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입금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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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입금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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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1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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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목사 (은혜비사랑볕교회)

최근 한 대형교회에서 교회 로비에 설치한 헌금입금기로 교인들이 헌금하는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돌아다니면서 논란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찬반양론을 좀 소개해봅니다.

먼저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비기독교인들은, 교회가 돈을 더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서 희한한 일을 하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이해가 되지만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경건성이 떨어진다, 기계적인 세상을 도입하는데 앞장 서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온라인헌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등의 반응이 많았습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하는 헌금인데 편리한 것이 좋지 않으냐, 큰 교회는 거래가 투명해지기 때문에 헌금입금기로 헌금해야 한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시니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번거롭게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뽑고 쓰고 넣는 불편함이 없으니 좋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헌금바구니 돌리는 것보다 헌금입금기로 각자 알아서 내니 좋다고 했는데, 이분들은 오해한 듯합니다. 헌금입금기를 사용하는 교회라도 예배시간 중에 헌금 시간이 또 있을 겁니다.

정리하면, 반대하는 분들은 교회가 돈을 더 많이 걷기 위한 수단이라서거나, 또는 경건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찬성하는 분들은 실용주의적인 면에서 좋고, 헌금하는 이의 마음이 중요하지 모양새는 상관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찬성하면서도, 이런 모습이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가 상업주의에 빠졌다는 비난거리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 부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사진이 돌아다니자 많은 네티즌들이 역시 교회가 또 돈을 밝힌다고 집중포화에 나섰습니다.

사실 헌금입금기 논란은 본질적으로 어디까지 교인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옳은가의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한때 예배당 전면에 프로젝트 화면을 설치하는 것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교회가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제 찬송가와 성경책이 없이도 예배드리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에 찬송가와 성경책을 가지고 오지 않는 폐단도 생겼지요.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성경찬송을 대신하는 모습도 많이 보입니다. 저도 거부감이 듭니다. 그러나 요즘 생활의 중심이 스마트폰인데 그 스마트폰을 교회에서 못쓰게 하는 것이 과연 젊은이들을 포용하는데 유익한가 하는 의문도 뒤따릅니다. 하지만 예배 중에 스마트폰을 보며 ‘딴길로 가지 맙시다’라는 찬송을 부르다 딴 길로 갈까봐 염려됩니다.

사실 헌금을 드리는 행위는 각각의 예배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예배순서입니다. 주일예배를 앞두고 기도를 맡은 자가 기도를 준비하고, 설교를 맡은 자가 설교를, 찬양을 맡은 자가 찬양을 미리 정성껏 준비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자기에게 주어진 그 헌금순서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드리는 예배가 과연 온전한 예배가 될 수 있을까요? 헌금은 각 예배자에게 설교, 찬양, 기도 못지않게 중요한 예배순서입니다.

‘김제O’이라는 아이디의 댓글을 소개합니다. “너무 앞서 가는 것 아닌가요? 교회가 사회를 앞서 가야 되는 게 있고 좀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뒤 따라 가도 되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예수님의 성전정화 사건도 다시 깊이 묵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편리해지려는 본성이 있습니다. 좀 더 좀 더... 그러나 때로는 그 본성에 브레이크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신앙생활이란 본성을 거슬러 마음과 육체의 불편함을 감당하는 훈련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어머니가 연보돈을 다리미로 다려주시던 그 추억, 그 향기까지 기억되는 저희 구세대가 복받은 세대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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