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보리떡을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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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보리떡을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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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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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목사 (은혜비사랑볕교회)

예전에 섬기던 교회에 봉고차가 두 대 있었습니다. 한 대는 구입한지 오래된 이스타나였고, 또 한 대는 새로 구입한 스타렉스였습니다. 차 두 대가 모두 출동해야 될 때가 되면 간혹 묘한 상황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나는 어떤 차를 타야 할까? 반짝반짝 윤이 나고 시트도 편안하고 소음도 없고 에어컨도 빵빵한 스타렉스인가, 아니면 낡고 낡아서, 에어컨을 틀면 천장에서 보슬비가 내리고 의자는 신음을 내며 덜덜덜 굴러가는 이스타나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언젠가 심방갈 일이 있어서 차 두 대가 교회 앞에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따라 교인들이 우르르 새차로 몰려 붐볐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다가 뒤에 있는 헌 차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반갑게도(?) 저보다 먼저 헌 차에 올라 타있는 교우가 계셨습니다. 마음이 찡했습니다. 담임목사라는 빽으로 주로 새차를 타고 다녔지만, 그날은 헌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아무도 타지 않으려는, 이스타나의 낡은 문짝을 어루만지며 한번 더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말을 걸었습니다. ‘야, 너 언제 이렇게 보리떡 신세가 됐냐? 너도 한때는…….’

그날 아침에 묵상한 성경내용이 보리떡 같은 기드온 이야기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드온을 사사로 쓰시려는데, 마음 약한 기드온이 계속 뒷걸음질 칩니다. 하나님이 기드온을 격려하시려고 기드온에게 적진으로 가보라고 하십니다. 적진에 다가간 그는 미디안 보초들이 하는 말을 듣고 용기백배합니다.

“내가 꿈을 꾸었는데 보리떡 한 덩어리가 우리 천막에 이르러 그것을 쳐서 뒤엎자 천막은 쓰러지고 말았네.” 그러자 다른 친구가 대꾸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 사람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의 칼일세. 하나님께서 미디안과 이 모든 진을 그의 손에 붙이셨군.”(삿7:13-14)

보리떡같이 별 볼일 없던 기드온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해변의 모래같은 미디안을 무찌릅니다. 하나님은 보리떡을 칼로, 바윗덩어리로 쓰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보리떡 다섯 덩어리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신 놀라운 기적도 성경에 나옵니다. 아, 하나님은 보리떡을 좋아하시나 보다!

종종 우리는 우리 자신이 보리떡 같다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떡을 잘 모르는 저는 무슨 떡이 가장 비싼 떡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찹쌀떡도 아니고 인절미도 아니고 시루떡도 아니고 호박떡도 아니고, 하찮은 보리떡 같은 내 인생. 그런데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사실은 하나님의 은혜를 입을 때 아닙니까?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고 겸손한 자들에게 은혜를 주시며(벧전5:5), 더 나아가 겸손한 자를 높이시며(벧전5:6), 우리가 약할 그때에 강함이 되시며(고후 12:10), 바리새인보다 세리를, 고관대작보다는 고아와 과부를 기억하시고, 장남보다는(장남이 특별대우 받았던 그 시대에는) 차남이나 무시당했던 막내에게 마음 쓰이시고, 말석에 앉은 자를 상석으로 인도해주시는 분이시니까요.

그날 모두 새차를 타려는 북새통에도, 일찌감치 헌 차에 올라 앉아계신 그 분을 하나님께서 어떤 눈빛으로 보셨을까, 저는 짐작이 갑니다. 그 다음 주간에 그 헌 봉고차를 몇몇 교우들과 함께 잘 닦고 광을 냈습니다. 그랬더니, 신수가 훤해졌습니다. 엑셀을 밟으니, 엔진소리도 더 경쾌해진 것 같고, 차도 더 잘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우리가 만져주기만 했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그 차도 자기가 사랑받는 것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사랑의 힘일까요? 그날 저는 피곤한 몸을 눕히며 확신했습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보리떡을 좋아하신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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