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러, 예술 사상 최초로 ‘환상’(Vision)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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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러, 예술 사상 최초로 ‘환상’(Vision)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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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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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아름다운 영성이 숨 쉬다 (9) - 안용준 목사(목원대 겸임교수)

뒤러, 예술 사상 최초로 ‘환상’(Vision)을 그리다

거대한 물기둥이 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그 기세가 얼마나 센지 광야처럼 보이는 들판 전체를 휩쓸어 버릴 정도다. 이 기상에 놀란 바람은 뼈 속까지 스미는 소리를 내고 있다. 물기둥의 빛깔은 하늘을 닮아 시퍼렇다. 멈추지 않는 물기둥의 기운은 하나가 아니다. 여기저기에 퍼져 있다. 드문드문 서있는 나무와 호숫가 작은 마을은 하나님의 은총이 절실해 보인다.

이 그림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erer)가 1525년 6월 7-8일 사이에 본 ‘환상’의 내용을 묘사한 것이다. 자신이 본 환상에 무척 놀란 뒤러는 그 이미지를 그렸고 위와 같은 글까지 써놓았다. 엄청나게 많은 물이 쏟아지는 광경 아래쪽에는 환상의 생생함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뒤러의 ‘환상’은 그의 기억 속에 너무나도 명확하고 예리하게 남아 있어 그것을 어렵지 않게 이미지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뒤러의 ‘환상’은 광야와 메마른 현실이 기뻐할 만한 놀라운 생수의 역사가 전개될 것임을 암시한다. 당시 광야와 같은 건조한 상황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교회였다. 교회의 도덕적 부패와 영적 타락은 한계 상황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 뒤러의 '환상'(Vision)
또한 인간의 감각적 본능을 자극하는 지성과 예술은 이미 타락의 길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인문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하나님의 백성들은 희망찬 미래에 대한 묵시적 기대를 노래하게 되었다.

사실 교회가 이 땅에 쉴 곳 없는 영혼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준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동경하며 주님의 사랑을 노래할 것이다. 다리를 저는 사람이 사슴처럼 뛸 수 있다면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신앙적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온전한 영적 지성으로 회복된다면 샤론의 아름다움을 얻은 것만큼 기쁠 것이다.
이러한 영적 회복이야말로 메마른 땅이 강이 흐르는 옥토로 변화되는 일과 같다. 생명을 싹틔우는 하나님의 선물이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뒤러의 ‘환상’에는 미술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부여되는가? 그것은 당시의 현실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제일 먼저 그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프란체스코 데 고야는 영감의 원천으로 자신의 꿈과 공포심을 사용했다. 20세기 초 미술을 주도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영향으로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세계를 표현했다. 하지만 뒤러의 ‘환상’은 이들이 사용한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환상(Vision)은 하나님의 계시이기에, 그의 ‘환상’의 이미지는 유럽의 상태 곧 유럽의 미래를 결정하는 소중한 바로미터가 될 정도였다.

이 ‘환상’은 뒤러에게 한 순간 무엇인가(Etwas)찾아 올 것 같은 신비스런 예감을 안겨주었다. 걷잡을 수 없는 역사의 풍랑 속에서도 그는 이것이 하나님 은혜의 메시지이길 간절히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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