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 기독교 가치관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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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에 기독교 가치관을 담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6.05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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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착한 경제 ‘기독교 공정무역’ <하>

▲ 기아대책 행복한나눔은 공정무역을 통해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 850개 농가를 돕고있다. 치아파스 커피 농가의 어린이가 커피콩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박영록 작가>

칼뱅 ‘직업소명설’로 풀어낸 수익의 딜레마
빈곤지역 돕는 선교모델로 활용된 공정무역

다양한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데 공정한 가격 지급을 촉진하도록 돕는 공정무역. 기독교에 뿌리를 둔 한국YMCA와 기아대책,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등의 단체는 국내에 공정무역이 시작된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왔다. 이런 공정무역이 최근 국가정책과 맞물리며 본격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공정무역을 진행하는 기아대책 행복한나눔을 통해 그 운영의 중심에 있는 기독교가치관을 조명해본다.

# 미래선교의 교두보 공정무역
서울시는 지난달 2013년 공정무역 주간에 국제공정무역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날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엄은희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공정무역 매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두각을 나타내는 기독교NGO 단체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기아대책 행복한나눔.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에 문을 연 이곳은 연 매출액 6,300만 원으로 시작해 현재 5억 7,000만 원으로까지 성장했고 제품 판매처도 111곳에 이른다. 총매출액 규모로는 5번째, 사업 성장률도 감소세 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단체에서 기아대책 행복한나눔에 주목할 만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공정무역의 접점이 선교단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행복한나눔은 현재 멕시코 치아파스와 인도네시아 자바 섬으로부터 각각 원두 35만 톤과 4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그 중 해발 1,700m 넘는 멕시코 치아파스에서 수입하는 원두는 현지 선교단체 ‘익투스’를 통해 지난 2009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그리스어로 물고기라는 뜻을 담고 있는 선교단체 익투스는 미국국적의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단체다.

기아대책이 익투스 E-cafe로부터 구입한 원두는 치아파스 농가를 돕고, 현지 어린이 영양지원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독교NGO 단체가 중남미 선교단체와 공정무역을 통해 현지 선교사역을 돕는 경우다. 치아파스 4개 지역 36개 마을 850개 농가는 현재 행복한나눔과 공정무역 계약을 체결했고 기아대책 출신 팀장급 선교사가 파견된 상태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지난해 기아대책이 같은 선교모델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지방에 만들었다는 점. 익투스를 롤 모델로 선교의 불모지에 복음의 간접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금연정책으로 사양산업에 접어든 담배보다 커피 산업을 권장함에 따라 자바 오노소보 마을에 공정무역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아대책은 이를 위해 지난해 커피 묘목 22,400그루를 현지에 지원한 데 이어 올해에도 2만 그루를 지원할 예정이다.

행복한나눔 박찬욱 사무총장은 “인도네시아 자바 지역의 경우 커피가공시설을 대부분 화교가 장악해 커피농가들은 원두 1kg당 1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며 “기아대책은 공정무역을 통해 현지에 생산-가공시설을 확대해 생산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 수익을 제어하는 기독교정신
일반적으로 공정무역만 놓고 본다면 기독교와의 접점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오히려 수익창출이라는 명제로 기독교 정체성이 흐려지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아대책은 공정무역과 기독교 정체성 및 선교적 의미와의 연관성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기아대책은 그 연결점을 비즈니스 에즈 미션에서 찾는다.

기아대책 행복한나눔 신동민 간사는 “만인제사장설에 근거할 때 비즈니스 에즈 미션은 칼뱅의 ‘직업소명설’의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모든 직업은 거룩하며 주어진 위치에서 자신의 역량을 통해 하나님께 드려지는 삶을 통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명에 담긴 가치관이 기독교정신인지 아닌지에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간사는 “비즈니스에 있어 소명은 물건을 팔고 안 팔고의 행위보다 그 과정과 결과에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이 담겨 있는지 유무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비즈니스 자체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담는 것은 뒤틀린 무역을 회복하는 의미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네덜란드 개혁 신학자이자 전 수상인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론 중 문화영역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런 점에서 비즈니스와 미션을 따로 분리한 ‘미션 인(In) 비즈니스’와 ‘미션 포(for) 비즈니스’, ‘미션 트루(through) 비즈니스’와는 구별할 것을 요청했다. 기아대책 박찬욱 사무총장은 인도네시아 자바 오노소보 마을과의 교류는 그런 의미에서 통전적 의미의 선교라고 말했다.

단단한 기독교 가치관에 바탕한 기아대책의 이러한 노력은 일반 커피전문점으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두 곳에서 생산되는 원두와 아프리카 산 원두를 브랜딩한 제품은 현재 카페 가비양과 커피밀을 비롯해 교회카페, GS Shop, 국립박물관 카페, 기업 사내 카페에도 유통되고 있다. 신앙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상품성을 함께 인정받고 있는 세간의 평가다.

이와 함께 경상남도 거제도 고천교회에서는 현재 ‘Be My Friend’ 2호점을 운영 중이며 오는 18일에는 경남 양산 평산교회에 3호점을 낼 예정이다. 기아대책은 교회에서 공정무역 커피점을 원할 경우 원두 공급뿐만 아니라 자생력을 높이는 카페 경영 노하우 및 바리스타 교육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미션과 비즈니스의 관계는 선교적 가치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며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안에서도 마땅히 회복해야 할 기독교적 가치관을 찾는 것은 하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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