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상태바
숨바꼭질
  • 운영자
  • 승인 2013.07.02 2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하여 늦은 시간 아내와 산책을 하는데, 어려서 많이 듣던 소리가 들려옵니다. 요즘 도심지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동네 아이들이 아파트 마당에 나와서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한참 동안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함께 숨바꼭질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숨바꼭질"은, "순바꿈질"에서 온 말로서, 순(巡)을 바꾸어 나가는 놀이라는 뜻입니다. 적당히 어두컴컴한 날 친구들이 모여 술래를 정하고 모두들 자신만의 장소를 찾아 열심히 몸을 숨깁니다. 모두가 열심히 숨고 나면 술래는 숨은 친구들을 찾아 나섭니다.

볏단 뒤에 숨은 친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양간에 숨은 친구는 혹여나 소가 인기척에 놀라 울기라도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합니다. 그러나 잠시 후 술래는 귀신같이 친구들이 숨어 있는 곳을 알아내서는 친구들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숨바꼭질의 묘미는 무엇입니까? 못 찾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 술래가 숨은 아이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숨어 있는 친구도, 술래가 자신을 찾지 못하더라도 술래에게 계속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런 숨바꼭질은 정말 재미없을 것입니다. 발견하지 못하는데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데, 찾는데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찾을 수 있도록 힌트를 남깁니다. 술래가 숨은 친구를 찾을 때마다 한 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즐거운 함박웃음과 함께 술래잡기는 계속 됩니다. 이 숨바꼭질은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럴드 로우슨 싯처의 ‘하나님의 뜻’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본래 의사가 되고자 공부를 하였지만, 훗날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여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술 취한 운전수가 자동차를 들이받아 그만 그 자리에서 부인과 귀여운 네 살짜리 아이가 죽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몇 가지 질문을 합니다. “목사가 된 일이 잘 한 일인가? 이 사람과 결혼하여 사는 것이 잘못이었나? 아니면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이었는가?” 저자는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하나님과 우리는 숨바꼭질을 하는데 하나님은 절대 꼭꼭 숨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는 발견하게 됩니다. 그 하나님을 발견하려면? 숨바꼭질 할 때처럼 여러 힌트들을 찾아야 합니다. 힌트를 발견하는 길은,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일이 되면 준비된 예배를 최선을 다하여 드리는 것, 어려운 친구가 있으면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으로 도와주는 것 등이 숨바꼭질의 힌트를 발견하는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과의 술래잡기는 더 이상 재미없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너무 어렵게 숨어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수많은 힌트를 갖고도 하나님을 찾지 못하기에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놀이를 너무나도 잘 아십니다. 우리가 당신의 뜻을 발견하여 환호성을 치며 좋아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숨어 계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계시해 주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우리는 예부터 믿어 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꼭꼭 숨기시지 않습니다. 환호성을 치라고 우리에게 여러 가지 ‘힌트’를 남겨 두십니다. 이 여름, 그 힌트를 찾아 우리 곁에 계신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에 푹 빠질 수 있다면, 숨바꼭질하느라 더위를 잊은 아이들처럼, 우리 인생의 더위도 사라질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