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달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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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의 달에 생각한다
  • 승인 2002.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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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면 먼저 종교개혁을 생각하게 된다. 금년으로 485주년을 맞이한다. 종교개혁의 정신은 어느 시대나 절실하게 요구되는 정신이다. 당시 루터가 종교개혁을 부르짖을 때는 그럴수 밖에 없었던 혼탁한 시대였다.

그 당시는 역사상 기독교의 위세가 가장 극에 달했을 때였다. 당시 교황 그레고리 7세는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를 미워해서 파문선고를 내렸고 지배권마져 박탈했을 정도다. 가톨릭이 이렇게 세속적인 힘이 강해지게 되니까 자꾸만 변질되기 시작했다. 그때 가톨릭이 타락한 모습이 대표적으로 두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매관매직이다. 또 하나는 면죄부 사건이다. 독일의 막덴불그라는 지역에 알버트 브란벨그라는 주교가 있었다.

그런데 막덴불그라는 지역과 인접한 곳에 마이언스라는 지역이 있는데 그 교회의 주교가 죽었다. 그때 이 브란벨그 주교가 생각해 보니까 마이언스교회의 주교직도 자신이 함께 겸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권한이 그만큼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주교가 교황에게 두 지역의 주교직을 겸직하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그때 교황은 로마교황청을 짓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때였으므로 12사도의 수에 따라 1인당 천카트라 씩 모두 1만2천카트라의 돈을 내라고 했다.

그때 이 주교가 그 돈은 너무 많으니 십계명 수에 따라 1만카트라만 내겠다 하고 은행에서 융자를 얻어서 돈을 갖다 주었다. 그런데 이 주교가 가까스로 돈을 꾸어서 내기는 했는데 은행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이 주교가 고심을 하다가 교황에게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통보를 했다.

그러자 교황이 면죄부를 만들어 팔라고 했다. 팔되 수입에서 반은 교황청에 바치고 반은 빚 갚는데 사용하라는 것이다. 루터가 가만히 보니까 자기교구의 신자들이 어딘가 가서는 종이 한장씩 사가지고 오는데 아주 좋아했다.

알아보니 막덴불그라는 지역에 가서 면죄부 한장씩을 사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면죄부를 사기 위해서 돈을 통에 넣으면 딸그랑하고 떨어지는 순간 모든 죄는 사함 받는다”고 해서 한장씩 사 왔다고 했다.

그러니 그 당시 기독교가 얼마나 타락을 하고, 부패하고, 변질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때 젊은 수도사 루터는 피가 끓었다. 그래서 당시 절대권력, 절대신성한 교황권을 상대로 해서 조목 조목 따져서 95개 조항의 비리를 써서 대자보를 붙여 놓고 대항했던 것이 오늘 종교개혁의 시작이다.

결국 루터는 파문당했고 뜻있는 사람들과 개혁 모임을 가지게 된 것이 오늘의 개신교가 된 것이다. 교회가 신앙의 건강성을 상실하면 이렇게 타락하게 된다. 교회가 타락하게 되면 나타나는 징상이 몇가지가 있다.

하나는 “물질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데 신앙의 물질화는 마음의 순전함을 잃게 하고 상실시킨다. 다음은 ‘현실중심화’다. 종교가 쇠퇴하고 타락하고 오염되면 내세에 대한 기대가 둔감해진다. 이렇게 되면 아주 현실중심 신앙이 되어 버린다. 이 시대가 바로 내세관이 가장 흐려진 때다. 이제는 교회에서도 천국에 대해서 설교하기를 꺼려한다.

종교가 현실 종교로 전락해서 돈벌기 위해서 면죄부를 만들어 팔고 있다면 그 종교가 무슨 힘이 있고 무슨 생명이 있고 무슨 능력이 있겠는가.

그러니까 젊은 수도사 루터가 목숨을 걸고 교황권을 향하여 면죄부가 구원을 주는가 면죄부가 죄 사함을 줄수 있는가 한번 토론해 보자 하고 대자보를 붙였던 것이다. 그리고 강조하기를 구원이나 죄사함은 오직 믿음으로만 가능한 것임으로 그 따위 종이 한장에 현혹되지 말라고 호소를 했던 것이다. 종교개혁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세번째는 ‘생명의 고갈’이다. 신앙이 생명력을 잃고 내세신앙이 희박해지면 그 신앙은 이미 생명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루터는 가톨릭에서 이미 생명이 죽은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된다 하고 거기로부터 스스로 이탈해 나왔던 것이다.

오늘 우리는 교계도 돌아보고 한국 교회를 살펴보아야 하지만 먼저 나 자신을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계를 살리고 개혁하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을 회복시키고 살려내는 일을 위해서 기도하고 가슴을 쳐야 할 때다.

이정익목사(신촌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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