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과제 산적한 종교인 과세, 후폭풍 거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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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과제 산적한 종교인 과세, 후폭풍 거셀듯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1.21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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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문제,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여

기재부, 여론 흘리기로 종교계 입장 확인하며 예의 주시

종교인 과세가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서 일단 종교계는 한 숨 돌린 분위기다. 겉으로는 ‘납세’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논의 없이 졸속 시행될 경우 종교계가 입는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종교인 소득세 과세문제에 대해 포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종교인 과세 문제가 이명박 정부를 넘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것. 당장 시행될 것 같던 종교인 과세 문제가 다시 수그러든 것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독교의 경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종교인들의 자발적 납세를 골자로 기재부와 논의를 진행한 바 있지만, 계속 어디선가 종교인 과세에 대한 뜬소문들이 계속 터져 나와 자발적 과세가 아닌 정부의 강요에 의한 과세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었다. 그리고 ‘종교인 과세’임에도 불구하고 그 화살은 모두 교회로 쏠렸다.

연일 이어지는 언론의 보도에 기재부는 약 2주간 수차례 기사에 대한 해명 자료를 내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대답과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엇갈린 대답으로 혼선만 자초했다. 그리고 결국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발표에는 종교인 과세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종교계 여론 떠보기라는 불쾌한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해당 문제가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 기재부는 “종교인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로 한 원칙은 확정됐다”고 밝혔다. 국민의 의무이자 국민 개세주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시행령에 포함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소규모 종교시설의 경우 납세를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준비가 필요하고, 과세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 조금 더 협의를 거쳐 공감대를 이뤄야 할 사항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언제든 조건만 갖춰지고 준비가 되면 과세를 시작하겠다는 것. 또한 기재부는 “가급적 빠른 시일 이내 구체적 내용을 확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과세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사실 종교인 과세는 해묵은 과제다. 2006년부터 시작돼 아직까지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올해 기재부가 과세원칙 확정을 한 것이 전부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회언론회는 “기독교의 성직자들은 교회의 건덕과 사회 통합에 동참하는 의미로 납세에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참여해 국민들이 원하는 바, 국민개세주의에 부응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정부에는 성직자의 특수성을 인정해 자율적 납세를 인정하고 조세정의와 함께 사회정의 차원의 약속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한국교회언론회가 종교인 납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하는 것은 교계에서도 어느 정도 납세 여론이 조성됐다는 사실. 하지만 하나의 산을 넘었다는 안도감으로 교계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정부 관점의 교회개혁이나 사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갑작스럽고 강제적인 과세 위기에 몰리기 전에 기독교계가 철저한 준비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세의 타깃이 ‘기독교’에 있다면 세금을 내고도 욕을 먹는 웃지 못 할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성직자에게 세금을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유재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교회재산 전체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추진할 경우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기독교계가 될 수밖에 없다. 천주교는 이미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중앙 집권형태를 띠고 있어 성직자들의 수입이 다소 투명한 편이기 때문이다. 불교계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불교의 경우 조계종이 직접 관할하는 대형 사찰은 재정관리가 되고 있지만 동네 곳곳에 퍼져있는 절, 즉 ‘말사’의 경우 조계종에서도 얼마나 수입이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불교계 한 관계자는 “현금으로 들어온 시주를 현금으로 사용하는 말사에는 납세라는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불교는 본래 ‘무보시’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승려의 수입을 얼마로 볼 것인지도 판단이 어려운 상태다.

반면 기독교의 경우 ‘사례비’라는 명목으로 목회자들이 급여를 받고 있다는 것이 납세 타깃이 된 이유다. 또한 대형교회의 경우에는 목회자들의 사례비 외에도 각종 설교와 집회, 축사 등으로 받는 사례비도 만만치 않아 이런 보이지 않는 수입까지 과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교회 헌금으로 연말정산 서류를 냈던 지난 10년간 정부에서는 이미 교회의 수입 흐름에 대한 파악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교회가 세수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법상으로 목회자가 소득세를 낸다고 해서 돌아오는 혜택은 모호하다는 것. 교회를 사업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근로소득세를 낸다고 해도 목회자는 여전히 ‘근로자’의 범주에 들지 못한다. 정부도 이와 같은 모순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또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의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일선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면세점 이하인 교회들에게는 혜택이 있을 수 있다고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세금을 내면서 ‘혜택’을 요구할 수도 없는 일. 성직은 노동이 아니라고 누누이 외쳐오던 목회자들이 일선 근로자들의 혜택을 요구할 경우 스스로의 권위를 버리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교회는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해법은 교회 스스로 세금납부 결의와 함께 교회재정투명성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종교인 납세의 가장 큰 이유는 교회재정투명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 세금을 내는 것은 물론 종교단체로서 공공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들은 어떻게 과세에 대처할 수 있을까. 교계 한 목사는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의 사례금에 일정의 기준을 세워 납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 투명성은 물론 면세점 이하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일정 소득 또한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

교회재정투명성에 공감하며 참여하는 단체도 있어 눈길을 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에 함께 동참하고 있는 교회개혁연대는 한 발 더 나가 5월 중 단체나 교회차원에서 소득신고가 어려운 목회자를 대상으로 신고대행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아무래도 어려운 소득세 신고를 도와 교회 공공성 회복을 돕겠다는 것.

교회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같은 세금을 내면서 목회자들이 일정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공감하기 힘들다”며 “일단 목회자들의 자발적인 납세가 이뤄진 후에는 잃어버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가 부도덕하다는 인식의 전환도 시급하다. 실제 한국 중대형 교회 목회자 상당수가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열린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 기하성 최길학 총무는 우리 교단은 1974년부터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데, 마치 교계 전체가 일부러 탈세하는 것처럼 왜곡된 여론이 조성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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