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종전도 금지 반대' 합의 WCC선언 정면으로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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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종전도 금지 반대' 합의 WCC선언 정면으로 뒤집어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01.14 18: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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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언 합의 의미 불구 신학적 대화 한계성 여전

교회협과 한기총 등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진보와 보수단체가 이뤄낸 공동선언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에큐메니칼의 지속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WCC를 용공좌파, 혼합주의, 다원주의 단체로 몰고 간 보수권이 이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전제로 큰 틀에서 합의한 4가지 선언 중 상당부분은 사실 WCC가 지켜오고 있는 신앙고백이기 때문에 에큐메니칼권으로써는 매년 이어지는 정치적 공격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에 구원이 없음을 천명한다고 밝힌 첫 선언과 그 속에 담긴 ‘초혼제와 같은 비성경적인 종교 혼합주의 예배 형태에 함께 할 수 없다”는 합의는 에큐메니칼권에서 오히려 수차례 주장하던 내용이다.

WCC는 헌장 1조에서 ‘성경에 따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고 성부, 성자, 성령 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공동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라고 명시하고 있다. 삼위일체 하나님을 구주로 고백해온 정체성을 보수권의 합의 하에 다시금 천명한 것이다.

두 번째 합의에 담긴 공산주의 반대 역시 공산주의 교회가 존재하지 않고 냉전 종식과 공산주의 몰락이 확인된 현대 역사에서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역시 WCC의 짐을 덜어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성경 무오설’ 역시 모든 교회가 고백하고 있는 것으로 WCC 역시 하나님을 믿은 신앙공동체라는 사실을 알려 WCC에 대한 선입견과 거부감을 떨쳐 낼 수 있는 합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 합의가 충분한 신학적 논의와 대화 없이 WCC전진대회를 앞두고 급조됐다는 점에서 논란은 남아 있다. 그동안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반대를 일삼아온 한국 교회 갈등이 사실상 정치싸움에 불과했다는 속내도 드러났다.

지난 10월 WCC를 ‘적그리스도’로 규정했던 한기총은 불과 3개월만에 입장을 바꿔 WCC 성공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재철 목사는 “그 때는 그것이 맞고, 지금은 이것이 맞다”는 말로 상황에 따라 결의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기총은 지난해 10월 19일 열린 임원회에서 예장 통합을 이단연루 및 친종교다원주의 교단으로 규정했고, WCC를 이단이자 사단이고, 적그리스도단체라고 지칭했다.

홍재철 목사는 “과거에는 혼합주의 공산주의 등이 문제였다면 이번 합의로 WCC가 달라질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자연 목사는 “한국 교회 연합사업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한국 사회와 국가적으로도 유익하지 않다”며 “다 같은 신앙의 공동선언을 한 것이며 같은 신앙을 고백하면서까지 한국 교회의 갈등 종식에 나선 것을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결국 그동안의 반대가 신학이 아니라 ‘이념’에 기인했고, 정치적 갈등의 한 축이었다는 점을 시인한 합의로 받아들여진다.

대표단의 사전합의는 14일 오전 한기총 실행위원회를 통해 인준받으며 사실상 확정됐다. 한기총은 만장일치로 공동선언문을 통과시켰고, 더 이상의 잡음 없이 WCC 총회의 성공개최를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에큐메니칼 권에 남아 있다. 공동선언 최종 조율 과정에서 WCC 공식 결의와 반대되는 내용이 삽입된 것. 당초 13일 오후 5시 30분에 열리기로 한 기자회견이 한 시간 가량 늦어진 것도 이 조항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전 합의문 작성에 나선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한기총이 제시한 ‘개종전도 금지주의 반대’를 끝까지 거부했다. 그러나 선언문 발표 당일 ‘개종전도 금지주의에 반대하고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의 증인이 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세대와 지역과 나라와 종교를 막론하고 복음 증거의 사명을 감당할 것을 천명한다’는 내용에 양보했다. WCC 상임위원회 일각에서 합의문 성사에 무게를 두며 압박한 까닭이었다.

개종전도 금지주의는 WCC 중앙위원회가 1997년 채택한 ‘공동의 증언을 향하여: 선교에 있어 책임있는 관계를 선택하고 개종강요를 비난할 것을 요구함’(Towards Common Mission: A Call to Adopt Responsible Relationships in Mission and to Renounce Proselytism)이라는 문서에서 공식적으로 나타났다. 이 문서는 ‘개종 강요’가 그리스도교의 ‘증언에 반하는 행위’(Counterwitness)인 동시에 ‘증언의 타락’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2011년 WCC와 로마교황청, 그리고 복음주의권 대표 단체인 WEA까지 ‘다원종교 사회에서의 그리스도교 증언’을 채택하며 종교간 갈등의 시대에 맞는 ‘존중하는 선교’에 합의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10월 열리는 부산총회에서 역시 ‘개종강요’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 개종강요 금지를 담은 선교선언문은 이번 부산총회에서 결정되는 상당히 중요한 문서 중 하나다.

또 한국 준비위원회가 한국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 종식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니 WCC 역사와 그간의 논의를 부정하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삽입함으로써 한국 교회 ‘그리스도 일치’ 흐름도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보수권은 천주교와 정교회도 개종전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WCC 회원 중에는 정교회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톨릭과의 대화를 통해 그리스도 일치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개종전도’에 여전히 두 종파가 해당된다면 그리스도 일치운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이와 같은 논란은 진보권 역시 신학적 대화 없이 정치적 합의로 공동선언을 추진했다는 한계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또 WEA총회를 준비하는 한기총도 세계 교회의 선교적 흐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냈다.

종교간 갈등과 폭력 등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개종전도 금지’는 유일하게 세계 진보와 보수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흐름이다. 로잔위원회를 비롯해 WEA 등 세계 복음주의권이 공동의 선교선언을 내놓는 일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의 선언문 적극 통과에도 불구하고 오는 17일 열리는 교회협 실행위원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단, 한 가지 가능성이 남아있다면 신학적 무지를 인지한 양측 대표단이 개종전도 금지에 대한 신학적 대화를 추진해 이 내용을 보강하는 것. 진보와 보수가 ‘WCC 총회’라는 가장 민감한 숙제를 풀어냈다면 이것을 시작으로 정치적 합의를 넘어 신학적 합의를 이뤄내는 성숙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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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2013-01-16 04:39:00
3개월 전에는 적그리스도로 규정했다가 3개월 만에 협력하겠다로 입장을 선회한 한기총 '그 때는 그것이 맞고 지금은 이것이 맞다'는 그런 논리를 펴는 한기총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성경에도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창세기에는 뱀이 한 입으로 두 말 한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