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틀 속에서 차별하는 사회 … 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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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틀 속에서 차별하는 사회 … 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아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01.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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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88
88년생 청년들에게 듣다

1988년 창간된 기독교연합신문이 올해로 25살을 맞이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패기어린 25살 청년의 마음으로 한국 교회를 품고자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그런데 25살 동갑내기 친구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2013년을 살아가는 25살 청년들의 머릿속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88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1988년 2월. 세상에 첫 발을 디딘 기독교연합신문이 창간 25주년을 맞이했다. 25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청년기. 그러나 이 땅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교회를 향해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스스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감추는 이들도 있다. 교회에서 헌신할 시간에 차라리 ‘스펙’이나 쌓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정말 교회는 청년들에게 뒷전이 되어버린 것일까.

본지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1988년생’ 동갑내기를 만났다. 신학대에서 공부하며 목회의 길을 꿈꾸는 이신 군(총신대 4학년), 이제 갓 취업전선에 뛰어든 이효정(여의도순복음교회)과 김수현(청운교회) 등 3명의 25살 청년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25살 청년들에게 듣는 신앙과 결혼관, 그리고 교회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교회에 대한 이미지 나빠져 친구 사이나 직장에서 전도 쉽지 않아
가난한 성도들의 헌금과 기도로 세워진 교회… 사역자들 검소하길

기자-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신 -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중이에요. 군대 전역 후 전도사 생활을 1년6개월 째 하고 있지요. 중고등부 담당인데 40~50명 정도 돼요. 공부 마치면 유학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수현 - 세종대학교 4학년 2학기 휴학 중인데,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놓고 고민하다가 최근 취업이 결정됐어요. 학교 다닐 때는 교회-학교-집이었는데, 취업 후에는 교회 일에 소홀하게 되네요. 직장생활이 바빠지니까 교회 일에 지치게 되요. 신앙에 도전이 생겨서 기도하는 중이에요.
효정 - 저는 직장생활 3년째인데 일찍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어딜 가도 막내취급이에요. 청년부 셀 리더로 섬기고 있는데 저 역시 직장에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벅차게 느껴져요.

기자 - 사회생활을 하면서 신앙과 충돌이 많은 가요?
수현 - 직장 주변에 교회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회식하다보면 술집 같은 곳에 가게 되고 신앙적으로 멀리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 괴리감을 느끼게 되곤 해요.
신 - 저 역시 친한 친구들 중에 믿음을 가진 친구들이 전혀 없어요. 전도 하려고 해봤는데 욕만 먹게 되더라구요. 어느 순간 친구들과 대화가 어려워지고, 스무살이 되면서 친구들과 멀어졌어요. 친구들과 만나면 모두 취업이나 여자 이야기밖에 안 해요. 안 믿는 친구들을 보면 하나님께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전도는 말처럼 쉽지 않고, 술자리도 잦아서 만남이 쉽지 않아요. 정말 많이 힘들더라구요.

기자 - 교회에 대해서 많이 부정적인가요? 왜 교회에 이렇게 미운털이 박혔을까요?
신 - 한국 교회가 표방하는 신앙, 개혁주의 신앙이잖아요.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멈춰 선 것 같아요. 사실 지난해 금권선거 논란이나 합동총회 가스총 사건, 용역 동원 이런 모든 문제는 충격적이었어요. ‘저 사람들은 복음이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보세요. 신성한 목회단상에서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천국에 가겠습니까? 세습도 그래요. 아들이 잘 준비된 사람이라면 세습이라도 문제가 없겠죠. 완벽하게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가능하다고 봐요. 그러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하지 않겠다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하는 목사님들의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성도들 중에 과부도 있고, 고아도 있고, 거지도 있을 텐데…. 불쌍한 성도들이 있는지부터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얼마나 어렵게 십일조를 하는지 안다면 목사님들의 씀씀이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요.

  기자 - 이신 군은 신학생이라 교회에 대한 고민이 많군요. 신학생만의 어려움이 따로 있나요?
신- 사역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고민이에요. 저 같은 신학생들의 경우 대다수가 대형교회 부목사로 가고 싶어 해요. 집도 주고, 차도 주고…. 또 대형교회는 시키는 것만 하면 되지만 작은 교회는 실제 사역이 엄청 힘들거든요. 그런데 예수님을 본받겠다고 결심하면 명령에 순종해야죠. 도망가면 요나 같은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교계•교단에 부탁이 있다면 교회 사역하는 신학생들 등록금을 다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작은 교회 사역하면 사례비 30만 원 정도 받는데, 아이들은 전도사가 무슨 ‘치킨공장’ 하는 줄 알아요.

