 과정을 밟아야 할까? 이젠 도토수비의 수고를 귀히 여길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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