기자 - 한 마디로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이야기죠? (웃음) 그럼 신학생이 아닌 일반 청년들은 교회생활에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효정 -
청년부 구성원의 상당수가 학생이다 보니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요. 평일 프로그램에는 참여하기 힘들고, 기도회도 역시 빠듯한 시간에 하니까 힘들어요. 교회 입장에서는 다수에게 프로그램을 맞추겠지만 직장인에 대한 배려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현 - 졸업을 앞두고 상당한 불안감이 있었어요. 학생 신분을 계속 유지할 수도 없고, 취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고민이 많이 되죠. 취직 후에는 사회인으로 서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교회 사역이 힘들어요. 사역이 마음 깊이 우러나는 헌신이 되어야 하는데 일로 느껴지니까 부담스럽더라구요.

기자 - 우리는 88이라는 숫자와 인연이 깊은가 봐요. 88년생인데, 사실 우리 세대를 ‘88만 원 세대’라고 부르잖아요. 사회생활 어려움이나 사회에서 느끼는 모순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효정-
저는 2년제 대학을 나와서 취업이 많이 어려웠어요. 특히 연봉협상 과정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할까? 사회에서 너무 똑똑한 사람만 원하는 거예요. 제가 디자인 한 것이 더 잘 나갈 수 있는데, 학력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더라구요. 제가 일하는 패션분야는 학력보다 실력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잘해도 전문대 출신이라는 선이 그어진 것 같아요. 벌써 4년 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다시 학교에 가서 학력을 높여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사람을 보는 기준이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학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수현 - 우리 세대가 아픔이 많은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입시 때부터 문제였던 것 같아요. 원하는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성적에 맞춰서 진학을 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에요. 정형화된 틀에 따라야 하고 그게 정답이라고 세뇌되는 거죠. 취업은 대기업에 해야 하고, 대학교 3학년이면 어학연수를 다녀와야 하고, 토익점수는 반드시 몇 점 이상이어야 하고, 늘 틀 안에서 우리를 평가해요. 중소기업이라도 자기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가야 하는데 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는 사회구조가 결국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보장을 해주지 못하니까, 대기업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악순환의 반복이죠.
신 - 맞아요. 요즘 사람들 보면 구분짓는 걸 참 잘해요. 학연, 지연,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지난 연말 대선을 앞두고서도 전도사가 목사와 다른 사람을 지지했다고 욕도 먹고 쫓겨나는 경우도 봤어요. 소신껏 할 수 없고, 나와 다른가 같은가를 구분짓는 세상인 것 같아요. 우리는 기독교인이고 본질은 예수님을 닮는 것이잖아요. 모든 답은 성경에 있는데 성경대로 살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너무 많아요.

기자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슬슬 결혼에 대해 고민할 나이 아닌가요?
효정 -
저는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배우자를 위해 기도해요. 믿지 않는 사람과 교제해봤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주말에 교회 사역을 해야 하나 데이트를 해야 하나 갈등하게 되고, 전도 해보려고 해도 안 되고, 무엇보다도 바라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수현 - 저도 효정이 말에 공감해요. 나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함께 교회에 나올줄 알았어요. 그런데 항상 “교회는 빼고 이야기하자”고 하더라구요. 점점 남자친구 기준에 맞추다보니 제 신앙이 흔들렸어요. 나의 중심은 하나님인데 그런 점에서 소통이 안 되니 답답했고, 결국 헤어졌어요. 지금은 힘들 때 기도제목을 나눌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기자 - 올해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예상돼요. 나라를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수현 -
마태복음의 산상수훈처럼 위정자들이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곪아서 터지고 싸우는 일이 많은데, 서로 품으려고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불신만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신뢰가 회복되는 사회, 서로 믿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청년들도 약자라는 시각에서 대해주길 바랍니다.
신 - 새 대통령이 낮은 사람들, 노동자들, 정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치료했으면 해요. 교회도 마찬가지고요. 정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적으로 다가가길 원합니다.

기자 - 하나님을 믿는 청년들이 더 힘차게 일어나서 교회가 부흥하고 이 사회가 밝아졌으면 좋겠어요. ‘88년생’ 우리 신문도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더욱 힘을 내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정리=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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